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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러운 한국영화의 현주소
장마비가 내리는 일요일 내내 배깔고 소설을 읽다가 오랫만에 석구에게 전화를 했다. 저녁 같이 먹자는 제안에 자기 각시랑 영화보기로 했다고 한다. 양가 내외간에 저녁을 같이 한 후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영화를 보았다. 금년들어 처음 보는 영화인 듯 싶다. 김지운 감독, 이병헌,송강호,정우성 주연.<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 영화는 특별히 구성, 혹은 스토리의 전개랄 것이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 말을 달리고 총으로 쏘고 칼로 베는 장면이 이어졌다. 지랄발광이랄까, 맹목적적인 엑스타시의 연속이었다.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인 것 같은 데 재미의 알맹이가 문제였다. 심형구가 만든 용가리씨리즈를 보았는지 모르겠다. 그 수준의 활극 코메디다. 최근작 환타지 모험극 <캐리비언 해적>이 보여주는 기기발발한 상상력, 멕시코의 전설적인 영웅을 <조로>에서 보는 통쾌한 의협이 섞인 후련함도 아니다. 황야의 7인 같은 데서 보는 무협시리즈라고 볼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아니올시다. 보물지도를 놓고 싸우는 데 보물지도인지 아닌지, 각자가 왜 쫒는지,마지막에 도착한 곳이 그곳인지 도통 오리무중. 주제를 풀어가고 암시를 드러내는 서막, 주제가 본격적이로 엮이면서 긴장과 흥분이 집중되는 전개, 클라이맥스와 반전, 그리고 주제를 풀어버리고 내려오는 종결이 전혀 없다. 알맹이 없는 재미도 있을 수 있나? 몇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ㄱ.희한한 영화 제목이긴 하지만 영화 내용을 상징하지 못하고 있다. 제목을 제대로 못붙인다는 것은 개념이 안서고 있다는 증표이다. ㄴ.영화제작투자 이미경, 대표투자 CJ Entertainment ㄷ.제작기일 300일,제작투자 170억원 ; 한국영화 치고는 블록버스터 급 광화문 한복판에서 일요일 밤 8시10분에 시작하는 유명한 영화관의 객석이 절반도 안찼다. 그런데 집에 와서 인터넷을 뒤져 보니 전국 스크린의 3분지 1인 200개에 걸어서 사흘만에 75,000명이 봤다고 한다. 금년 최고의 기대작이었다고. 이 영화에서 한국영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읽었다. 최근 1,2년 새 한국영화가 시들해지고 있고, 자칫 헐리웃 영화에게 시장을 뺏길 거라는 우려가 파다했다. 좋은 영화가 안나오고 있어서 기대치가 높아진 관객들이 한국영화를 외면하기 시작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한국영화의 쇄락원인중 첫번째가 자본의 과욕이다. 10년 전 환란을 겪으면서 자본가들은 제조업보다는 엔터테인먼트 산업같은 소프트 산업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CJ 그룹, 롯데 그룹,동양제과그룹 등이 앞장섰다. 이들이 영화 배급망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전국 각지 약 300여개의 전통적인 영화사업주가 대 자본의 무차별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간판을 내렸다. 이들은 배급망 뿐 아니라 투자회사,배우를 공급하는 기획사까지 지배하고 있다. 영화산업으로부터 얻을 수 이익의 태반을 주무르게 되었다. 급기야는 돈을 무기로 영화 제작의 온갖 분야에 다 간섭하고 나선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몇몇 스타급 배우를 빼고는 다 배고픈 사람, 불안정한 사람들끼리 영화를 만든다. 영화가 음악,미술,촬영,조명,시나리오,편집 등의 종합예술이므로 각 분야마다 헐리웃과 맞설 정도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빅브라더가 무서워 누구든 함부로 말을 못꺼내게 되엇다. 영화인의 의욕이 감퇴되고 창발력이 쳐지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이 영화의 대표투자자 이미경씨는 이제현 CJ그룹 회장의 누나이고 이병철 삼성창업자의 장손녀다. 앞으로 강력한 구조조정이 없는 한 한국영화의 미래에 걸린 먹구름은 걷히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영화관 관객수가 줄어든 것이 과점 자본이 영화산업을 수평적,수직적으로 지배한 데서만 찾을 수는 없다. 인터넷을 통한 불법유통이 더 큰 원인일 수도 있다. 어쨋거나 얄팍한 웃음이라도 강요하여 관객수를 확보하자는의도로 만든 게 이 영화인 듯 싶다. 예술을 팔아 돈을 벌겠다는 천박한 자본주의의 표징같다. ------------------ 영화는 전체적으로 개념이 없다. 주제가 몽롱하고 스토리도 두루뭉술하다. 김영주의 말처럼 겨우 보이는 것은 잘난 3명의 배우들 뿐이다. 앞으로 이 영화가 한국 관객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김영주의 <놈,놈,놈> 평론은 방금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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