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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짙은 먹구름 사이로 햇살을 비추다.
내가 보고 싶지 않는 영화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막무가내 공포영화, 또 하나는 맘을 너무 무겁거나 처참하게 하는 영화. “기쁨은 높아야 맛이고, 슬픔은 깊어야 맛이다.” 그런데 슬픔이 너무 깊으면, 심장에 베인 상처로 아린 가슴을 견디기 힘들다. 이창동 작품의 ‘잔혹한 슬픔’이 그러했고,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어둠 속의 댄서]가 그러했고, 오월 광주로 진저리치는 [블러디 썬데이]와 [오월애]가 그러했다. 그래도 작품성이 워낙 좋아서 볼 수밖에 없었다. [도가니]도 그래서 보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작품성이야 어떠하든, [도가니]로 온 세상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공지영 소설이나 PD수첩 방영으로, 세상이 끓기는 끓었어도 이토록 끓어오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영화로 뒤늦게나마 온 세상이 끓어오르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러나 그 뒤늦음이 그 사건 자체 못지않게 통탄스럽다. 게다가 그런 악마의 도가니는 그 학교에만 있는 게 아니다. 자선단체나 복지법인에 아름다운 이름을 간판으로 내걸고 공공자금을 지원받고 ‘불쌍한 사람’들 간을 빼먹는 곳이, 지금 이 세상에 바글바글 널려 있다. 그들은 지역의 똠방으로 허세부리며, 뇌물과 향응으로 경찰 · 공무원 · 법조계를 녹이고 선거 표밭으로 지자체 권력들과 어깨동무하고서, 혈연 · 지연 · 학연으로 엮어서 형님 동생하며 음습하게 ‘부당거래’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가까운 주변에 대충 그 엇비슷한 일들이 자자하게 벌어지고 있다. 알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아는 일이다. 이 세상 자체가 그토록 극렬한 ‘악의 꽃’이 피어나는 터전이다. 그것도 종교와 권력의 시궁창에서 . . . . 실은 이런 분노나 슬픔을 말하기엔 나도 그리 떳떳하지 못하다. 2005년쯤이던가? 매주 일요일 저녁 ‘漢文공부반’에 함께 공부하는 사람이 ‘인화학교 사건’을 파헤치는 일에 깊이 들어섰다. 그녀가 다른 사람과 이런 저런 상의를 하는 과정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었다. “세~상에 교장까지?” 충격이었다. 함께 해야 할 일임에도, 그 일에 끼어들지 않았다. 벽돌 한 장이라도 옆에서 함께 거들었어야 했는데, 잘못이다. 한 두 해쯤 지나서, 신문에서 보았다. 1심에선 그나마 작은 형량이 있었지만, 2심에선 장애아 부모들이 합의를 해 버려서 그 작은 형량마저 집행유예로 판결났단다. 그녀의 상심이 깊고 깊었다. “아! 이런 똥통 같은 세상!” 양심의 가책으로, 그녀에게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공지영을 만나 소설로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눈이 번쩍 뜨이면서 “참 잘 된 일이다.”는 말을 반복하고 반복했다. 판이 커지면서 일이 잘 풀려갈 수 있겠다는 예감이 번개처럼 스쳐갔다. 소설로도 제법 팔리고, 마침내 PD수첩에도 방영되었다. 그러나 세상은 잠깐 끓고 말았다. “하늘과 땅이 함께 울부짖을 일이, 이렇게 ‘하나의 사건’에 그치고 마는구나!” 그녀도 갑작스레 미국으로 이민을 가버렸다. 이마에 검은 먹구름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공지영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들렸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런 사회고발 영화는 너무 무거워서 제작자들이 나서지 않을 것 같았고, 설사 어찌 어찌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무겁고 우울한 영화를 싫어하는 관객들이 과연 많이 몰려들까 의아스러웠다. 그래도 혹시? 영화만 잘 만들어진다면, 세상 분위기로 보아 인터넷과 트위터로 얼마쯤 폭발이 생길 법도 한데 . . . ? 상영되는 날로 이틀이 지나도록 일부러 인터넷 마당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토요일 아침, 조마조마한 맘을 누르고 인터넷 마당을 열어보았다. “우와! 기적이 일어났다.” 관객이 확 몰린단다. 그 무겁던 검은 먹구름 사이로 햇살이 쫘악 비쳐들었다. 당장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영화가 잘 만들어져서 장기적으로 관객이 몰려야 할 터인데 . . . ” 스토리도 잘 짜여졌고, 감독의 연출력도 좋았다. 남녀 주연배우와 악역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아이들의 연기가 돋보였다. 이렇게 선과 악을 확실하게 선 긋고 가는 영화는, 까딱 관객들에게 뻔하고 고지식한 교훈만 늘어놓는 지루함을 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런 저런 소재를 적절하게 배치하여 관객들이 분노와 슬픔의 끈을 놓지 않도록 잘 이끌어 갔다. 서운함 점이 없지 않지만, 상당히 잘 만들었다. 대중 슬픔 A+, 영화기술 B+, 삶의 숙성 : 공화파 입장 B0 · 민주파 입장 A0 · 사회파 입장 A0.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63083&videoId=31787&t__nil_main_video=thumbnail “다행이다. 장기적으로 관객이 몰려들겠다.” 조마조마했던 맘이 놓였다. 공지영님과 황동혁 감독이 고맙고 고마웠다. 그 능력과 노고에, 환호와 박수를 보낸다. 무엇보다도 이 어두운 세상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볼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 기쁘다. 아직도 이 세상에 많이 분노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숨이라도 돌릴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기쁘다. ‘인화학교 사건’에 관여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반성문을 쓰고 있으며, 관객이 구름처럼 모여들고 있다. 그 동안 인간을 많이 미워했는데, 구름처럼 모이는 관객들로 “내가 너무 미워했나?” 생각해보는 날이다. 그 동안 하늘을 많이 원망했는데, 오늘은 하늘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인간들이 많이 줄어들고 적게 소비하며 빈부격차가 많이 줄어드는 세상이 되도록, 좀 더 바람직한 사회시스템이 자리잡도록 많이 노력해야 하겠다. 하늘이 어떠하든, 우리 인간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벽돌 한 장’이라도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노력해야 하겠다. ******************* * [도가니]를 보고 많이 우울한 사람은, 일본 지브리스튜디오에서 만든 [코쿠리코언덕에서]라는 셀 애니메이션을 보면, 그 분노와 슬픔이 많이 풀리겠다. 일본의 6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한 곱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이다. 미야자끼 하야오 감독의 아들 미야자끼 고로가 만든 작품인데, 앞[게드의 전설]에서 실망했는데 이번엔 괜찮았다. 미야자끼 하야오의 [벼랑 위의 포뇨]와 [마루밑 아리에따]로 실망하고 있는데, 다시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되어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코쿠리코언덕에서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65569&videoId=32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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