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작성자 이영목 ㆍ작성일 2007-11-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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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에 관한 단상 최근 한겨레를 중심으로, 아니 일간 신문중 오직 한겨레만 김용철에 대한 기사를 ‘취재’하고 있다. 막강한 조중동을 비롯 삼성의 가공할 영향력에 압도당하고 있는 여타 매체들은 마지못해 ‘인용취재’로 시늉만 내고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삼성의 행위가 공분을 얻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들도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립스틱 짙게 바르고 하이에나처럼 덤벼들어 그 잘난 기자정신을 발휘할 것이다 내 점빵에 오는 분들 중엔 손목부위에 작게는 콩알만한 놈부터 크게는 메추리알만하게 볼록튀어나와 미관상문제로 고민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통증도 없는데 줄창 긁어 대어 부스럼이 나기도 하여 더러 수술하기도하는데 도로 기어올라오는 놈들도 흔하다. 양방에선 ganglion 이라 하고 한방에선 담핵이라 부른다. 얼마전 읽은 미국의 비주류 의사인 존 사노의 ‘통증혁명’이란 책에 보면 그는 대부분의 통증을 분노 좌절 슬픔 공포 등 요즘 말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잊기위한 대체물로서 신체에 표현되는 현상으로 해석하는데(그래서 비주류다), 이는 이른바 칠정(희 노 우 사 비 공 경 즉, 과도한 기쁨 분노 근심 슬픔 공포 놀람)을 병인으로  강조하는 한의학적 관점과 유사하다. 내 기억하기론 김용철이 그랬다. 83년 용철일 봤는데 왼손인지 오른손인지 기억은 분명치 않지만 앞서 말한 그 담핵이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사시합격후 왼갖 시름 놓고 맘 편히 지내던 중 언제인지 모르게 그 놈이 사라져 버렸다고 말한 걸 들은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그 놈이 다시 기어 올라올 지도 모를 지경에 그가 처해 있다 기왕 말 나온 김에 사족삼아 덧 붙이자. 난 대학시절 제대후 83년초부터 여차저차 한 까닭으로 고려대근방에서 이른바 ‘갱생원’이라 불리던 자취방 ( 18회 이승재, 20회 정범도, 우리 동기 강경탁 3인 공동투자, 지분은 모름. 그 외 거길 출입하던 자들은 모다 갱생을 꿈꾸던 준동냥치 비스무리한 무리들로, 우리 동기론 나를 필두로 김유수 임권수 김용철 김인배 등을 꼽을 수 있다. 나와 김유수를 제외한 인사들은 면회차 또는 하루 내지 너대예닐곱여드레 정도 밖에 묵지 않았으니 갱생원 준회원 정도 되겠다)에서 보낸 세월이 하도 각별하여 지금도 ‘호림회’라고 고대출신 갱생원 멤버들 틈사구에 끼어 정회원 대접을 받고 있다. 물론 시방도 갱생중이고... 오롯이 김용철에 대한 변명만을 하자는 취지로 이 글을 시작한 건 아니다. 그는 매우 냉철한 친구다. 동전의 양면처럼 장점이기도 하고 더런 치명적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는 최근 어느 매체에 보도 되었듯이 손아래처남과 친동생이 구속되도록 방치할 정도로 검사로서 찬바람을 쌩쌩 불어대던 친구였다. 우리 동기 중에도 그에게 전화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가 한 둘이 아니라고 들은 적도 있다. 한편 이해되고 달리 생각하면 평생 웬수될 수 있을 정도로 빈정 상할 수 밖에 없다. ‘민나 도로보’의 세상에 작은 허물에 그리 사납게 굴건 없지않나 하는 생각이 아니 들 수 없다. 그러던 그에게 내가  덕을 본 적이 있다. 97년 여름 그러니까 그가 삼성행을 코 앞에 둔 시점에 부천에 사는 고2 짜리 나의 누나 아들이 또래 조무래기들과의  폭력사건에 걸려 콩밥묵게 생겨 누나부부가 부탁을 하는데 마침 용철이가 부천지청에 있었다. 안도감과 함께 엄청난 비애와 굴욕감 뭐 이런 복잡한 심사로 그를 만났다. 그리고나서 콩밥 묵을까 걱정하던 고등학교 2학년 아이들 너댓이 반성문 쓰고 꿀밤 맞고 풀려 났다. 조카 놈은 지금 전문대학에서 미용을 공부하고 지 점빵 열 욕심으로 열심히 살고 있다. 만약 그 때 그 놈이 덜컥 구속되어버렸다면 시방 그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 물꼬를 잡고 흘러 가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그 작은 청탁을 한 내가 꼭 잘못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3개월인가 후 용철이는 삼성으로 갔다. 난 타이밍이 적중하여 그로부터의 수모를 면한 것으로 생각하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 후론 용철일 한 두번밖에 보지 못하고 살았다. 그가 갱생원 정회원이 아니어서도 그렇기도 하려니와 그와 나는 도대체 격이 맞지 않아 통화조차 거의 없었다. 바람결에 그의 연봉 얘길 듣자니 부럽기도하고 비위도 팍 상해져서 그의 이름을 떠올리기조차 싫었다. 세상의 정의는 저 혼자 행하는 듯 싶더니 삼성의 법무조정실에서 과연 그는 무엇을 조정할까, 지난 몇몇의 삼성관련 보도를 접하며 쓴 웃음이 아니 나올 수가 없었다. 삼성을 욕하자는 것만도 아니다. 지금 삼성을 비롯한 거대기업의 성취는 참으로 대단한 바가 있다. 1989년부터 1년 조금 넘게 뉴욕과 시카고에서 살아본 적 있는데 당시 뉴욕의 타임스퀘어(기억이 가물)엔 밤이면 소니 니콘 토요다 등 일본기업의 휘황한 광고판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솔직히 부러웠다. 지금은 세계 어느 나라를 가봐도 삼성을 비롯한 우리 대기업의 네온 사인이 없는 곳이 거의 없다. 중국은 물론 옛 소련 어느 지역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가슴 뿌듯한 일이다 용철이의 처지를 다시 생각해본다. 온갖 비난이 그를 짓누를 것이다. 그 비난들은 일면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단물 먹고 배반했다’라는 게 정서상 주류인 것 같다. 용철이 본인 말대로 그만한 호사를 삼성 아니었으면 누릴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면 시쳇말로 삼성 및 세간의 그런 비난은 이해되고도 남는다. 그렇다고 옳기만 한 것일까? 삼성의 기여가 아무리 크더라도 삼성에 대한 비판은 ‘소도’처럼 금기로만 남아야될까? 조선의 칼럼처럼 삼성 엘지 에스케이 등의 재벌총수들은   일시적 권력인 대통령이 함부로 청와대에 부를 수 도 없는 영구적 권력이어야만할까?   총수개인과 기업은 한 몸인가? 그리고 퇴사한 임원까지 오로지 어마어마한 돈으로 묶어 충견처럼 관리하는 것, 왜 그럴까? 그런 특권 누리는 것이 편키만할까? 용철이 개인이 아니라 그가 고뇌끝에 선택한 행위자체가 우리 사회 전체에 기여할 바는 없는 것일까? 설혹 용철이의 참담한 패배 또는 죽음으로 (난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자의든 타의든지간에. 꺾일지언정 휘지 않는 그의 성정이 그렇고 무소불위의 삼성권세가 그렇다) 이 사건이 종결된다하더라도, 드레퓌스 사건처럼 우리 사회의 허위와 부패의 한 자락이라도 거둬내주는 방향으로 정리될 수는 없을까? 내 생각도 갈피없이 어지러우나 재벌총수신성시로부터는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끝으로 사족하나. 며칠전 용철이 건으로 조중동엘 가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야단법석이더구만. 그중에도 김성이란 자를 비롯하여 모든 문제를 벌갱이와 전라도의 문제로 환원시켜 악다구니들을 쓰는데 댓글에 찬성이 압도적이야 도대체 용서가 안되... 용서가 안되... 이 땅의 주류 권력을 갖고자하는 세력 및 그들을 추종하는 세력의 전라도 혐오는 이미 기독교 근본주의적 배타와 혐오의 수준에까지 이른 것 같다. 아니라고? 수년전 조선일보의 촉망받는 홍모기자가 술취해 택시기사 폭행하면서 했다는 말이 ‘너 전라도 놈이지?’ 였다지. 그들이 메시지를 생산,전파한다. 적대국 감정이 아니면 그럴 수는 없는 일이지... 자국내 디아스포라... 설운 일이다.

김영주 2007-11-01 21:12	너하고 그런 인연이 있었구나!  아!  전라도 경상도!!! 너 또 조중동 들어갔구나!  건강에 좋지 않을텐데...

평화 2007-11-02 16:10	70-80년대에 많은 친구들이 감옥에 갔다. 그 때 우리 부모님들은 우리를 나무라지 않았다. 낭패스럽고 지극히 불편하였겠지만 그냥 지켜봐주셨고 말없이 지지해주셨다. 지금 내가 용철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그와 비슷하다고 말한다면 너무 무례한 것일까?

김태룡 2007-11-02 17:03	영목이가 쓴 글이 감칠맛 있네. 용철이가 한 개인적인 동기나 태도를 충분히 납득하고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용철이가 자기 몸을 스스로 상처내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제물로 쓰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 그리고 삼성을 견제하기 위한 이 제사, 이 푸닥거리는 피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숙제임에 틀림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