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작성자 김영주 ㆍ작성일 2007-12-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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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당선 그리고 이명박 당선     2002년 12월 19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 난, 뛸 듯이 기뻤고, 날 듯이 벅찼다. 그 지난 1년 동안 노무현으로 내가 얼마나 설쳐댔던지, 이회창에 줄 선 냄새가 펄펄 나는 아무개 정치검찰이 날 희생양으로 바쳐 올리려고 함정을 파고 덫을 놓아 몰아세웠다. 그 음험한 마수의 손길에서 벗어났기에 더욱 기뻤다. 나의 지극한 갈망이 ‘울엄니의 영험스런 현몽’에까지 이르렀으니, 더 무얼 말하겠나! 내가 이 기적 같은 일에 ‘한 역할’하였다는 것에 스스로 감격하였다. 노사모가 자랑스러웠고, 우리 역사에 이런 일은 단군 이래 처음이요, 아니 세계 역사에 이런 ‘명예혁명’은 없었다고 단언하였다. 그리곤 어처구니없는 탄핵을 딛고, 마침내 열린우리당이 ‘원내 제1당’을 차지하였다. “이젠 ‘진짜 명예혁명’이 가능하겠구나!”며 사뭇 설레었다. “하늘이 이 나라를 돕는구나! 이런 천우신조의 순풍을 타고 이대로 10여년만 잘 지나가면, 이젠 우리나라가 ‘북유럽의 복지선진국’같은 나라로 갈 수도 있는 터전이 닦이겠다.” 앞으로 어떤 역경이 오더라도, 이런 나라를 굳건히 지켜내야 한다는 사뭇 비장한 각오도 다짐하였다. 그런데 “최고의 행운 뒤엔, 최악의 불운이 도사린다.”고 했던가? 그 허울 좋은 민주국회의장 김원기의 “지둘러”로 ‘4대 개혁입법’이 주저앉아 버렸다. ‘대북송금 박지원 특검’으로 흔들리던 전라도 민심 위에, ‘무능정부’라는 말이 우뚝 자리를 잡았다. 그 무능에 더 할 말이 없었다. “아이구, 저런 모지리들!” 절로 혀를 끌끌 찼다. 그리고는 끝내 ‘한나라당 연정’이라는 자살폭탄이 터져 버렸다. 맘이 황폐해졌다. 그래도 지푸라기 잡는 심정을 버리지 못하고, 겨우겨우 노사모 활동을 이어갔다. 부동산이 폭발하면서는 그나마 지푸라기도 끊어지는 듯 하더니, 조선일보까지도 찬양하는 FTA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고선 노사모에 등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노무현 정부를 이렇게 정리했다. “이상理想으로 꼬옥 보듬고 지켜야 할 것은 현실과 타협해 버리고, 현실과 타협해야 할 것은 이상으로 마구 들이받아 밀어붙였다. 그래서 가장 기대했던 지역감정의 순화는 ‘경상도 민주화 세력의 집착어린 오기’로 오히려 더욱 비비꼬여 타락해 버렸고, 피땀으로 피워낸 민주화의 횃불은 무능과 개판의 똥물을 뒤집어쓰고 가물가물 꺼져가고 있다.” 노무현이 잘한 것도 많다. 그러나 그 잘한 걸로 잘못한 걸 감당하기엔 너무 무겁고 버거웠다. 노사모를 싹뚝 썰어 버렸다. 심장에 멍이 들고, 팔다리가 잘려 버린 것 같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산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가족을 등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토록 빠져들지 않으려던 ‘가족 이기주의’에 몸을 기댔다. 대선이 다가오니 그 안타까움을 이기지 못하고 잠깐 몸을 추슬러서, ‘이해찬’에 얼쩡거려보기도 하고 ‘문국현’에 기웃거려 보기도 했지만, 도무지 불이 붙질 않았다. 짓밟힌 지렁이 꿈틀거리듯 꿈틀거려 보기도 했지만, 무슨 기대를 갖고 꿈틀거린 게 아니라, 그냥 아파서 꿈틀거렸을 뿐이다. 분노마저도 사치스러웠다. 가녀린 신음소리를 몰아쉬면서, 초점 잃은 두 눈만 그저 매갑시 꿈뻑거렸다.  2007년 12월 19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 노무현 당선이 기쁘고 벅찼던 만큼, 이명박 당선은 슬프고 암담하다. 그래도 이회창보다는 좀 덜한 꼴통보수이니, 그나마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 이명박도 좋은 대통령이 되고 싶을테니 잘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으나, 이명박도 이명박이려니와 이명박 뒤에서 즐거워하는 면면의 얼굴들에서 그들의 비겁한 가짜 엘리티즘으로 비릿한 처세에 익을대로 익은 추한 표정들이 너무나 역겹다. 세상살이에 아무개 개인의 말과 표정을 판단근거로 삼는 것은 어리석음의 첫 걸음이다. 더구나 정치인들은 교도소 담장의 이 쪽과 저 쪽을 줄타기 하면서 세상 체세에 닳아질대로 닳아져서 낯짝이 철판인 사람들이다. 그 개인 주변에 함께 어울리는 집단을 보아야 하고, 그 개인과 집단이 걸어온 발자취를 보아야 한다. 개인의 개과천선은 있을 수도 있지만, 집단의 개과천선은 엄청 어렵다. 설사 집단이 개과천선을 하려고 해도 집단이 굴러온 관성을 벗어나는 게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긴 세월 속에서 천천히 변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에 변화의 싹이 전혀 보이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 동안 지방선거에서 싹쓸이로 이겨왔고 이번엔 대통령까지 만들어냈으며 4월 총선에서도 전라도 말고는 싹쓸이할 기세이니, 그나마 싹터온 개과천선의 기운은 오히려 물안개처럼 사라져 버릴 것이다. 만약 총선까지 압도해 버린다면, 그나마 가물거리는 민주화의 횃불은 꺼져버리고 그 동안 맺은 ‘정치 민주화’의 열매들은 땅에 떨어져 널리게 될 것이고, 검찰 · 경찰 · 안기부는 다시 그 시절 ‘정권의 시녀’로 전락하고, KBS와 MBC는 이명박 인맥으로 가득 차고 SBS는 황색언론으로 물 만난 고기처럼 뛰어 놀 것이고, 이렇게 바꾸어진 TV방송과 조·중·동 보수언론은 ‘정권의 시녀들’과 손잡고 그 동안 ‘민주화’로 침 튀기며 설치던 놈들의 먼지를 털며 ‘빨갱이 · 불순분자 · 악빠리’로 몰아세울 것이다. 그렇게 휘몰아칠 소용돌이바람을 어떻게 맞이할까? 납작 엎드려야 할까? 깡다구로 버티고 싸워야 할까? 엎드리든 버티든, 세상 처세가 더욱 힘들어질 것 같다. 설친 사람은 표적이 되어 있을 것이고, 침 튀긴 놈도 곱게 내 버려두진 않을 것이다. 총선까지 살펴보고 다시 판단할 일이지만, 꾸물거리는 날씨에 담장이라도 살펴보고 지붕이음새라도 손질해 두어야 할까 보다. 그렇잖아도 “인류가 멸망해야 지구가 평안하다.”며 인간 세상 자체에 대한 비관에 빠진 내가, 이젠 더욱 스트레스 받고 뚜껑 열리는 일들이 많아져서,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이 손가락으로 자판이나 두들기며 까불다가 된통 당할 지도 모를 일. 인간 세상이 심난해 보이는 건 우선 눈앞의 일이 아니니 잠깐 잠깐 잊고 지낼 수 있지만, 한나라 세상에서 심난한 건 당장 눈앞에서 비위를 긁어댈 터인데 이걸 어떻게 달래며 살아가야 할까? 세상사 돌아가는 일에 TV도 보지 말고 문을 닫아걸면 되겠지만, 사회과학이 전공인지라 세상이 아무리 눈꼴 사납더라도 그 꼴을 지켜보는 게 내 중요한 업무이어서 세상사를 떠날 수도 없는 일이다. 납작 엎드려 살자니 자존심 상하고, 도道 닦는 체 하자니 위선 떠는 것 같아 싫고, 그 동안 종교에 삐딱한 놈이 넉살좋게 종교에 기댈 수도 없고, 철저하게 ‘가족 이기주의’에 숨어 투철하게 이기적으로 살아가기엔 눈에 밟히는 사람들이 많고, 대충 대충 즐기면서 살기엔 별로 재미도 없고 익숙하지도 않고, ··· . 눈에 밟히는 사람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정말 죄송하지만, 결국은 ‘가족 이기주의’에 묻혀서 생업에 충실하고 ‘맘의 채소밭’이나 가꾸는 재미로 그 스트레스와 답답함을 풀어낼 수밖에 없겠다. 이렇게 결론은 내렸지만, 심난한 맘을 달랠 길이 없다. 밥맛도 없고 술맛도 없다. “분노마저도 사치스럽다.”

서경석 2007-12-21 06:52	영주야, <생업에 충실하고 ‘맘의 채소밭’이나 가꾸는 재미로 그 스트레스와 답답함을 풀어낼 수밖에 없겠다.> 그말에 동의한다. 물론 속해있는 집단에서 어떤 형태로든 사시로 바라보는 눈들이 있겠지만 견뎌내야한다. 와신상담? 복지부동? 그 무엇이라도 좋다.............................................

고병숙 2007-12-21 10:10	영주와는 깊은 대화를 한 적이 없지만, 영주의 글들을 읽을 때마다 '지식도 많고 글도 참 잘 쓴다'는 생각이다. 어제부터 그 위선과 오만함과 역겹고 능청스런 얼굴들을 피하려고 TV를 멀리한다. 다행이 오늘 외국 간다. 곧 오지만. .. 그날 투표장에 가서 투표하고 나오는 아줌마 할머니들 표정을 보고 이미 판단하였지만 세상의 사람들이 어쩌면 이럴까! 광주와는 다른 풍경에서 외로움과 허전함과 그런 것들을 더 느낀다. 영주의 글을 볼 때마다. '책으로 출판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그런대로 먹고 살만하니까 사업상의 손익은 별개로 저리 두고서..말이다)

이영목 2007-12-21 11:43	오늘은 광주 동문회 송년의 밤! 난 앞에 단 아이콘 모냥으로  음주투쟁할 거다. 우울함은 침묵으로 이겨낼 수 없는 법, 영주야 너도 네 식으로 토하며 사는 거다. 그래도 걱정마라. 대명천지에 누구 말대로 '적출' 까지 당하 겠느냐.. 역사상 어느 한 때라도 너같은 이상주의자들의 생각이 충족된 때가 한 시라도 있었겠어? 그래도 어리석은 시지프스들이 모다 "적출'당하지 않아야  비록 게걸음이얼지언정 반 뼘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 아니겠냐? 오로지 '권력과 빵'을 향해 부나방처럼 날뛰게 만드는 세상이 활짝 열린 느낌이 드는 작금의 세태를 너무 탓하진 말아라. ' 양심' 이란 단어가 남을 능멸하는 데도 이용되는 오늘의 현실을 너무 설워할 것도 없다.  난 오늘도 하릴 없이 여기저기 들락거리며 김용철변호사 지지 카페를 알리는, 참으로 나이에 걸맞지 않는, 어쩌면 명 재촉하는 부질없는 재미로 산다. 그러나 어쩌랴, 이 것도 나이 오십을 넘어 정말로 반갑지 않게 찾아온 손님인데 날도 밝기 전에 내쫓을 순 없는 일이다, 참... 경석이와 병숙이의 댓글이 따뜻하구나!!!

김영주 2007-12-21 12:33	글을 좀 심난하게 쓴 것 같고, 감정이 지나쳤나 하는 염려가 좀 들었지만, 솔직한 맘이 그러니까 그대로 글을 올렸다.   근데 친구들이 심난하고 우울한 맘을 함께 해 주니, 그나마 좀 풀리는 기분이 든다.  "기쁨은 함께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함께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절로 다가오는 글들이다. 경석아, 그렇지?  자기 기본 스타일대로 살아가야겠지?  전도완 시절에도 살았는데, 이 정도야 그 시절에 비하믄 양반이제~.   병숙아 나도 니 얼굴만 아른거리고 맘을 나눈 적은 없는 것 같다.  너도 많이 우울했구나.  서울땅이라 더 그랬겠다.  책출판을 생각한 적이 있긴 한데(영화이야기만 아마 책으로 서너권도 넘게 나올 글 분량일꺼야)  내가 내나름의 <예술론>을 먼저 쓰고, <영화로 보는 세상>이라는 책을 출판할 생각이어서, 몇 년 뒤로 미루고 있다.  만나면 그 워밍업 이야기나 해 보자. 영목아!  술은 즐기되 먹히지는 말아야지?  니가 의사니까 더 말 안해도 알지?  글고 조중동 들어가더라도 맘을 비우고 들어가거라!  심장 상하거나 뇌손상 입지 말고. 따뜻한 글들 고맙다.  밥맛도 없고 술맛도 없을 것 같아서, 오늘 저녁 송년모임에 안 나갈까 했는데, 느그들 글을 본께 나갈 맘이 다시 생긴다.

최준영 2007-12-21 16:25	영주야, 올 것이 온 것 뿐이다. 이런 결과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 않냐?  다만 막상 현실로 겪자니 힘들 뿐이지. 니말처럼 박정희 때도 살았고, 전두환 때도 살았다. 조만간 知音 가서 니 쑥대머리 타령이나 듣자!  오늘 동창회 송년회 꼭 나와라. 난 술은 조금만 마시려고 하는데 영목이가 마구 먹이면... 걱정되네.  제길, 나라 걱정해야 할 판에 내 몸 걱정부터 하는구만!

이영목 2007-12-21 18:26	준영아, 나 점빵때문에 한 시간 이상 늦게 가니까 별 걱정 말아라. 난  後來者式 三盃여  너한 테 멕일 술 없을껴^*^

김태룡 2007-12-21 18:32	영주야, 민중이 선택한 역사의 흐름을 너무 언짢아 하지 말자. 지금부터 민중이 분노한 저변에 대해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민중이 사기꾼인줄 번연히 알면서도 "그 분"을 찍을 때의 심정을 헤아려 보자. 얼마나 실망과 좌절이 컸으며, 그 분노의 뿌리가 얼마나 깊었으면 선거를 그리 했겄냐? 과거 10년간 소위 "민주.양심 세력"은 신자유주의 기치 아래 외국자본에 무차별로 경쟁을 강요당하면서 허물어져 내리는 민초들을 보듬어 내지 못하였다. 뿐만 아니라 희망의 싹을 심어 주지도 못하였다. 나는 이 대목에서 내년 총선도 엄청나게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일상으로 돌아가서 묵묵히 자기 영역을 가꾸고 지키면서, 멀지만 피할 수 없는 오늘날 한국의 車馬高道를 순례할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나이 50이 넘어 별로 이룬 것은 없지만 앞으로 큰 욕심을 내지도 않을 터. 그저 처자식 잘 건사하고 내 주변에 따땃한 눈길, 손길 한번이라도 더 주며 살자꾸나. 그리고 우리 덜 정치적일 수 있기를 바란다. 생산적 정치에 기여하는 것이 어차피 어려울 바에야 한걸음 비켜 서서 보는 게 어때?

김영주 2007-12-23 12:24	이렇게 쓴 우울한 글도 있고 해서, 송년모임에서 술을 얌전하게 먹으려고 했는데, 친구들 만낭께 맘도 눈 녹듯이 풀어지고, 게다가 술도 오르고 쎈출이가 초장부터 노래를 하라고 시킨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맨땅에 바람잡이 노래를 불러야 했다.  "에이씨 모르것다!"하고 놀아부렀다. 동창모임을 반은 나가려고 하는데, 올해는 두어번 밖에 못갔다.  그나마 그리운 얼굴들이 많이 나오는 송년모임은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 그리운 얼굴들은 얼굴만 봐도 반갑다.  저절로 안 놀 수가 없다.  3차까지 가서 새벽 2시 넘어서 집에 가서, 다음날 쾡한 속쓰림을 꺼냈다가, "말로 우울하고, 또 신나게 한 탕 벌이고 들어오시는구만!"하고 한 바가지 얻어먹었다. 준영이 태룡이 말대로 이미 진즉 각오한 일이다.  막상 그렇게 확인되니까, 심난해 진다.  "일상으로 돌아가서 묵묵히 자기 영역을 가꾸고 지키면서,멀지만 피할 수 없는 오늘날 한국의 車馬高道를 순례할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나이 50이 넘어 별로 이룬 것은 없지만 앞으로 큰 욕심을 내지도 않을 터. 그저 처자식 잘 건사하고 내 주변에 따땃한 눈길, 손길 한번이라도 더 주며 살자꾸나."  그래 그렇게 가라앉히고 이렇게 다시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일어서야지. 친구들아!  송구영신!  새해에 좋은 일 많아지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