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숭례문을 조문하고 오다
2월11일 월요일 오후1시반쯤 광화문에서 시청방향으로 진행하였다. 시청광장 앞 아스팔트에 화살표와 함께 쓰여진 '숭례문->'이 새삼스럽고 가슴이 저리도록 슬프게 보였다. 가슴이 뛰었다. 어떤 모습일까. 정말 불타버린 걸까. 임진왜란 때 서울을 침범한 소서행장이 지나갔던 길이라 하여 일본놈들이 기억하려고 겨우 남겨졌다는 남대문이다. 토뀨호텔인가가 내려보고 있어도 참아내고 발등까지 차도로 변해버려 차마 서있기도 비좁은 공간에서도 우뚝 서있던 남대문이다. 휑하니 뚤린 공간에 신호등과 전봇대들이 볼썽사납다. 방송차량들이 즐비한데, 외국방송까지 와서 나라체면이 말이 아니다. 벌써 천막을 둘러치고 있다. 내일이면 그나마 볼 수 없으리라. 주변에 많은 인파들이 죽은 자를 위로하며 서성이고 자동차는 조용히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돌계단과 돌아치 높이까지 둘러처진 천막은 초상집에 둘러처진 푸르스름하고 하얀 색의 비닐마대같은 것이다. 그위로 보이는 남대문 아니 숭례문은 처참했다. 1층이 아직 조금 남아있고 2층은 엉클어진 나무기둥과 서까래가 속살을 감추지 못하고 푸른 단청이 멍처럼 여기저기 남아 있다. 나는 자동차를 천천히 운전하며 가슴아프게 울먹였다. 숭례문이다. 예의를 숭상한다는 말인데 예의가 무너진 것인가. 방화로 추정되는...기막힌 일이다. 육백년동안 없었던 희대의 정신병자를 탓하며... 아무런 대책없이 개방한 전시주의자를 원망하며... 옹색한 변명에도 연민을 보내며... 설계도가 있어서 복원할 수 있다지만 그것은 이미 숭례문이 아니다. 짝퉁이고, 세종대왕 동상이 세종대왕이 아니듯이 복원된 숭례문은 국보가 아니다. 도심속에서 교통표지 정도로만 인식되던 남대문이 없어진 거리는 '병든 아버지가 돌아가신 집과 같은가' 하는 생각도 해봤다. 역할은 없었지만 없으면 너무나 큰 자리인 것같다. 아프다. 육백년 동안 아무도 느끼지 못했던 슬픔을 오늘 우리는 느끼고 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