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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 버리는 것이 기쁨이다.
얼마전 정 석구군이 지리산암자에 있었을때 광주의 친구들이 바리바리 싸 짊어지고 올라 갔다 왔다는 얘기중 참으로 와 닿는 말이 있었다. " 내려놓으니 좋더라, 버리니까 마음이 가볍다." 라는 말. 그러던차에 어떤 곳에서 닮은 글을 발견하여 몇쪽을 복사하여 지난주 서초/관악/동작지역부 모임때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읽어본 친구들이 " 올레 "를 외치기에 여기 다시한번 올려보니 친구들 읽어보시게나들. ================================================================================================================================= 중년에 버리는 일은 기쁨이다 사실, 내려놓음은 쉽지 않다. 원래 가진 게 없음에 불안해하고 더 많이 가지지 못했음을 초조해하기 때문이다. 무거운 짐에 괴로워하며 한편으로는 가진 게 없다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다. 이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상사를 초래하기도 한다. 중년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더 많은 짐을 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젊은 세대로의 이행 때문이라도, 컴퓨터 등 정보 기술 도구를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잊어버린 과거의 지식을 다시 채워야 하고, 회사에서 쫓겨날 때를 대비해 평생 먹고살 만한 전문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다만 문제는 이 모든 걸 버틸 만한 힘이 남았는가의 문제다. 예전과 다르게 힘이 죽죽 빠지는 사람에게는 이러한 충고는 고통을 가중시키는 독설일 뿐이다. 버림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된다. 무게가 주던 고통이 사라지면, 가벼워지는 기쁨과 함께 새로운 새싹이 돋는 즐거움이 그 빈자리를 채운다. 흐르는 강물처럼 퇴근 무렵 한돌 씨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청년 시절을 떠올리면 항상 그 친구와 함께 한 기억들이 즐비할 만큼 절친한 사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행한 사고를 겪게 되었다. 그 사고의 충격으로 그는 가정까지 깨버린 후 낙향을 했었다. 그 후로는 연락마저 두절되어 한 번도 소식을 들을 수가 없었는데 돌연 나타난 것이다. 약속 장소로 가면서 한돌 씨는 그저 친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주기로 마음을 정했다. 친구는 벌써 도착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한돌 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친구의 안색부터 살폈다. 초췌하고 형편없이 상해 있을 거라 생각했던 친구의 얼굴이 생각보다 밝아 다소 마음이 놓였다. “여전하군.” 친구가 먼저 인사말을 건넸다. “나, 서울로 올라 왔어. 집사람과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돌 씨는 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았다. “그래? 잘했어. 아주 훌륭한 생각이야. 사실 애 엄마가 무슨 죄야. 아이 잃고 상심한 마음이야 더하면 더했지……. 아마도 내려가 있던 시골 물이 좋은 모양이네. 그새 철이 많이 들어서 왔으니 말이야.” 친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는 말을 잇지 못하고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는 한동안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시골집 근처에 강이 하나 있었어. 아이를 잃었을 때,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술병을 들고 그 강가에 나갔어. 죽을 마음이었지. 고주망태가 되어 물에 뛰어들었어. 한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모래밭에 누워 있고, 발가벗은 아이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거야. 내가 깨어나자 아이들은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지르더니 다시 강 속으로 달려들어 첨벙거리며 놀더군. 아이들이 노는 강, 그보다 멋진 풍경은 아마 없을 거야. 그날 이후로 나는 매일 강가에 나가 하루 종일 흘러가는 물을 내려다봤어. 어느 순간 강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을 비우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 앞서 흐른 물이 그 자리를 비우면 상류로부터 새로운 물이 흘러들어 다시 그 자리를 채우다가 이내 비우는 거지. 강물이 그 끝없는 비우기를 계속하지 않는다면 그토록 신선하고 청량한 생명을 키워낼 수 있을까?” 한돌 씨는 손을 뻗어 친구의 손을 잡아주었다. “돌아오길 잘했어. 마법의 봉투가 필요한 사람이 여기 또 있었군.” 한돌 씨는 친구에게 은지가 선물해준 마법의 봉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친구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감동하더니 마음으로 봉투 하나를 받아가노라고 말했다. 만약 ~했더라면 만약의 시작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만약 우리 부모님이 재벌이었다면’, ‘만약 내가 천재였다면’, ‘내 얼굴이 더 잘생겼더라면’과 같은 식이다. 나이가 마흔쯤 되면 가슴속에 쌓인 만약이 무척 많아진다. 어느새 ‘만약’의 존재는 매우 익숙해져 그것이 나를 갑갑하게 하는 굴레라는 사실조차 망각한 채 그 안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아가게 된다. 인생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그 선택은 늘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지 않는다.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도 종종 후회를 한다. 아무리 최선책을 찾아도 결국 ‘만약’을 입에 달고 있을지 모른다. 속으로 ‘인생에 감기약은 있어도 만약은 없다’고 되뇌어보자. 그리고 다시 만약이 튀어나오려 하면 잽싸게 잡아 투명 봉투에 넣어 버리자. 반복할수록 인생을 짓누르던 돌덩이 하나가 서서히 빠져나갈 것이다. 만약을 지우고 마음을 가볍게 해야 다가올 인생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 그동안 ‘만약’이 가리고 있던, 내 앞에 놓인 현실의 처음과 끝을 그제야 바로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정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 보는 것에서부터 나의 삶이 진지해진다. 빈곳은 채워짐을 믿어라.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빈곳이 다시는 채워지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그럴 때 필요한 생각이 ‘무엇인가 버린 자리에는 반드시 새로운 것이 채워지는’ 자연의 신비함이다. 우리가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고 새것으로 몸과 마음을 채우는 것도 이와 같다. 빈자리가 나면 억지로 끼워 맞추지 않아도 저절로 새것이 들어서는 것이다. 이것저것 쓸데없이 지게에 물건을 잔뜩 지고 그 무게에 짓눌려 땅바닥만 바라보고 가는 사람과 빈 지게를 지고 주위를 둘러보며 여유롭게 가는 사람 가운데, 누가 멀리 놓여 있는 돈다발을 발견할 확률이 높을까. 당연히 후자다. 세상에는 비우면 채워진다는 묘한 진리가 존재한다. 손에 붙잡고 있는 걸 집어던져야 새로운 무언가를 잡을 수 있다. 쉽게 버리기 힘들 때, 버리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면 빈 곳은 반드시 채워진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두 가지는 행복과 성공이다. 둘 모두를 쟁취하려면, 불필요함을 버리고 최대한 가벼워져야 한다. 벽 우리나라 중년 남성의 대다수는 얼굴 표정이 굳어 있다. 무뚝뚝하고, 마음을 쉽게 열고 다가가지도 못하고, 늘 경계하고 조심하는 경우가 많다. 마음의 벽을 쌓고 살기 때문이다. 벽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높아진다. 지켜야 할 게 늘어나는 만큼 외부의 적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늘어나기 때문이다. 마음의 벽이 높아질수록 덩달아 커지는 것이 있다. 바로 아집이다. 세월에 따라 경험과 연륜을 쌓을수록 시야가 좁아지고 고집스러워져서 자신의 경험만이 옳다고 믿게 된다. 그러면서 젊은 사람들의 주장은 미숙한 자들의 아마추어적인 생각이라고 평가 절하한다. 마음의 벽이 높아지고 아집이 커지면 아무리 뛰어난 베테랑도 결국 우물 안 개구리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면 결론은 이 같은 건 모두 버려야 한다는 데 도달한다. 마음의 벽을 버리라는 것은 전부 허물고 거친 들판으로 나가라는 게 아니다. 그 안에 갇혀 아집에 빠지지 말라는 의미이다. 마음의 문을 열어 다른 사람이 드나들 공간을 만들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렵지 않다. 길을 물어오는 사람에게 친절히 알려주는 것, 산을 오를 때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등산객에게 수고한다는 말 한 마디를 건네는 것, 늦게까지 고생하는 젊은 직원에게 피로 회복제 한 병을 전하는 것 등이다. 사소한 일이지만, 모두 스스로가 만든 벽의 갑갑함을 버리는 데 매우 유용한 것이다. 걱정 나이가 들면 걱정이 많아진다. 직장에서 밀리는 건 아닌지, 갑자기 암에 걸리는 건 아닌지 등의 생각이 불현듯 엄습한다. 이처럼 걱정이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한 채 몸만 상하는 경우가 일상생활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중년이 될수록 사회와 가정 등 여기저기 책임질 일이 늘어나면서 걱정도 비례해 증가한다. 휴가 때가 되면 젊을 적에는 마냥 기분이 좋았는데 나이가 먹으면서는 이상하게 회사 일이 걱정된다. 혹시 내가 없는 동안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그리고 농담처럼 하는 이야기지만 휴가 기간에 내 자리가 없어지는 건 아닌지 불안해한다. 불필요한 걱정은 뱃살만큼이나 위험하다. 특히 체력이 떨어진 중년에겐 더욱 그렇다. 지나치게 걱정에 휩싸이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기도 한다. 잠 못 자고 걱정한다고 안 될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될 일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순리대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걱정을 마음에서 덜어내야 한다. 의미 없는 걱정이라도 머릿속에서 완벽히 없애기란 쉽지 않다. 조금씩 버리겠다는 생각부터 시작해 정말 불필요한 걱정만이라도 떼어내다 보면 몸이 훨씬 가벼워진다. 사랑합니다. 친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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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문
2009-09-3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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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석아!!! 너무 일찍 철들면 재미적다 야단 맞더라도 쪼까 있다가 철들어라 아무리 생각해도 근엄한 니 얼굴은 떠오르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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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석 |
김상순
2009-09-3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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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닿는 중년 일기예보입니다. 험한 노년을 피해가도록 항상 요리 조리 친구 사랑을 표현하는 서 경석 동문의 마음을 읽습니다. 서 경석이 지역 부장도 몰랐던 이 창근이 리즈 성형외과 개업 소식을 전해 주어 오늘 모임니다. 목동에서도 명의 소리듣게 안밖으로 선전합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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