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작성자 송의열 ㆍ작성일 2009-07-13 (월) ㆍ첨부#1 p6135526.jpg (1,050KB) (Down: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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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종주 언젠가 지리산을 무박으로 천왕봉에서 시작하여 성삼재까지 종주했다는 글을 우리 홈피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 때는 남의 일처럼만 느껴져서 정말 그렇게 무식하게 산행하는 미친 놈들(?)이 있긴 있는 가보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난 6월12일 이런 일이 실재로 나에게 일어났다. 같이 근무하는 19분의 선생님들과 함께 다른 등산팀(반더룽 산악회)에 얽혀 지리산 종주를 하게 되었다. 22시 동대문운동장에서 버스에 승차, 양재역에서 또 다른 일행을 태운 45인승 버스 두대는 단 한자리의 좌석 여유도 없이 꽉 채워 지리산을 향해 출발했다. 새벽 2시  지리산 반선에서 표고버섯 된장찌개로 아침을 먹고 우리 일행 중에는 나와 다른 선생님 두 사람만 종주를 위해 성삼재에서 내리고 다른 사람들은 백무동을 향해 출발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 곳에서 4시경 등산을 시작하게 된다. 새벽 3시 성삼재 안내소를 지나 발걸음도 가벼웁게 헤드 랜턴을 켜고 한 발짝 한발짝 노고단을 향해 등산을 시작했다. 8시간 만(11시까지)에 세석평전까지 도착하지 못하면 거림으로 하산시킨다는 산악회 총무의 말이 모든 생각을 짓누른다. 80년대 팔팔한 20대 후반에 2박3일로 지리산 종주를 세 번 해 본 경험은 있지만 이렇게 잠도 못자고 무박으로 종주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이번 산행을 위해 2주 전 11시간 30분 동안 북한산 - 도봉산- 사패산 등산을 통해 준비운동은 충분히 했다. 소위 서울 근교 종주코스(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 18시간 소요)의 일부를 등산한 것이다. 우연찮게 학교 선생님 중에 에베레스트까지 등정 경험이 있는 베테랑 선생님이 한 분 계셔서 작년에만 1000m가 넘는 산을 7개(한라산, 설악산, 가리왕산, 주흘산, 견치발산, 지리망산, 백덕산, 점봉산 곰배령 등) 등산하면서 난생 처음으로 곰취, 당귀, 참나물, 더덕, 참취, 두릅 등등을 내 손으로 채취해 먹어보는 경험을 했다. 등산로가 아닌 길을 개척해 다니려니 힘은 훨씬 더 들었지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것이 하늘의 뜻 아닌가. 이제는 제법 전문가(?) 수준이 되어 이 정도 쯤에 무엇이 있겠다고 등산로가 아닌 길로 살며시 들어가보면 예상한 대로 많은 자연산 무공해 점심거리 저녁거리 들을 장만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   노고단 산장을 지나 임걸령까지 한 숨에 내달렸다. 왕복 1시간 거리인 지리산 2봉 반야봉을 옆에 두고 그냥 지나치자니 아쉽고 아까운 생각이 들지만 삼도봉쪽으로 길을 잡고 계속 나아갔다. 2시간 정도 걸으니 어둠이 조금씩 걷히는 것처럼 앞이 밝아온다. 뱀사골을 지나니 하염없이 계속 계단길을  내려간다. 내려가면 좋을 듯한데 지리산에서는 이게 겁나고 힘든 일이다. 지리산은 노고단이 1507m이고 천왕봉이 1915m이므로 300m  400m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25.8km를 걸어가야 한다. 성삼재에서 노고단, 하산길까지 생각하면 무려 35km가 넘는 길이다. 내려가면 또 그만큼 올라가야 하기에 내리막길이 결코 반갑지만은 않은 것이다. 500m마다 표지석이 있어 이 표지석 52개를 지나야 목적지인 천왕봉에 도착하게 된다.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는 화개재, 토끼봉, 명선봉의 지리산 종주의 가장 난코스를 지나 드디어 연하천 산장에 도착했다. 중간에 해돋이를 보려 했으나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시간이 맞지 않아 무척 아쉬운 마음이 든다. 연하천에서 일박을 한 사람이 대략 사오십명은 되어 보인다. 아침을 지어 먹으려고 모두가 분주한 모습이다. 물을 보충하고 잠시 빵으로 요기를 한 후 다시 출발, 선비샘을 지나 벽소령을 향해 묵묵히 발걸음을 옮긴다. 신작로 같은 길을 2km정도 걸으면 정말 지루하리만큼 길고 긴 등산로가 펼쳐진다. 벽소령산장까지 인내에 인내를 하며 정말 열심히 걸었다. 다른 우리 일행들은 어디까지 갔을까 궁금하여 전화를 걸어보았으나 불통이다. 너만 왜 이리 어려운 길을 택해 고생을 하는 것이냐 후회를 하면서 묵묵히 계속 걸었다. 벽소령 산장에 도착하니 꼭 5시간만이다. 다시 전화를 거니 저쪽 팀과 통화가 된다. 여기가 벽소령이라 하니 놀라는 표정이다. 너무 빨리 가는 것이 아니냐 하며 조금 천천히 산행하란다. 조금은 기쁘고 자랑스럽기도 하는 마음으로 알았다 대답하고 10여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세석 산장을 향해 다시 출발했다. 그런데 너무 초반에 오버했는지 다리에 힘이 없다. 지금까지 온 거리와 세석까지 남은 거리를 생각하니 그야말로 보통사람들의 산행 수준으로 천천히 가도 8시간 안에는 세석에 충분히 도착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마음의 여유를 가져 본다. 하지만 갈수록 힘이 빠지고 조그마한 오르막이 나와도 한 번 쯤은 쉬어야 할 정도로 힘이 빠졌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걷는다. 저 능선 너머 세석이 보이는데 봉우리를 2개는 넘어야 할 듯하다. 출발한 지 7시간 40분! 세석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일단 자리를 잡은 후 등산화를 벗고 양말도 벗어본다. 아내가 정성껏 싸 준 도시락을 꺼내 정신 없이 먹었다. 밥맛이 꿀맛일 줄 알았는데 너무 힘이 들었는지 반쯤 남길 수 밖에 없었다. 아깝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고 …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다. 나중에 배고프면 다시 먹을 요량으로 짐을 챙겼다. 밥을 먹을 때는 몰랐는데  발이 시리다. 땀이 식으니 추워서 그늘에 있을 수가 없다. 잠시 햇볕에 나와 해바라기를 한다. 등산팀에서 두 차 가득 사람을 싣고 왔으니 오늘 종주하는 사람만 46명이란다. 그렇지만 우리보다 먼저 지나간 사람 수를 물으니 2명 밖에 없다고 한다. 점심시간 포함하여 40분동안 충분히 쉬고 장터목을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햇볕은 내리 쬐고 점심을 먹은 후라 그런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이 무척 힘들게 느껴진다. 촛대봉이 바로 눈 앞인데 오르는 길이 왜 이리 멀게만 느껴지는지… 출발할 당시 걸은 속도라면 많이 잡아도 한시간 30여분 정도면 충분히 도착할 것으로 생각되는 거리를 무려 2시간 10분이나 걸려 장터목 산장에 도착했다. 장터목에 도착하니 우리 일행은 세 사람만 제외하고 벌써 중산리를 향해 하산을 시작했단다. 남자 선생님 세 사람만 남아 우리 두 사람을 반겨 맞는다. 보약일까 쥐약일까 고민할 겨를도 없이 소주 한 모금 얻어 마시고 '여기까지 왔는데 천왕봉을 보지 않고 갈 순 없다 죽을 때 죽더라도 가자' 오기를 발동해 제석봉을 향해 오른다. 계단 길이 왜 이리 힘이 드냐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극기 훈련이라 생각하고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오른다. 천왕봉을 가야만 한다. 그래야 꿈에도 그리던 지리산 곰취를 딸 수 있다. 작년 6월 백덕산 곰취를 한 번 따다 드렸더니 89세인 우리 아버님이 '너 언제 또 산에 또 가냐'말씀하시던 말이 귓가에 맴돈다. 맛과 향에서 그 어떤 것도 지리산 곰취맛에 비할 수 없는데 오늘 여기 왔으니 반드시 곰취를 따 가야한다는 각오를 다시 마음에 새기니 없는 힘이 솟는다. 통천문을 지나 3차례의 돌계단을 올라 드디어 천왕봉에 도착했다. 물론 그 전에 죽을 힘을 다해 60도의 경사면을 오르내리며 곰취를 먹을 만큼 땄다. 세상에 이 기분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으랴! 워낙 사람이 많아 증명사진 한 장만을 남기고 하산을 서둘렀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너무 무리를 했는지 양 무릎에 조금씩 통증이 느껴진다. 내려갈수록 점점 통증은 가중되고 하지만 어찌할 것인가 스틱을 의지하여 조심조심 법계사를 향해 최대한 천천히 내려왔다. 칼바위를 지나 약속된 중산리 음식점에 도착하니 14시 30분! 지리산 무박종주!!! 총 산행시간 13시간 30분이 걸렸다. 그래 해 냈다. 만감이 교차한다. 그래 이건 미친 짓이야! 인생에 한 번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도전해 볼 만 하나 두 번은 하지 못할 일이다. 하지만 해냈다는 성취감은 뭐라 표현할 길이 없다. 오늘 아침 국내 여성 산악인 한 명이 산이 좋아 산에서 죽었다. 나의 산악도전도 계속된다. 올 겨울에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할 예정이다.

신재형 2009-07-13 19:41	89세인 우리 아버님이 '너 언제 또 산에 또 가냐'말씀하시던 말이 귓가에 맴돈다. 는 구절에서 눈물이 핑 돌더니 곧 이어서 "의열이는 좋겠다. 아버님이 살아계시니..."하는 생각에 눈물이 주루룩... 창밖에는 비오고 바람불고요, 담양 남산에 누워계신 우리 부모님은 안녕하신지... 엊그제 광주갔다가 비가 쏟아지는 통에 못들렀는데... 이영목 종오가 마눌님 무서버 새벽차타고 올라갔다더라. 7/14 16:55

김홍업 2009-07-13 22:49	성취의 끝은 어디일까? 안나푸르나의 의열이 사진도 보고 잡다. 반갑다 의열아!

서경석 2009-07-14 09:22	약 10년전 설악산 대청봉을 무박 2일로 종주를 해본 뒤로 지리산도 가보고 싶은데 게을러 지고 영국에서 발목을 다치기도 해서 못가고 있는데 의열의 의기찬모습으로 다시한번 생각케 보고 싶네 그랴. 아버님을 향한 곰취를 위해서라도 발걸음을 내 딛은 의열이의 의기를 좀 느껴 봐야겄다. 땀에 섞인 얼굴을 사진을 통해 보니 반갑구나.

이영목 2009-07-14 16:57	참 대단허이. 나는 이제사 산행의 즐거움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판이여. 곧 천왕봉 함 가보려구... 준영 대용 재수 선출 등 선수들 많으니 낙오하더라도 떠매고 내려오겠지... 글에서 너의 환희에 찬 숨소리가 들린다.

김태룡 2009-07-16 06:58	ㅎㅎㅎ 아버지의 이름으로,아버지를 위해서..... 맞아, 누군가를 위해서 산다는게 좋은 것 같아. 의열이 홧팅

강경탁 2009-07-16 14:52	내가 재작년에 갔던 것 같은데, 3시에 성삼재 출발해서 5시반에 중산리 도착했으니까 나는 14시간 반 걸렸는가. 언제 산행 같이 한 번 하자고.....  근데 나는 지금도 기회가 딱 맞으면 다시 가고 싶어.... 아마 의열이도 쫌 시간 지나면 나 같이 되지 않을까 싶네.

김상순 2009-07-18 09:07	큰 키 값을 제대로 했네. 더 높은 곳을 향한다니, 부러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