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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장이, 이제 편히 쉬소.
김규장을 보내는 영결식장에 150명쯤 되는 친지들이 모였습니다. 오열과 통곡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영결식장에서 제가 읽었던 조의문을 싣습니다. 애통하고 절통한 마음에 지금도 눈물이 마르지 않습니다. 규장이를 땅에 묻고 무덤가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던 친구들이 몇마디씩 했습니다. "이제 죽음이 우리 곁으로 찾아와 부렀구만." "아믄. 산것과 죽은 것의 차이가 무의미해져 가고 있네. 저승사자가 소환장 들고 오면 그날로 이생은 그만이니까." "50살에 죽은 것과 90살에 죽은 것의 차이가 뭔가?" "50살에 죽으면 친구들 대접받고 죽고, 90살에 죽으면 지 혼자 쓸쓸히 가는 거지 뭐----민동곤 왈" 살아있게 될 남은 날을 어찌보내야 할까요? 규장이가 산 자에게 남기고 간 메시지는 무엇인지요? 규장이는 보살(菩薩)이란 말을 좋아했습니다. 上求菩提 下化衆生을 줄인 말입니다. "안으로는 나를 붙들어 참되게 하고, 겉으로는 모든 인연에게 최선을 다한다."고도 해석합니다. ==================== 여보게 김공, 규장이! 나 왔네, 우리 모두 여기 모였네. 살아생전 자네가 그리도 좋아하던 사람들… 그리운 식구들, 친구들, 일가친척, 법조계 동료들 모두 모여 애타게 자네 이름을 부르네. 자네 모습 그리워 가슴을 쥐어 뜯고 있네. 자네의 향기를 더 느껴 보려고, 자네 마지막 가는 길 조금이라도 더 눈 안에 담아 두려고 꼬두발로 서 있네. 풋내기 일고생으로 처음 만나 어언 37년간 우정을 쌓아 오면서, 언제나 부르면 달려갈 수 있는 거리에 살면서, 항시 속마음을 다 털어 놓고 지내던 자네가 어찌 이리 허망하게 세상을 하직해 버린단 말인가? 원통하고 섭섭하고 절통하네. 규장이, 생각나지 않은가? 고등학교 시절 독서토론회 말일세. 선배들은 <자아의 완성>을 추구하자고 했었네. 그 때부터 나이가 쉰을 넘어선 지금까지 자네는 그 <나>라는 놈을 찾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써 왔네. 생 떽쥐베리의<어린왕자>, 헤르만헷세의 <데미안,싯다르타>,앙드레지드의 <좁은문>…. 고등학교 때 읽고 토론을 벌이던 책들이네. 토론을 통해 국내와 세계의 명작 문학 50권 넘게 섭렵하면서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옳은 것인지.'를 찾아 헤맸었네. 사회에 진출한 이후에 자네는 불문에 입문하여 부처님으로부터 깨달음의 이치를 배우려고 했었지. 스리랑카,실크로드를 여행하며 불교정신의 원류를 찾아보려고도 했었고, 매년 여름마다 선암사에 모여 수련회 하면서 삶의 자세를 바로 잡곤 했었네. 나는 자네와 함께 독서회에 입문하였고, 불교모임도 함께 했었지. 자네는 나에게 평생을 같이한 정신적 동지였고, 진정한 의미에서 도반이었다네. 자네가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이후로도 우리는 2년 넘게 토론모임을 가졌었네. 그 시절 낙원동 자네 작은댁 사랑방에서 밤늦게 <광랑> 독서모임 토론을 벌인 후 작은댁 냉장고나 술독 뒤져서 바닥을 내곤 하던 날이 엊그제 일같네. 조카 친구들 치닥꺼리를 마다않고 받아주셨던 그 고마우셨던 작은 어머니를 자네를 잃은 지금에야 뵈었다네. 민망하고 부끄럽네. 규장이, 나는 늘 자네를 친구로 사귄 게 자랑스러웠다네. 서울대 법대를 간 이후에도 자네는 곧바로 고시의 길에 매달리지 않았네. 당시의 시대정신을 찾기 위해 서울대 <법경제학회>에 가입하여 내공을 쌓았네. 자네가 서울대 졸업식 사은회에서 시국선언문을 낭독하려고 준비했다가 사전에 그 사실이 누설되어 쫒기는 몸이 되고면서 졸업을 위협받던 시절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네 그려. 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 안된 동곤이, 그 일로 숨어지내던 자네, 임권수, 김진호랑 낮술에 취해서 흐느적거리다가 서울 남영동 파출소에 붙들려간 에피소드는 또 어떤가? 이 모든 일이 주마등처럼 스치네. 하지만 일장 춘몽일세. 꿈이로구만, 꿈이야!!! 여보게 규장이! 자네는 천성이 소와 같은 사람이었네. 세상사 무거운 짐 모두 다 등에 진채 일평생 꾀부릴 줄 모르고 뚜벅뚜벅 앞만 보고 걸어 왔었네. 그저 인연이 닿는 모든 사람을 섬기는 데만 몰두했었네. 판사시절에는 보다 완벽한 판결문, 변호사가 되어서는 보다 완전한 변론문을 쓰기 위해 밤을 낮삼아 일하곤 했네. 모든 사물현상과 인과관계에 대해 보다 완전하게 파악하고자 했었고, 그런 연후에 법관으로서 책임감있는 자세를 꾸준히 견지했던 참 지식인이었고, 대 자유인이었네. 하지만 노고와 피로가 겹치고 겹쳐서 사무실에서 이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네. 미련하고 아둔한 사람. 어이, 규장이! 나는 결코 믿고 싶지 않지만, 사람들은 나더러 자네가 없는 허전한 세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네. 매년 여름 자네랑 함께 보내던 선암사 수련회를 올 여름에는 혼자 가라고 하네. 그 좋아하던 술잔을 들고 같이 껄껄걸 함께 웃을 친구는 이제 영영 사라졌다고 하네. 여보게, 잘 가게나. 뒤에 남은 인연일랑 돌아보지 말고 훌훌 털고 날개짓하며 극락으로 날아가게나. 그리고 부디 좋은 세상에 극락왕생하게나. 복받치는 슬픔을 억지로 참으며 그대 영전에 술붓고 향피워 그대를 보내네. 언제 그 이름을 다시 불러볼까… <어이~~~ 규장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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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석
2009-02-1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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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를 끊는 듯한 태룡이의 절규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구만. 이런 친구들을 두고 왜 이리 허망하게 세상을 버리셨는가.. 사실 규장이의 개인 생활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었지만 태룡이의 조의문을 통해, 광주로 문상가서 시간을 같이한 친구들을 통해서 얼마나 내공이 깊은 친구였는지 새삼느꼈다네. 나역시 깊이를 가늠할 정도의 친구는 아니지만 불러보고 싶다. 규장아 ~~~~~~~~~~~~~~~~~~~편히 천상행복을 누려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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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석
2009-02-1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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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장아. 규장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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