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 김규장 동문의 장지에 다녀왔습니다
광주에서 그리 멀지 않은 승주군 주암면 선영, 그곳은 남다른 효자였던 규장이가 아버님과 함께 일년에 몇차례씩 함께 가서 나무를 정성껏 심어 가꾸던 곳입니다. 아, 오늘, 참람하게도 부모님을 뒤세우고 그가 먼저 묻혔습니다. 하관 시 규장이의 머리맡에 놓여진 사진 몇 장 담긴 봉투와, 규장이의 아들 승용이와 딸 상효가 쓴 ‘ 아빠 생일 축하해요. 사랑해요.’ 라고 , 아마도 초등학교 때 쓴 편지 봉투와, 그리고, 규장이의 부친께서 흰 봉투에 써 놓으신 글이 눈에 밟혔습니다. ‘ 김규장의 영혼이 극락에 이르기를 기원하는 애비의 마음’ 이라 씌여져 있었습니다. 아마도 봉투 안에는 자식을 앞세워 보내시는 아버지의 끊어져 녹아 버린 애간장이 담겨 있었을 것입니다. 고인의 어머님은 아들의 석관위로 흙을 부으시면서 ‘규장아, 니가 그날 밤 집에서 밥이라도 먹고 갔으면 내가 이리도 서럽진 않을 거다.’ 통곡하시었습니다. 내가 1977년 규장이와의 연애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규장이의 부인 이은주씨는, 차마 마주 볼 수 조차 없어 애써 얼굴 피하다, 내려 오는 길에 엄마 옆에 비맞은 아기 비둘기마냥 고개 숙이고 앉아 있는 상효에게, '엄마 위로해드려라. 너도 이젠 어른이다 .' 턱없는 당부를 하고 돌아서 내려 왔습니다. 규장이와 일고 1학년2반 친구로 만나, 내외간에 모임을 하고 있는 동곤, 태룡,종필,대진,경탁 그리고 나는 2년 전 먼저 세상 등진 고 조명규에 이어 규장이 마져 땅으로 돌아가버리니, 하늘 무너지는 슬픔 속에서도, 오늘 장지에선 고인이 즐겨 마시던 소주 폭탄을 간을 잘 맞춰 연거푸들 마시고 잘 놀았습니다. 나는 지난 화요일 밤, 도무지 알 수 없는 귀신에 홀렸는지, 세 번씩이나 규장이와 통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습니다. 내가 다음 날을 기약 하고 잠든 사이 , 규장이는 단말마적 고통속에서 신음하며 삶을 접었습니다. 통한이 없을 수 없으나 오늘은 폭탄주를 들이키며 키득거렸습니다 김병하 조운식 및 몇몇은 끝까지 남기로 하고, 경향각지에서 장지까지 와준 벗들은, 다시 살기 위해서 각자의 생업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총총 발길을 돌렸습니다. 나도, 묵고 살기 위해 점빵으로 돌아와 오후 진료를 보고 있습니다. 참 지랄같은 목숨입니다. 창졸간에 저리도 빠르게 어디론가 훠이훠이 날아가는 깃털보다 연약한 것이, 쇠심줄보다 더 질기고 모진 게 또한 목숨이라 가두리 양식장 같은 삶 속에 다시 갇힙니다. 지금쯤 봉분작업도 끝나고 마지막 제례마저 마치고 바윗덩이에 눌린 가슴을 움켜쥐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떼고 있을 것입니다. 속절없이 가버린 나의 친구, 규장아 네 아버님의 원망대로, 모든 번뇌 다 떨구고 기어코 극락으로 향하여 거기서 편히 쉬시라. 뒤 돌아보지 말고 훠이훠이 날아 가거라. 회자정리로되 거자필반은 기약할 수 없으니 섧구나.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