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작성자 김태룡 ㆍ작성일 2008-04-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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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구, 法輪을 굴리다. 석구는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 멤버다. 줄곧 경제부서에만 있었고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때는 경제부장으로서 4년간이나 20여명의 경제부 기자를 지휘하였다.   그 뒤 평기자로 돌아가 일반 기자들이 다루기 어려운 큰 줄기를 정리해 내는 기획기사를 주로 썼다. 다른 사람들은 大記者라고 부른다. 논설실장이 된 것은 지금부터 채 1달도 안되었다. 1년 반 쯤은 김대중 대통령의 자서전 중 '경제편' 집필에 참가하였다. 주로 환난 극복의 과정을 자료를 찾고 주요 핵심 인사를 인터뷰하여 파노라마처럼 정리해 냈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내공을 쌓았다고 볼 수 있다. 석구가 경제부장 할 때 이헌재 장관을 비롯한 경제부처의 수장들이 한달에 대여섯 차례쯤 점심사러 왔었다. 신문사에서 가까운 한정식 집에서 주로 식사를 했는데, 나도 나중에 그집 단골이 되었다. 그 집 아줌마가 석구를 평가했다. "정선비님은 대단해요. 경제부 기자 서넛, 경제부처 사람들 서넛 보통 그렇게 상차림을 하는데 항상 귀퉁이 자리에만 앉아요. 그리고 거의 듣기만 하고 자기 이야기는 거의 안하는 것 같아요." 참 담백한 사람이지. 살다보면 은혜를 입기도 하고 척을 지고 살기도 하는데 석구의 대인관은 "어떤 사람과도 등거리를 유지한다.' 인 듯. 好.不好의 경지를 넘어서 버린 듯한 자세다. 한 5년간 거의 모든 주말에  1박2일짜리 백두대간 종주팀에 합류하여 산을 탔다. 백두대간 종주하자면 전체 길이가 1,400Km라던가? 지 혼자 단독으로 한번 종주하고, 지 마누라랑 같이 하고, 요즘에  친구들과 한번 더 뛰는 모양이다. 그러나 특정 출입처는 후배들이 맡고 있으므로 대기자란 특별히 출입처가 없다. 따라서 기사 작성,송고 등을 하는 방이 없으므로 고단하게 취재를 한다. 마침 명동에 있는 내 사무실 공간이 좀 여유가 있어서 석구는 종종 내 사무실에 들러 일을 하곤 했다. 작년 8월 어느 날이었다. "삼성이 사주를 해서 용철이가 법무법인 삼정에서 쫒겨날 처지라서 딱한데, 삼성과 통째로 한판 붙어 볼까?" "석구야, 지가 살던 둥지에 불을 지르겠다는 용철이 입장을 두둔하는 게 모양이 안좋잖아?, 그냥 두지 그래." "생각 좀 해봐야겠어." 3주쯤 후 토요일에 다시 전화가 왔다. "기자 몇이 네 사무실에 들를 거니까 문 좀 열어 줄래?" 사무실에 갔더니 용철이가 기자들에게 둘러 싸여 있었다. 대여섯 쯤 되는 기자들이 인터뷰 각도를 잡고, 사진기자가 사진을 찍고 있다. 용철이로부터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겨레가 삼성을 상대로 거룩하고 숭고한 싸움을 거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덩치가 엄청 크고 험악하게 생긴 놈을 만나 맞장을 뜨자고 덤비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명예롭게 죽는 게 비굴하게 사는 것보다 확실히 더 나으므로 나는 지금 죽겠다."는 정도의 생사관을 갖지 않고서는 삼성과 맞장을 뜨겠다는 각오를 세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니, 내공의 정도가 한반도 전체를 관통시킬 수 있는 절정의 고수라야만 가능한 일이다. 말하자면 산이라도 무너뜨리는 기세의 法輪을 굴릴 수 있어야 했다. (法輪 ; ‘부처의 교화와 설법’을 전륜성왕의 윤보가 산과 바위를 부수고 거침새 없이 나아감에 비유하여 일컫는 말.) 우리에게는 시방 위대한 김용철,정석구,한겨레신문사,정의구현사제단이 자랑스럽다. 그 영웅들 덕택에 조준웅이 이건희의 특별변호사를 하든 말든, 삼성이 하고 있는 작태를 온 국민이 다 알게 되었다. 모를 때가 무섭다, 뭔 짓을 할 지 모르니까. 그러나 이젠 백일하에 다 드러났는데 뭐가 무섭겠나? 앞으로 삼성이 정신을 좀 차리고 반성하면 살수 있겠지만, 정신을 못차리고 좀 더 정교하게 국가를 농락하려 들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 덫에 걸려 삼성은 말라죽을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석구는 대장이 약한 것 같다. 궤양이 생긴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석구에게 술을 잘 권하지 않는다. 말 나온 김에 이번 주말에 마누라 대동하여 여주 고달사지로 부도랑 봄꽃 보러 가자고 권해야겠다.

김영주 2008-04-05 07:57	태룡이 넌, 참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는구나!  니 생업을 이루어내느라 고생 많았는데, 그 사이에 그런 일들이 있었구나!  니 전주 개업식에 참석 못해서 미안하다. 석구의 글이 단단하고 단정한 걸 보아 그의 생활도 미루어 짐작해 보지만, 니 글을 보니 그의 단단하고 단정한 생활을 더욱 잘 알겠다.  윗글의 소회섭 이영목의 댓글을 보더라도 그렇고.  가까이 사는 친구들이 서로 기대며, 서로 항상 몸과 맘의 건강을  살펴주길 바란다. 우리 친구들!  좋은 일은 북돋우어주고, 나쁜 일은 살짝 일러주어 더 가지 않도록 맘써주고, 슬픈 일에 보듬어주고 감싸주고, 화난 일에는 들어주고 다둑여주며, 정겨운 친구로 오래오래 더불어 가기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