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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명
달은 참수 당하여도 핏빛 품는 비명을 지르지 않고 몸통을 떠나서도, 높은 곳에서 어둠을 물리친다. 도시는 무정하여 핏기없는 달을 염두에 두지 않지만 달은 오히려, 고요한 달빛으로 도시의 마천루들을 덮는다. 지천명 이제는 사람의 혈기를 다 빼고 맑은 얼굴로, 고요한 눈망울이 되어 달과 눈맞춰 살아볼 일이다. 천명을 누가 죽일 수 있으랴 지천명되는 우리도,미련한 욕심들 스스로 베고 달과 같이 높은 곳에서 그윽한 산보를 거닐어 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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