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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간 애비의 넋두리
"맛이 간 놈" 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린 다음, 여러 동문들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맛이 갔다는 말은 사실 제게 여러 햇 동안의 화두였습니다. 임수경이가 애를 키우면서 소시민적인 자신의 삶을 토로할 무렵부터인 듯 싶은 데, 제 삶의 중심이 자식들을 중심으로 전환 되던 때도 그 무렵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요즘 저는 참으로 행복한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에 가 있던 둘째 딸년하고 셋째 막내놈이 한국에 오고 나서 미국에 가 있던 큰놈 때문에 마누라가 눈물바람을 하던 차에, 미국 친구놈이 미국에 있던 큰놈을 자신의 마일리지로 한국에 오게 해 줘서 오랫만에 온가족이 함께 있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이것 또한 맛이 간 징조지요. 하지만 3년만에 처음 맛보는 뿌듯함이 있습니다. 오늘 큰 놈을 중심으로 아이들하고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미 맛이 가버린 애비가, 맛이 가버린 게 무엇인지도 모른 큰아들한테 넋두리를 한 셈이겠지요. 이야기를 하면서 적어도 제 자식놈보다는 덜 맛이 가야겠다는 오기같은 것도 있었던 듯 싶습니다. 소주 두 병을 큰놈 앞에서 마시면서 했던 이야기가 대충 이랬습니다. "넌 체력도 지력도 좋다. 그걸 가지고 아빠나 엄마한테 우선 보답하지는 말라. 적어도 한민족을, 바라건대 인류 전체를 위해 써 다오." "그런 삶의 자세를 유지한다면, 아빠는 살아있던 저승에 가 있던 너를 지원하마. 네가 한해 공부에 5만불 이상이 들고 아빠가 부담해야 하는게 2만3천5백불이고, 그나마 아빠가 능력이 없어 아빠 친구가 대 주었다마는 하루에 10센트가 없어서 죽는 인구가 한해에 천만명이 넘는다."고 얘기해 줬습니다. 맛이 간 애비가 성탄절 선물 하나도 안 사주고 애들 셋을 무릎 꿇게 하고 한 소리 입니다. 두 시간 동안... 맛이 간 애비지요. 지금 그 세놈 들은 행복하게 자고 있네요.아빠 잔소리를 듣지 않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모양입니다. 적어도 꿈을 꾸는 동안 만은... 하지만 정신이 꿈속을 헤매는 동안, 인생의 꿈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올라가 자라고 했더니 아빠의 잔소리에서 해방된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는 자식놈들이었습니다. 맛이 간 애비의 넋두리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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