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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西樓
 죽이 맞아야. SuSu ParK. 2005. Oct. 3 반드시 죽이 맞아야 하는 것 중에는 등반이 있다. 자일 파티간에는 호흡이 맞아야 한다. 끈끈한 끈으로 맺어진 유대감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죽을 쑤거나 죽을 맛일 것이다. 또한 ‘죽깠네’ 욕이 절로 나올 것이다. 일본인 닛타 지로의 ‘자일파티’가 있다. 겨울산행에 나섰다가 조난당한 두 여성, 도시코와 미사코 및 주변의 3명의 남자가 등장하는 산악소설이다. 여성들만으로 이루어진 자일파티로 알프스3대 북벽을 해치우겠다는 계획을 세워… 마지막 남은 그랑드조라스 북벽을 오른 도시코는 정상 설동에서 비박하던 중에 환청을 듣는다. “안녕, 도시코 씨.” 멀지 않은 알프스 드류에서 등반하던 미사코가 낙뢰에 맞아 숨지는 순간이다. 도시코는 미사코의 죽음을 예감하고 필생의 자일파티를 떠나 보낸다. 설악산 울산바위를 하려고 새벽 4시 반에 일어났으나 비가 오니 어쩌리. 일행들과 헤어져 느긋하게 혼자 남행을 결심하고 삼척 죽서루에 도착하였다. 내마음에도 여전히 비가 내린다. 어제의 장군봉 등반의 긴장과 압박감이 방울방울 빗방울 되어 어깨 위에 흩뿌려진다. 이슬비는 가을 단풍 재촉하고, 축축하게 젖은 우죽(雨竹) 마디마디에 묵객의 시름 층층이 얹혀있는듯하다. 한 삼 년 탁발승 되어 이리저리 떠도는 것도 어떠리. 관동팔경의 하나로 손꼽히는 죽서루(竹西樓)는 제왕운기를 지은 이승휴 선생이 창건하였다고도 하나 어느 시대에 지었는지 알 수 없다고 죽서루 현판에는 쓰여있다. 이곳 누정에는 현판이 많다. 시가 있는 현판은 이승휴, 율곡, 정철, 숙종, 정조를 비롯한 16개나 된다. 죽서루(竹西樓)는 뜻 그대로 대 숲의 서쪽에 있는 누각이다. 죽죽 뻗은 대나무가 시원스럽다. 이웃에는 죽장사라는 절도 있었다. 죽서루와 대나무 또한 죽(竹)이 맞다. 죽이 맞는 게 죽서루 뿐이랴? 찌는 듯한 열대야에, 옆에서 살만 닿아도 신경질이 나는 밤. 안고 자는 여름 죽부인 또한 빼 놓을 수 없다. 죽서방이라는 것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있어도 죽일 놈이겠지만(?). 죽서루(竹西樓)에는 유래가 내려온다. 삼척의 기녀 죽죽선(竹竹仙)의 집이 누각의 동편에 있었기 때문에 죽(竹)을, 혹은 옆에 있었던 죽장사(죽장고사 竹藏古寺)에서 따왔다고도 한다. 죽장고사(竹藏古寺)라는 이름에는 묘한 여운이 느껴진다. 숙명적으로 없어질 것이라는 뜻을 내재하고 있는 듯하다. 대 숲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죽장(竹藏)을 썼겠지만 지금은 영영 가려져 없다. 거기에 옛 고(古)가 들어있어 옛 흔적도 찾을 길 없다. 서거정의 죽장고사(竹藏古寺)에는 옛 자취만 남은 절이 있다. 竹藏古寺(죽장고사) 1) –徐居正(서거정) 창창萬竹翠成圍 古寺荒凉歲月非 日暮雲深不知處 居僧何處化糧歸 얼기설기 어지러운 대나무 푸른 울타리 이루었는데 옛 절이 황량한 건 세월 때문만이 아니리 해 저물고 구름 깊어 있는 곳 모르지만 스님은 어디선가 시주를 받아 돌아오겠지. 죽장사라는 없어진 절과 이승휴 선생과 죽고 못살았다던 죽죽선의 사랑얘기는 자일파티라는 끈으로 부활한다. 전설은 삶의 비의를 전달하는 법이다. 시련이 가혹 할수록 순정은 더 명확해진다. 죽죽선은 누구나의 마음 속에 잠재하고 있을 뜨겁고 치열한 여인의 상징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 환영처럼 비록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망실됐지만, 전설이라는 영속성으로 삶을 이어간다. 이승휴가 두타산 아래에서 늙으신 어머님을 모시고 공부할 때 오십천의 깎아지른 절벽에서 낚시터를 물색하던 이승휴가 그만 다리를 헛짚어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 때 냇물 가에서 나물을 뜯던 "죽죽선"이라는 기녀가 그를 구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둘은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승휴의 늙으신 어머니의 강권으로 기녀인 죽죽선과 인연을 끊기위해 송도로 나아가 벼슬에 오르자 죽죽선은 이 오십천 절벽에 날마다 올라 님을 위해 애타던 여심(女心)을 달래던 끝에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체념하고 몸을 오십천에 던지고 말았다. 이러한 사실을 알리 없는 이승휴가 간관이 되어 마침내 충렬왕 원년에 이곳에 오자 그는 우선 옛사랑을 못 잊어 죽죽선을 찾았으나 그의 행방은 알 길이 없었다. 결국 이승휴는 지난 날 자기의 목숨을 구해준 기생 죽죽선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죽서루를 지었다고 한다. 누각에서 바라보는 오십 구비 오십천은 영원이란 이 순간이 흐르는 현재형임을 보여준다. 450여년 전에 율곡 선생이 읊었던 낚시꾼이, 신선되어 견지낚시에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물가에 발 담그고 있다. 竹西樓次韻(죽서루차운) 2) -栗谷(율곡) 誰將天奧敞華樓(수장천오창화루) 石老星移不記秋(석로성이불기추) 野外千鬟浮遠岫(야외천환부원수) 沙邊一帶湛寒流(사변일대잠한류) 騷人自是多幽恨(소인자시다유한) 淸境何須惹客愁(청경하수야객수) 會撥萬緣携籊籊(회발만연휴적적) 碧崖西畔弄眠鷗(벽애서반롱면구) 죽서루에서 시를 차운(次韻)하다 누가 하늘 도와 이 아름다운 누각을 세웠는가 그 지나온 세월 얼마인지 알 수가 없구나 들판 저 멀리 산봉우리에는 검푸른 빛 서려있고 모래사장 부근에는 차가운 물 고여있네 시인은 본래 남 모르는 한이 많다지만 깨끗한 이 곳에서 어찌 나그네의 근심을 일으켜야만 하리요 온갖 인연 모두 떨쳐버리고 긴 낚싯대 들고는 푸른 절벽 서쪽 물가에서 졸고 있는 갈매기와 놀아보리   참고 1. 다인창작 누정집경시와 시적 이미지의 창출. 최경환. PP. 227~264. 동양한문학연구 제 8집. 2. 죽서루의 현판. PP. 22~33. 삼척시립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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