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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 피면 3
 해당화 피면 3 susupark. 2005. Jun. 23. 좋은 산책요건은 무엇일까? 약간의 포만감 후가 좋을 것 같다. 민위식위천(民以食爲天)인데, 먹고 사는 것이 으뜸인지라. 약간 낯선 곳이면 좋겠다. 긴장과 설렘이 적당히 있는 낯익은 일상과 공간으로부터 탈출을 꿈꿀 수 있는. 아는 사람은 없다.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 거기에 story가 있을 법한 건물 잔해나 돌멩이 동산이 있음 좋겠다. 상상력에 기댄다면 공상의 즐거움에 빠질 수 있다. 어둡지만 고독하고, 이른 여름의 초저녁도 좋겠다. 빨갛게 물든 노을처럼 소멸의 시간 속에 존재의 이유를 부여하고 자연의 변화를 받아 들일 수 있는. 바다 바람이 불어오는 해안 가까이면 더 좋겠다. 1주일씩 혼자 출장을 가다 보면 고민 아닌 고민에 빠질 때가 있다. 하루 3끼를 뭘로 사먹을까? 어렵사리(?) 저녁을 해결한 후에는 무료함을 달래고 머리도 정리할 겸 인근 공원으로 향한다. 동해 아진포에 위치한, 나산 초등학교는 1950년에 개교하여 1998년 발전소 구역 편입으로 인해 마을 남쪽으로 이전하고 현 터는 공원이 되었다. 잔디 운동장 따라 아름드리 소나무, 히말라야시다, 플라타나스 및 뒤 쪽의 자연 송림이 그 시절의 자그마하고 아담한 규모를 짐작하게 해준다. 이 근처에는 놋쇠 학교종이 달려있었을 거고... 단층 목조건물에서는 선생님이 교무실 창문에서 팔을 내밀어 땡땡땡(시작종), 땡땡(끝종) 종을 울렸겠지? 시골의 우리학교(창평북국민학교)도 5년 전에 폐교되었다. 학교 역사도 나산 초등학교와 비슷할 것 같다. 십오리 너머에 분교까지 있었는데. 학생수가 우리 때 640명에서 40명까지 점점 줄어 결국 스쿨버스를 이용해 면 소재지로 등교한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모교가 없다. 추석 무렵이면 학교에서 열리던 동창회도 둥지를 잃었다. 올 3월에 찾았더니 닫혀진 교문에는 교육청 소유물이므로 무단 출입을 금한다고 써 있었다. 운동장은 쑥밭이 되었고 아름답던 벚나무는 돌보는 사람이 없어 어느새 고목이 다되어 있었다. 벚나무도 벗나무를 그리워함직하다. 나뭇잎을 스쳐가며 걷는 멋은 일품이다. 밤바람에 흔들거리는 잎/가지를 친구 삼아, 90년대 초반까지 슈테피 그라프와 함께 여자 테니스를 양분했던 가브리엘라 사바티니의 몸통까지 휘둘러치는 원핸드 백핸드(90년대 후반 콘치타 마르티네스나 요즈음 쥐스틴 에냉의 원조 백핸드)도 연습해보고 농구 드리볼과 슛 동작도 취해본다. 등산 매듭도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짜맞추어 본다. < 음악출처 : 학교종 - 한충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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