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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赤壁大田]
적벽대전 [赤壁大田] Susupark. ’08. May 25. 동남풍을 불러... 삼국지의 하일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적벽대전(赤壁大戰)이다. 너무 유명하여 우리나라 판소리 12 마당에도 적벽가가 있을 정도이다.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를 하고, 큰 형 유비는 유능한 참모를 구하고자 초가집을 삼세번이나 방문하는 삼고초려 끝에 제갈량을 끌어 들이게 된다. 이후 세상은 한동안 촉의 유비편이 된다.
유능한 지휘자와 완벽한 오케스트라인 이 '적벽대전'은 제갈량이 있기에 더욱 화려하다. 사악한 조조와 맞짱 떠서 납작하게 만드는 워낙 신나는 싸움이기 때문에 이후 삼국지는 조금 지리멸멸하다. 적벽대전은 10만 대 100만 대군의 전쟁이었다. 물론 중국사람들의 과장을 감안한다면 손권 연합군 4만, 조조군은 10만~15만 정도? 촉의 책사 제갈량, 오의 장군 주유, 거기다 제갈량과 쌍벽을 이룬다는 방통의 머리까지 합쳐 유비·손권은 연합 전선을 구축한다. 주유가 제갈량을 죽이려고 화살 십만 개를 구해오라 하자 짚을 쌓은 고물 배로 유유히 조조로부터 사흘 만에 화살 10만개를 얻어온다. 조조는 방통의 계책에 따라 배를 묶어두고 적벽대전을 앞두고 의기양양 노래를 부르는데, 쇠사슬로 묶인 수백 척의 조조 선단을 제갈량은 동남풍을 불러 불화살로 박살낸다.
수군이 전멸 된 후 위풍당당했던 대군을 다 잃은 조조는 불과 몇 백 명의 패잔병을 이끌고 쫓겨간다. 여기서 적벽대전이 끝나고, 조조는 화북으로 후퇴했고 손권의 강남 지배가 확정되고 유비도 형주 서부에 세력을 얻어 천하 3분의 형세가 확정되었다. 이로서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라는 절묘한 트라이앵글의 균형이 생겨 천하는 당분간 조용한 것처럼 보였다. 영웅, 호걸들의 성공과 좌절을 다룬 삼국지는 어려서부터 누구나 한번쯤 읽어 본적이 있다. 오랜 사회주의 탓인지 중국보다도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더 있단다. 전투를 승리로 이끈 오나라 총사령관 주유가 화공으로 벌겋게 달아있던 양자강 절벽에 ‘적벽(赤壁)’이란 글씨를 써 놓은 후 적벽이라 불리고 있다.
세상은 어지러운데 영웅호걸은 어디에... 우리나라에도 적벽이 몇 군데 있다. 한 곳은 학교 다닐 때 야유회 갔던 무등산 자락의 화순 이서에 있는 화순 물염적벽이 유명하다. 조선 중종 대 이곳에 유배됐던 선비 최산두가 소동파의 적벽부에서 이름을 따왔다. 김삿갓
중국에도 유명한 적벽이 두군 데 있다. 삼국지 최대의 격전지인 호북성 우한의 양자강 적벽과 소동파(蘇東坡) 적벽부의 호북성 황주를 들 수 있는데 삼국지의 적벽은 무(武)의 적벽, 소동파의 적벽은 문(文)의 적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인들은 ‘적벽’하면 소동파의 적벽을 연상하지만 우리들 악인(岳人) 클라이머는 어디가 먼저 떠오를까?
설악산의 적벽은 비선대 산장 정면에 우뚝 솟은 60~90m의 벽이다. 공룡이 노닐던 중생대 주라기에 생성된 화강암으로 산화된 철분 성분 때문에 붉게 보인다. 비선대 앞의 계류는 천불동 계곡의 시작이라 볼 수 있으며 설악파크 호텔부터 쌍천이란 이름으로 물치를 거쳐 동해바다로 흐른다. 여타의 적벽에 비해 웅장함이나 아름다움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예전에는 비선대 산장 앞의 등산로가 철제 계단이 아니라 그냥 계곡 길이었다. 계곡에서 숲 너머로 언뜻언뜻 보이는, 적벽에 매달린 클라이머들은 위험스럽게 보이기도 하고 경외의 대상이기도 했다.
시간은 때때로 등반로에 설치된 슬링을 바래게 하고 낡아 뜨려 등반자가 살얼음판을 걷게 만든다. 촉나라 사천성 성도에 있는 1700여년된 제갈량 사당인 무후사가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세월의 흐름을 견디지 못했을까 아니면 지진으로 공명의 팔진도가 풀렸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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