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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힘찬 연어처럼
거꾸로 거슬러오르는 저 힘찬 연어처럼 Susupark. 2003년 1월 15일 올 겨울을 심심하지 않게 해주겠다는 H대장이 다짐이 있었다. "내가 빙폭으로 안내하리오." 1월 초에 며칠 휴가 받아 속리산 빙폭으로 가기로 약속 했으나 갑자기 일이 생겨 취소했다. 아쉬움이 남던 차에 이번 진안의 수리폭에 가자는 말에 따라 나섰다. 빙벽화, 아이스피켈, 크렘폰은 빌려줄 테니까 달랑 몸만 오라는 말에 염치불구하고 ... 밑에서부터 올라간 얼음괴와 위에서 흘러 내려온 얼음 기둥이 서로 만나 종유석을 이룬 가운데 얼음더미가 덜 숙성된 퇴비처럼 제멋대로 얹혀있다. 이거 험상궂게 생겼구먼. 그렇담, 어떤 이름을 붙인다? '밭고랑의 두엄처럼?' 주렁주렁 걸린 고드름과 물방울인지 얼음알갱이인지 위에서 쏟아지고 폭포 중단의 터진 구멍 속으로 졸졸 흐르는 물이 보인다. 저 속으로 끼어들어가서 상단 폭포로 튀어나올 수는 없을까? 잠시나마 연어가 되어 공상에 잠겼다. 폭포주변에서 마른나무를 찾다가 호랑이를 모시는 성황당을 발견하여 잠깐 마음속으로 오늘 빙벽의, 아니 올해 산행의 안전을 빌었다. 모닥불을 피우고 따끈한 차 한잔을 끓이니 모든 것이 준비완료. 누군가가 아이스피켈을 내손에 쥐어주어 얼떨결에 빙벽에 마주 섰다. 일단 붙어보고 감을 잡기로 했다. 이거 보기와는 딴판이구먼! 얼마만큼 내리쳐야 피켈이 얼음에 박힐지, 이게 내 체중을 버틸 수 있을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폭포 중단의 오버행을 만나서는 끙끙대다 결국 내려왔다. C 교수가 똑 같은 지점에서 내려오며 털어놓는다. '나 처음에는 우습게 봤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몇 사람의 순서가 돌아갔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감이 좀 잡히고 조금이나마 경험 축적으로 인해 자신감과 시야가 좀더 넓어졌다. 아까 포기한 곳에 다다르니 여전히 까다롭기는 마찬가지다. 좌측으로 우회하는 중에 우 상단에서 옆으로 삐져나온 얼음덩이에 자일이 끼어 이리저리 고심하여 빼냈다. 오른손의 피켈은 꽂히는데 왼손은 힘이 모자라서 박히지 않고 얼음이 깨지기만 하는 우여곡절 끝에 어려운 구간을 통과했다. H대장이 "힘으로만 박으려고 하지 말고 피켈 무게를 이용해 앞으로 던져라"는 언젠가의 귀동냥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그 위의 summit는 어려운 구간은 아니었다. 포만감을 느끼면서 내려오니 주위에서 '전에 빙벽 해봤어요?' 하며 놀리면서 격려해준다. J가 기어이 비싼 대가를 치르고야 말았다. 발바닥을 모닥불에 뜨끈뜨끈 녹이다가 플라스틱 이중화가 물렁해져 신발 앞꿈치를 손가락으로 눌러보다 그게 쑥 들어가고 말았다. 애고고! 남의 새 신발에 구멍 뚫어놓았으니. 40만원도 더 되는데, 본인도 난처, 신발을 빌려다 준 H 대장도... 피켈 끝의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의 시원함과 이마의 땀이 교차된다. 오르고 싶다.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알은 어데두고 껍데기만 남았느뇨? (불상한 不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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