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3.17 08:13최종 업데이트 22.03.1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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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장비 공동병상활용 폐지, 1차 의료기관 아닌 상급병원에만 CT·MRI 설치 허용하는 악법

[칼럼] 배민영 명진단영상의학과 대표 원장, 대한갑상선영상의학회 무임소이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현대 의료는 근거중심의학의 시대로 의료 영상 진단 장비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이를 활용하는 여러 임상과와 더불어 영상의학과의 역할 또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병원에 가면 청진기 몇 번 대고, 손으로 만져보고 간단한 혈액검사 몇가지, 그리고 영상검사라고는 일반 복부, 흉부 촬영하고 나서 진단하고 치료하던 시대는 이미 오래 전이 된 것입니다. 

과거에는 집 근처 내과의원이 각 가정의 주치의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 시대는 산업화 시기로 주로 감염질환이 주요 질환이었던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질병의 경향도 변화해 나이 들면서 상대해야 될 주 질환들이 암, 뇌∙심장 혈관질환, 치매 질환, 그리고 근골격계 질환들로 대부분 만성 질환들이 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료 환경 속에서 영상진단장비의 눈부신 발전으로 의료 영상 장비가 걸음단계에 있던 20세기 초중기에 비하면, 지금의 영상의학과는 초음파, CT, MRI 등 첨단 영상촬영을 통해 몸 속을 들여다보고, 몸속의 병세를 제대로 파악하고 판독함으로써 적절한 치료로 안내하는 주춧돌 역할을 하는 필수적인 과가 됐습니다. 의료 영상 진단 장비의 발전과 더불어 진단 기술과 의학의 발전은 임상과의 진단능력 향상과 함께 환자들에게 이전에 비해 좀더 나은 치료와 좋은 예후를 보장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영상의학과 의사는 몸에 형태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질환 특히 암, 뇌∙심장혈관, 근골격계 질환의 병태 생리를 잘 이해하고 영상에서 어떻게 소견이 보이는지 가장 많이 연구하고 어떤 영상검사를 활용해 제대로 진단할 수 있는지를 오랜 기간 체험하고 연구해왔습니다. 

그만큼 의료 영상진단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고 고도의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단 한가지 검사로 질병 상태가 흑백처럼 일견에 구별될 때도 있지만, 그레이존에 있는 애매한 소견으로 보일 때가 많아 한번 더 영상 소견을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때로는 환자의 증상을 한번 더 확인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검사를 당장 해야 될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까다로운 진단절차를 통해 좀더 정확한 진단이 가능할 수 있으며 환자의 성공적인 치료를 안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암도 초기단계에서 진행성 암으로 진행되는데 5~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리고, 심장 뇌 혈관질환, 퇴행성 뇌질환, 관절질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만성 질환은 진행성 말기가 돼도 자각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음은 여러분 모두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한마디로 지속적인 주치의 개념의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했을 때는 초기 진단이 가능하나 증상이 없다고 방치하다 증상이 나타날 때 병원을 찾으면 이미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질병의 조기진단은 간단한 치료로 짧은 기간에 성공적인 완치를 할 수 있어 치료 기간의 단축, 치료비의 절약효과, 사회 활동의 손실을 줄일 수 있고 가정과 사회의 건강을 지킬 수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더 이상 강조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요즘 암은 조기 발견하면 대부분 완치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목적으로 국가는 조기 암검진을 실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고 진행성 또는 말기암으로 진단되면 본인과 가족 가정은 무너지고 참으로 고통스러운 상황을 초래하게 됩니다.

한 명의 영상의학과 의사이자 개원을 한 임상의사로서 환자와 오랜 기간 주치의로 지내다 보면 환자의 건강 취약 부분을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전 검사 자료를 분석하며 환자의 불편한 증상을 대면해서 직접 귀담아 들을 수 있으며 필요한 검사를 적절히 안내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즉, 체계적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검사의 결과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직접 교감하면서 환자분께 보다 깊이 있는 정성된 진료가 가능한 것입니다. 정성을 다하는 진료가 명의라는 것은 누가 봐도 진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영상의학과 의사가 영상 장비를 가장 효율적이고 깊이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영상의학과 의사도 만성질환의 주치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어야 하고, 건강을 필요로 하는 국민들이 영상의학과 의사와 특수장비를 늘 가까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함은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30여년간 영상전문병원을 운영해오면서 현대의료에서 영상의학과 1차 진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화질 좋은 표준 영상장비를 도입하고 전문 3차 진료 병원과 심포지움, 전문학회 참석을 통해서 지속적인 첨단영상의학 습득에 늘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개인의 건강관리는 물론 개원의료기관과 지속적인 협진을 해오고 있습니다. 1차 의료기관에서 중병이 우려될 때는 정확한 진단으로 신속하고 빠른 치료가 이뤄지게 해야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대학병원을 가려면 절차와 예약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 대한민국 의료 전달 체계의 현실입니다. 때로는 오래 기다려 진료를 받았는데 검사하고 짧은 결과 설명을 듣게 돼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낮기도 합니다. 가끔은 밀려든 환자들의 대량진료를 하다 보니 초기진단의 기회를 놓친 경우도 더러 보입니다.

환자들도 자세한 자신의 질병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규모가 큰 3차병원보다 접근성 좋고 자세한 설명을 잘해주는 개인의원, 또는 영상전문 병원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저희 병원이 개인 영상의학과 의원으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한번 영상의학과 전문 의원의 진료를 경험한 환자는 그 가족 모두가 암검진을 포함한 정기건강검진 관리를 본원에서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또한 매우 만족해하고 있어 환자들이 직접 많이 찾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다보니 암 조기진단률 또한 꽤 높아졌습니다. 폐암의 경우는 우리나라 평균 20% 정도의 조기진단율을 보이는데, 제가 운영하는 병원의 경우 90% 이상이 조기진단의 경우였습니다. 진료를 받던 환자 중에는 3번이나 암을 발견해 준 경우도 있고 지금도 건강한 삶을 지내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역병원(내과, 가정의학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등)에서 저희 영상의학과 의원으로 환자를 의뢰해 협진을 하는 과정은 병에 대한 진단을 신속하게 해 바로 적절한 치료로 안내하며, 특히 응급 질환인 경우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지금은 대학병원에서 검사가 밀린 급한 환자들도 저희 병원으로 검사를 오기도 합니다.

실제로 제가 운영하고 있는 영상의학과 의원은 현재 서울 강서구에서 지역거점 영상의학과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2021년 1년간 429개의 일선 의료기관에서 5636건의 영상 검사를 의뢰를 받아 1차 의료기관의 진료활성화에 큰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거점 영상의학과가 존재함으로서 장비가 없는 1차 의료기관이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를 무조건적으로 상급병원으로 전원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 후 선별해 경증의 경우 직접 처방과 관리를 해주고, 중증질환의 경우는 영상검사를 통해 1차적으로 진단을 하고 영상자료를 지참하기 때문에 상급병원에서도 더욱 신속한 치료가 가능해집니다. 무조건적인 3차 병원 방문과 같은 의료 전달 체계의 붕괴를 일으키지 않고 환자와 1차 의료기관 모두 상생 할 수 있고 진단적인 측면에서도 신속한 진단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의 본질을 무시한 경제논리로 시작된 공동병상 활용제도는 영상 개원의원을 포함한 1차의료기관이 특수장비를 가지고 더 이상 개원을 못하게 하는 악법으로 문제가 많다고 꾸준히 지적돼 왔습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선안은 공동활용병상 제도를 폐지하고, 자체 보유 병상 수의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병상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의원급의 특수 장비 설치가 원천적으로 봉쇄됩니다. 

개원가의 1차 진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에 필요한 특수장비 보유나 영상의학과 의원의 협진이 필수적입니다. 만약 개인의원에서 고가의 영상장비를 쉽게 구비할 수 없다면 영상의학과 개원의를 공동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 거점 영상의원 시스템을 활성화 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마련 또한 필요합니다. 이런 1차의료기관을 무시한 상급병원 위주의 공동병상활용 제도 폐지는 의료의 주춧돌을 빼고 기둥을 세우려는 것입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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