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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움], 할리우드에서 길을 잃다.
[엘리시움], [디스트릭트-9]을 만들었던 닐 브롬캠프 감독이 새로 만든 작품이다. [디스트릭트-9]에 홀딱 반했다. 또 다른 [디스트릭트-9]에 목말라서, 무조건 달려가 보았다. 좋아하는 맷 데이먼이 나온다니, 더욱 기대하였다. 조금은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그 만큼 [디스트릭트-9]을 좋아했다. 시대배경은 2154년, 무려 150년 뒤에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지구촌은 황폐하고 오염에 찌들어 내버려지고, 중심무대인 로스앤젤레스는 꾀죄죄한 빈민굴로 변해 있었다. 황량한 그 첫 장면은 지구 밖에 단정하게 다듬어진 부자들의 천국 ‘엘리시움’이 펼쳐 보여주는 장대한 문명도시와 함께 눈길을 사로잡았다. [디스트릭트-9]와 마찬가지로, [엘리시움]도 ‘선택받은 사람과 버림받은 사람’ 사이의 갈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선택받은 사람과 버림받은 사람’ 사이의 갈등을 그려내는 솜씨가, [디스트릭트-9]은 복합적이고 숙성이 깊으나 [엘리시움]은 단순하고 상투적이다. [설국열차]처럼, 가난한 사람들은 무턱대고 좋은 쪽이고 부유한 사람은 무턱대고 나쁜 쪽이다. 이렇게 善과 惡을 확실하게 갈라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면, 곱씹을 만한 깊은 맛도 없고 스토리에 긴장감도 오지 않는다. [디스트릭트-9]에 비해서 돈을 훨씬 더 많이 들인 [엘리시움]의 비주얼은 훨씬 장대해졌지만, 감독의 관점은 사회파에서 민주파로 싱거워졌고 숙성도도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디스트릭트-9]은 * 대중재미 A0 · * 영화기술 A+ · * 감독의 관점과 내공 : 사회파 A+, [엘리시움]은 * 대중재미 A0 · * 영화기술 A+ · * 감독의 관점과 내공 : 민주파 B+.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66178&videoId=41740&t__nil_main_video=thumbnail 미국 할리우드는 미국 바깥에 눈에 띄는 감독이나 배우를 끊임없이 끌어당긴다. 우리나라 감독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그리고 배우 장동건 비 전지현 이병헌 배두나도 그러했다. 봉준호와 이병헌은 그나마 겨우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 같다. 로마를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했던가? 그래서 할리우드로 가면 할리우드의 법에 따르다보니, 할리우드 냄새를 지울 수가 없는 모양이다. 내가 아는 한, 모두가 그러했다. [디스트릭트-9]의 닐 블롬캠프 감독도 그러했다. 맷 데이먼의 [엘리시움]이 할리우드 냄새에 쩔어들어서, 톰 크루즈의 [오블리비온]과 거의 비슷해 보였다. 여기저기 틈새에서 닐 감독의 냄새가 없지 않지만, 기본 스타일이 할리우드식 블록버스터이다. 할리우드에 갔다가, 길을 잃어버렸다. 맷 데이먼은 탄탄한 근육보다는 예리한 두뇌가 훨씬 어울리는데, 근육질 액션으로만 몰아넣었다. 실망감이라기보다는 이질감이다. 빡빡머리도 별로 카리스마가 없다. 감독이 할리우드 부자촌에서 헤맬 게 아니라 조촐한 고향땅에서 편안하게 작품을 만들었더라면, 맷 데이먼이 훨씬 멋졌을 텐데 . . . . 조디 포스터, 오랜만이다. 부쩍 삭았고 해쓱해졌다. 그녀의 독특한 개성이 살아나지 못하고 주어진 캐릭터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샬토 커플리, [디스트릭트-9]에서 평범하다 못해 찌질해 보이기까지 하다가 그 찌질한 순박함이 오히려 자기도 모르게 위대한 영웅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시니컬한 풍자로 세상사를 비꼬는 메타포가 복합적이면서도 깊은 숙성을 준다. 그 독특한 캐릭터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해낸 배우가 초짜 배우라는 걸 나중에야 알고서 더욱 놀랐다. 그의 그런 역량을 눈여겨 본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다. 이젠 아예 전문배우로 나섰는지 [A특공대]에도 출연했고, 최근엔 안젤리나 졸리와 함께 [말레피센트]에도 출연하고 있단다. [엘리시움]에선 악당 킬러로 나온다. 캐릭터가 사뭇 다르고 분장도 부쩍 넘쳐서, 처음엔 그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중반을 넘어서야, “아니? 이 악당이 그 찌질남 또라이였던 거야?” 전혀 색다른 변신에 놀랐고, 그가 놀라운 초짜 배우가 아니라 개성이 넘치는 중견 배우가 되었음에 박수를 보낸다. [디스트릭트-9]의 독특한 맛과 깊은 숙성이 널리 소문난 모양이다. 그 뒷소문 때문인지, 잠시나마 흥행1위를 달린단다. 기본 스타일이 흔한 미국 SF블록버스터를 벗어나지 못하니까, 흥행1위가 그리 길게 가지 못할 것 같다. [디스트릭트-9]만한 영화를 만든다는 게 참 어렵지만, 그래도 앞으론 할리우드를 기웃거리지 말고 자기만의 본 모습을 되찾아서 또 다른 엉뚱하면서도 독특한 작품이 나오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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