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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들 철영이 보아라.
안개인지,스모그인지,황사인지 일수 없는 기분나쁜 희뿌연 기운이 서울하늘을 뒤덮은지 열흘만에 비가 내리고 있다. 아빠는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새벽을 열고 일어나 앉아 이러저러한 상념에 잠겨 있었다. 그리고 이제 곧 유학을 떠나는 너를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철영아, 너는 3개월 뒤에 이역만리 캐나다로 유학을 가게 된다. 그리고 너는 한 사람의 독립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너는 그간 부모에게 의존해온 네 생활을 탈피하여 모든 일을 너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이젠 언제 일어나서 언제 잠들 것인지, 공부를 할 것이지 말 것이지, 무엇을 읽을 것인지, 주말에는 무엇을 하면서 놀 것인지, 장차 어떠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인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네가 네 운명을 결정해 나가는 것이다. 아빠 세대들이 시골에서 성장하던 시절의 교육환경은 지금 너희들하고는 아주 달랐다. 우선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자식들을 많이 두었으므로 그 많은 자식들에게 세세하게 신경을 써줄 수가 없었다. 더구나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지 못했기 때문에 하루 종일 들에 나가 있거나 장사를 해야 했다. 그래서 학생들은 대부분 스스로 공부했다. 학교에서 선생님의 수업을 들은 것 이외에는 교과서와 참고서 몇권에 의존할 뿐이었다. 우리는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충분치 못해서 음악이나 가정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부터 땜방수업을 받기도 했었다. 집에 좀 여유가 있고 교육을 더 받을 필요가 있는 학생들은 보통 광주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다. 광주에서 학교를 다니는 애들은 집에서 쌀과 김치를 얻어다가 연탄불로 밥을 해 먹으면서 학교를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도시 애들이 별로 부럽지도 않았고 두렵지도 않았다. 그 때 아빠는 '내가 좀더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즉,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나 자신의 내부 문제라고 생각했었지, 여건이나 환경을 탓하지는 않았었다. 교육이란 자기 스스로가 무엇을 섭취하고 무엇을 버릴지, 지금 나아가야 하는지 후퇴해야 하는지를 판단하고 결정하면서 스스로 지혜로와지는 과정이다. 좋은 교육이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받는 사람의 자세와 마음가짐이다. 교육환경은 불필요한 간섭이 작은 시골이 좋은 것 같다. 아빠는 시골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과정을 마친 것을 큰 행운으로 생각한다. 시골에서 성장한 덕에 나에게 남다른 독립심과, 어려움이 생겨도 그것을 이겨나가는 의지력이 생겨난 것 같다. 철영아, 지금 네 생활은 크게 반성되고 개선될 필요가 있다. 너는 모든 판단을 지나치게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학원에 나가고, 시간나면 컴퓨터 게임이나 하는 그런 자세는 반드시 교정되어야 한다. 청소년기에 막 접어든 중학교 2학년인 지금이 방향전환에 좋은 때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고민 끝에 너의 유학이 결정되었다는 것을 이해하기 바란다. 철영아, 이제 집에서 나가거라. 부모 품에서 떨어져 나가거라. 언젠가는 독립해야 할 것인데 차라리 지금 나가는 것이 낫겠다. 네가 집을 떠나더라도 네 학교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은 보내 줄 것이다. 아빠가 늘 이야기해 왔던 것처럼 너희들에게 유산을 물려주지 않는 대신에 대학을 마칠 때까지 교육은 시켜주겠다. 그 이후에는 아무 것도 받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아빠의 여건이 미치지 못해서 네가 대학에 다니는데 필요한 학자금을 못보낼 수도 있다. 그런 경우가 닥치면 네 앞길을 스스로 헤쳐 나가기 바란다. 토론토에서도 300Km나 북쪽에 있는 인구 3만명의 조용한 소도시 Stadford에 설립된 Nancycampbell학교는 너에게 훌륭한 교육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믿는다. 너는 그 학교에서 세계시민으로서 살아나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관리능력, 인간미를 갖춘 교양인, 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해, 지도력의 배양, 사회성의 확립등이 그 학교가 지향하는 교육방침이라고 했다. 전교생이 200명인데 비해 교사가 18명이나 되고, 모두가 1인 1실의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만큼 교육환경은 그만하면 된 것 같다. 중국, 한국, 멕시코에서 유학온 학생을 상대로 해서 부족한 영어를 특별히 지도하는 과정도 있더라. 주말에는 그 쪽 선생님들의 협조하에 너 나름대로 무언가 뜻있는 일들을 해보기 바란다. 그 학교의 홈페이지(http://www.nancycampbell.net)에 들어가 세세히 살펴보아라. 이번에 외국에 나가서 네가 성공적으로 적응하느냐 못하느냐는 네 인생에 아주 커다란 모멘텀(지렛대)가 될 것이다. 여기에서 성공하면 미국의 일류대학에 진학하여 세계를 이끌어 나가는 지도자들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낙오하는 경우에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철영아,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네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너 스스로라는 것을 명심해라. 그리고 남은 3개월 동안 유학준비에 만전을 기해라. 내 사랑하는 작은 아들의 미래에 부처님의 자비가 넘치기시를 기원한다. 2003년 5월 25일 아빠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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