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트 PHP

ㆍ작성자	김영주
ㆍ작성일	2014-06-12 (목)

ㆍ추천: 0 ㆍ조회: 1044

@안타까운 [우는 남자]와 장동건!

[우는 남자], 영화는 요란뻑쩍한데, 심장은 왜 이리도 미지근할까? 다른 영화에서 많이 만난 장면들뿐이라 그러할까? 킬러 장동건이 구경꺼리이긴 하지만, 희로애락을 밀고 당기는 감동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정범감독의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할 순 없다. [열혈남아] [아저씨] 그리고 [우는 남자], 이 정도면 영화를 잘 만든다. 이 세 영화에서, 그는 슬픔의 코드를 ‘엄마와 자식’으로 잡았다. 수컷들의 피비린내가 흥건한 난장판에 ‘엄마와 자식’ 사이의 눈물겹게 시린 사연은 좋은 양념이다. 그런데 그는 강렬한 액션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그 눈물겨운 사연을 섬세하고 차분하게 엮어내질 못한다. [화차]에서 김민희의 연기가 돋보여서, 그걸 눈여겨 본 감독이 이 영화에 끌어다 붙인 것 같다. 그러나 스토리가 부족한 탓인지 엄마의 애달픔보다는 영특함이 더 드러났고, 그녀의 슬픔에 함께 실려 가야 할 장동건의 애달픈 사연도 그 슬픔에 깃들어 스며들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영화 전체에 감동을 만들지 못하고, 장동건의 개인기만 보여주는 데에 그치고만 셈이다. 그나마 [열혈남아]가 괜찮았는데, 나에겐 어설픈 전라도 사투리가 그 슬픔을 방해했다. [아저씨]도 원빈의 비장함을 날렵한 액션에 담아내어서 인기를 끌었지만, 핏빛이 너무 넘쳐났다. [우는 남자]에선 그마저도 총알낭비로 이끌어가니 핏빛은 낭자해도 오히려 지루하다. [아저씨]에선 우리 영화에 액션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지만, 앞으론 액션을 절제하고 관객들의 감정을 움직이는 사연을 섬세하게 그려가는 스토리텔링을 늘리는 게 좋겠다. 그리하려면 [열혈남아]의 초심을 다시 다잡아야 할 듯하다. * 대중재미 B+, * 영화기술 A0, * 감독의 관점과 내공 : 옅은 사회파 B0.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78931&videoId=44408&t__nil_VideoList=thumbnail

장동건, 그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때, 어느 쑈에서 꽃미남으로 소개되었다. 풋내 날만큼 새파랗게 앳된 얼굴이 만화 속 주인공 같았다. 너무나도 만화 속 주인공이나 마네킹처럼 잘 생긴 게 오히려 인형처럼 착각을 일으켜서 “연기는 잘 하려나?” 염려스러웠다. 드라마[마지막 승부]에서 그를 만났다. 그의 연기력에 호기심보다도, 깃발을 날리던 이상아가 조연이고 처음 보는 심은하가 여주인공인 게 의아해서 “이상아 심정은 어떨까? 그렇게 된 사연은 무얼까?” 요리조리 괜한 상념에 빠졌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인지라 답답했지만, 그대로 세월 속에서 그 속사정이 조각조각 흩어져서 들려왔다. 장동건도 발군이고 심은하도 발군이어서 두 사람이 함께 단 한 방에 찬란한 태양처럼 쑤욱 떠올랐다. 이번 드라마[별 그대]의 김수현과 전지현에 결코 못지않았다. 그야말로 신드롬이었다. 드라마[의가형제]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보지 못했다. 어느 날 [친구]를 포스터로 만났다. 흑백사진이 빛바랜 듯한 누리끼리한 바탕에 나머지 세 놈과 함께 호크 풀고 윗 단추 하나를 열어젖힌 채 쏘아보는 눈매와 표정이나 몸짓이 단박에 나의 그 때 그 시절로 쏘옥 빨아들였다. 포스터 한 장에 이런 감흥을 느낀 건 생전 처음이다. 그 포스터에 이끌려서 곽경택감독이 누군지도 모른 채 무조건 달려가 보았다. 그리곤 난 내 평생 가장 감동적인 ‘깡패영화’를 만났다. 모든 게 대단했지만, 그 중에서도 장동건의 캐릭터에 가장 빨려들었다. 아직도 그 모든 장면의 표정과 몸짓 그리고 말씨에서 음색까지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 뒤로도 비디오나 다운로드로 서너 번을 보았지만, 그 장면 그 장면마다 감탄사를 연발한다. 쌍스런 욕설이 그토록 예술일 수가 없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듯이 쓰다듬으며 “니가 가라, 하와이!”에선 느와르의 서늘한 비장감이 정수리까지 뻗쳐올라왔다.

그토록 대단했던 그가, 그 뒤로 찍은 작품 중에서 흥행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영화가 없다. 1000만 관객을 넘어선 [태극기 휘날리며]가 있지만, 영화 자체는 별 볼 일 없는데 [쉬리]로 흥행한 강제규감독의 명성을 올라탄 관객몰이 마케팅이 작용했다고 본다.( [마이 웨이]는 그것마저 시들해져 무너졌다. ) 곽경택감독의 [태풍]도 어이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중국의 무협영화[무극]빼고는, 연기가 좀 오바하는 듯하지만 잘못했다고 말할 순 없다. 허진호감독의 [위험한 관계]가 참 좋은 기회였는데 상당히 아쉽다. 우리나라 남자배우에서 최고로 꼽힐만한 배우의 흥행성적이 너무나 좋지 않아선지, [우는 남자]의 인터뷰에서 지난 10여 동안의 회환을 털어놓았다. 그 동안 전지현이나 최민수와 함께 장동건이 그 이름값을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연기력이 좋고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는데, 왜 그럴까? 이런 걸 두고 작품운이 없다고 하나?” 전지현은 [도둑들]로 화악 살아나더니 [베를린]을 딛고 드라마[별 그대]로 완전 최고의 꽃송이로 피어올랐다. 최민수는 안타깝게도 그대로 주저앉을 모양이다. 장동건이 이번 [우는 남자]로 화악 살아나길 바랐는데, 영화 자체가 매너리즘에 빠져들면서 함께 묻혀갈 듯하다.

영화도 안타깝지만, 장동건도 안타깝다. 실력있는 배우이고 능력있는 감독이니, 다시 좋은 작품으로 그 실력과 능력이 제대로 박수 받고 흥행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