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근황
벌써 재작년 무슨 일 때문에 국회에 있는 동문 선배 한분을 만나는데 대뜸 우리 동기 이상호 때문에 관계에 있는 동문들 입지가 어려워졌다고 이상호를 욕하는 거야. 그래서 사실이 어찌된 것인지 모르고 그러지들 말라고, 내가 상호를 잘 알지 못하지만, 내가 아는 한 상호 성격이 그렇게 정치적이지 않다고, 왜 성질을 내고 그러냐고 쏘아 준 적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랜드마크라는 시행사를 차려 사업을 시작한 상호한테 좋은 소식이 있는 모양이다. 무려 2년여를 끌어오던 재판에서 우리 상호가 아무런 죄가 없음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고 한다. 우리 모두 축하할 일이다.
욕심과 사랑 사이
내가 중앙일보 기자로 있을 때 1년이면 서너차례 취재닌 연수니 해외 나갈 기회가 있었어. 그때 시간이 나면 꼭 둘러보는 곳이 박물관, 도서관, 공원이었어. 문화와 휴식의 인프라가 훌륭하다는 것을 보고 아이들에게 재산을 무려주지는 못할 망정, 견문은 넓혀주자고 생각했지. 그래서 서너살 때부터 해외 캠프에 달랑 보내고 가끔은 식구들끼리의 해외 여행도 하고 그랬지. 그러다가...
큰애가 국민학교 5학년때부터 학원에 다니더니 6학녀이 되니까 12시에에 끝난다는 거야. 이게 아닌데 싶더라고...
우리 학교나 학원에서 아이들이 하는 게 무얼까. "머리 뚜껑 열어놓고 선생이 푸는 거 담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어. 난 그게 싫었어.
중앙일보를 그만두고 나도 좀 쉬고 싶어서 지지난해 연말에 뉴질랜드 크아이스트처치에 3주정도 식구들과 머물기로 했었어. 크리스마스 파티, 뉴이어 파티에 참가하고, 바닷가가서 전복도 따고, 그렇게 보내다가 우리 부부는 바로 들어오고, 아이들은 그곳 3주짜리 YMCA 캠프에 참가하기로 했지. 그런데 큰놈이 2월말까지 그곳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거야. 덩달아 딸내미도, 막내도 그러는 거야. 이곳에서 인터넷으로 어레인지해주고... 2월 중순이 되었는데 또 큰놈부터 그곳에서 학교에 다니겠다는 거야. 그게 벌써 1년하고도 8개월이 되어버렸네.
우연이 겹쳐서 그리 된 것이고, 내란 놈의 성격이 절대 지난 일에 후회를 하지 않는 놈이라 그런지 몰라도 참 잘했다 싶어. 다들 적을을 잘해 한국에 오고 싶다는 말 대신 엄마만이라도 그곳에 와서 같이 살면 좋겠다고 해. 막내놈 이야기는 헤어지고 나서 1주일만 지나면 잊어버린대.
조기 유학을 생각하는 친구들을 위해 몇마디 하고 싶어.
1. 스포츠클럽
영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절대 과외같은 것 하지마. 그보다는 방과 후에 자기가 좋아하는 스포츠클럽에 가입하는 것을 권하고 싶어. 우리 막내 놈은 알파베트도 모르고 간 놈인데 한 석달 바보처럼 지냈나봐. 그러다가 수학 경시대회에서 학교 우승을 덜컥 해버렸어. 60분 안에 문제를 푸는데 이놈이 2분 6초만에 문제를 다 풀어버렸대. 그러고 나니 학교 사내애들이 자기들 스포츠 클럽에 들어오라고들 하는 거야. 결국 축구 클럽, 골프 클럽, 수영 클럽, 럭비 클럽에 가입을 했대. 그러고는 친구들 틈바구니에서 놀면서 영어를 배우는 거야. 요즘은 Writing과 Speech에서도 excellent를 받는다고 해. 그런데 무엇보다도 스포츠 그 자체를 중요시하는 것 같애. 모든 학교 신입생들에게 주는 장학금 가운데 수학과 스포츠 우수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이 없는 학교가 없어. 과학이 없는 학교는 있어도...
2. 정답이 없는 교육 시스템
뉴질랜드는 10주가 1학기고 2주 방학 이런식으로 전체가 4학기 시스템이야.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수업이 교과서도 없이 주제만 가지고 하는 거야. 주제만 선생님이 주고 학생들이 10주 동안 자기 스스로 계획을 세워 10주 동안 탐구하는 거야. 매주 집에서 탐구한 것을 발표하고, 다른 애들 한 것을 가지고 토론하고, 정리하고 마지막 주에 자신의 전부를 다시 정리해서 발표하는 식이야. 10주 동안 친구들이 연구한 15개 정도의 발표를 듣고 함께 토론하는 과정에서 지식의 외연을 넓히는 거지. 과학에서는 해양생물, 곤충, 칼라 이런 것들이 한 학기의 주제야. 그러면 아이들이 어떤 놈은 펭귄을, 어떤놈은 고래를 , 어떤놈은 삼치를 연구하는 거야. 매1주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계획을 세워 하는 거야. 선생은 옆에서 충고하는 정도야. 얘를 들면 먹이사슬을 포함시키면 어떻겠냐 하는 식의...
3. 도네이션
학부모의 도네이션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야. 많은 동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야. 50불 정도의 도네이션이 일반적인 것 같애. 여러 바자회 같은 것도 있고... 나는 외국인이라서, 한국을 알리는 책과, 월드컵때 공항에서 나눠주는 볼펜을 200개 얻어서 가져다 줬는데 아주 좋아하더라고. 그걸 월드컵을 보고 느낀 점을 발표하게 해서 모든 학생들한테 나눠줬대.
4. 자치 활동
어려서부터 자치 활동을 하는 것을 아주 중요시 하더군. 우리 딸내미는 크라이스트처치 신문에 인터뷰를 했는데, 이유가 우유팩 모으기 때문이었어. 우유팩을 모으지 않더래. 그래서 자기반에서 우유팩을 모으기를 시작했는데, 그게 전체 학교로 확산되고, 시 전체로 확산되었나봐. 초등학교 6학년 동양 여자애가 기특한 짓을 한 걸로 되었나봐. 그 뒤로 딸내미는 유명 학생이 되어 지금 중학교에 갔는데 거기서도 인기 캡이야.
5. 생일 파티
어린 아이들 사교에 상당히 중요한 행사야. 조그만 학용품 정도가 선물이고. 우리 아이들은 하숙생인지라, 피자 가게나, 햄버거 가게에서 해. 하지만 현지인들은 대부분 집에서 하고, night over로 하더구만.
6. 영어?
24시간 영어를 쓰는 환경인데...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게 아이들에게 더욱 좋다고 봐.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다보면 말은 자연스럽게 되는 게 아니겠어? 숙제만 제대로해도 자연스럽게 영어는 되는거야. 아이들에게 너무 스트레스 주지 않도록 해.
7. 체크
애들만 놔두면 불안하지. 나는 딱 두가지만 체크해. 새로 사귄 친구들이 누군지 물어보고, 스포츠클럽의 시합 결과를 물어봐. 친구들이 늘어나고, 스포츠 클럽에 열심이면 학교 생활이나 성적은 자동이라고 봐.
8. 방학 중 활동
지역사회에서 상당히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 가격도 싸고, 계절 상품도 있고... 승마학교나, 스키학교 같은 거도 있고.... 그런 데 적극적으로 활동하도록 유도하는 게 낫지 않겠어? 우리 딸내미는 방학 때면 친구들 7명과 승마캠프에 가서 1주일을 말타고 오는데 우리돈으로 20만원 정도야. 이제 벌써 자기 단골 말이 있는데 가기 전부터 보고 싶어 하고, 돌아와서도 눈에 선한가봐. 거기서는 같은 승마 클럽의 다른 학교 친구들하고 저녁먹고 나서 노닥거리는 재미가 있나봐.
9. 욕심이냐, 사랑이냐
나는 내 욕심 때문에 아이들이 거기서 학교 다니는 것을 허락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해. 우리의 교육 시스템을 인정할 수 없었던 차에 아이들이 선택해서 힘들지만 허락한 거야. 그곳 생활을 아이들이 즐기는 것 같아서 다행일 뿐이야.
김재수: 츳츳츳 꼬드김에 넘어가지마라.
엄마까지 데려가 버리겠다고?
츳츳 나중에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겠네,
나이 먹어 혼자 살면, 별로 재미 없을 것 같은데.
.
웃자고 하는 소리고.
애들 교육 아니 공부가 문제야 문제는.
잘지내냐?
뉴질렌드 참 좋더라.
한 1주일 산에 트래킹 코스따라 걸어 봤슴 좋겠더라.
내가 한5시간 걸어봤는데,
산 트랭킹 코스가 산악자전거가 다니도록되어 있도록 잘되어 있고,
군데군데 모텔급 산장이 있고 호수가 많으니까 경치 좋고,
지름 1미터급 고사리나무들 우거져 있고, 등등 좋더라.
관광안내에 1주코스, 1달코스 뭐 그런씩이드라.
.
누구그러겠다.
갈디 없어서 거기가서 산에갔냐고. -[09/04-14:56]- 신재형: 재수는 산에 갔따고?
나는 주로 바다로 다녔어. 한번은 물때 맞춰 카이코우라 라는 델 갔는
데 내 손바닥보다 더큰 전복을 한 50개 따서 그자리에서 먹어치웠어.
어떻게 잡는지 알려주지.
준비물? 대검 한자루, 초장
썰물때 물이 그냥 빠지는 게 아니라 들랑날랑하면서 빠지지 않아. 근
데 한 100Kg 바위를 골라. 잘 보면 바위에 아주 제대로 미역 뿌리 같
은 게 붙어 있어. 바닷물의 들랑날랑하는 리듬에 맟춰 바위를 흔들다
가 뒤집는거야. 그러면 그 바위 아랫부분에 손바닥보다 더 큰 전복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거야. 대검을 집어넣고 따내면 돼.
주의사항? 1인당 5개 한, 직경 15cm 이상만 채취할 것.
안 그랬다간? 벌금이 돈 100만원 나오지 -[09/07-02:58]-
83
ㆍ작성자
김태룡
ㆍ작성일
2003-09-02 (화)
ㆍ추천: 0 ㆍ조회: 1509
자식하나 가슴에 묻고
오늘 새벽 4시에 집에 도착했습니다.
캐나다의 시골 마을에 둘째 아들을 떨구고 온지 23시간만입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짐을 풀고 있는데 캐나다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내일 학교갈때 뭘 챙겨 가야해?"
"응? 우리도 몰라. 주인집 Dale 아줌마더러 물어서 해결해라."
이말을 마치고 돌아서는 순간 다시 전화벨이 울렷습니다.
"엄마, 아빠! 너무 보고 싶어. 사랑해. 이메일 보냈어."
울먹거리는 애를 달래기에 앞서 아내는 전화기를 쥔채 통곡을 하며 몸부림합니다.
아내를 달래던 나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습니다.
철영이는 우선 주인집 컴퓨터의 영어자판을 이용해서
"Yok muk u myun su rado Momirang Dadrang gachi salgo sipuyo!"라고 써 보냈습니다.
영문은 서툴지만 보내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해서 그렇게라도 쓴 모양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아내는 누워 있고 내 눈에서는 눈물이 그치지 않습니다.
아직 어린 놈에게 부모 욕심을 앞세워서 무리한 요구를 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 후회하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어제 철영이를 하숙집에 맡기고 돌아서는 순간까지만 해도 내가 이렇게 여린 사람인 줄 몰랐습니다.
그 전까지는 무언가가 내 가슴을 밀고 올라오는 것 같긴 했어도
캐나다 현지에서 애를 누가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를 알아보고
학교의 관계자들,하숙집 아줌마, 현지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 슈퍼마켓 아저씨 등에게 우리애 잘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하느라고 정신없었습니다.
그런데 애 방에 학용품과 옷가지등 생활용품을 정리해 주고
귀국 비행기 시간에 맞춰 차를 타려고 하는데 갑자기 앞이 캄캄한 것입니다.
"아, 저 놈이 얼마나 막막할까? 얼마나 외로울까? 얼마나 괴로울까?"
미칠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애는 우리보다 더 속이 깊어서 전혀 슬픈 내색을 않고 잘 참는다 싶었는데
우리랑 헤어져서 집모퉁이를 돌아설때 샤쓰에 얼굴을 묻는 것이 보였습니다.
차를 운전해 오는데 흐르는 눈물이 앞을 가려 정신을 가누기조차 힘들었습니다.
나는 아직 부모를 비롯한 혈육을 잃어 본 적도 없고,
불같은 연애를 하다가 애인과 헤어져본 경험이 없어서 이별의 괴로움을 몰랐었는데
혈육을 떼놓고 오는 순간 애간장이 녹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일찌기 석가모니께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괴로움을 태어나서 늘고 병들어 죽는 괴로움과 같은 반열의 괴로움이라고 하시면서 그러한 집착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고제를 멸해야 열반에 들수 있다고 설파하셨나 봅니다.
일전에 어떤 선배에게 자식을 외국에서 공부시키겠노라는 상의를 드렸더니
"자식이 외국으로 떠나면 남이 된다는 사실을 냉엄하게 받아들일 자신이 있느냐?"고 되묻더군요.
그때는 외국 공부의 장점만 생각나고 내가 제법 차가운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말을 건성으로 흘렸는데 이제야 그 말이 뇌리를 칩니다.
그 애는이제 거칠고 험한 인생의 바다에 내 던져진 채 거의 자기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항해를 시작한 것입니다.
나는 나와 그 애와의 부자관계라는 끈에 묶여 눈물을 보일 것이 아니라 장도를 축하하는 노란 손수건을 흔들어 주는 것이 맞겠지요.
하지만 그건 논리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고 애가 불쌍하고 내 속이 타는 것을 어찌합니까?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다가 문득 생각을 고쳐서 자식을 가슴에 묻기로 했습니다.
지금 복받혀 오르는 감정은 머지 않아 세월이라는 모진 묘약에 희석되어 색이 바래질 것입니다.
나는 그 위에 뚜렷하게 그 애의 앞날을 밝혀 줄 지침들을 이성이라는 펜으로 써 나가기로 했습니다.
비록 늦게 깨치긴 했지만 애비가 못다한 자식 교육을 외국인에게 통째로 맡길 일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자식이 떨어져 있다고 해서 꼭 교육이 안되라는 법도 없겠지요.
나는 이제 그애에게 거의 매일같이 정성스럽게 쓴 이메일을 보내려고 합니다.
우리애가 공부하게 될 곳은 인구 삼만이 채 안되는 관광과 예술의 도시입니다.
캐나다의 토론토와 미국의 디트로이트 중간에 위치한 곳에 영국인들이 정착하면서 세익스피어가 태어난 동네 이름을 따 STATFORD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영국의 지형을 본떠서 호수 주변에 마을을 형성하고 세익스피어 연극을 제대로 공연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 연극이 하나의 테마가 되어 축제가 이루어지고,
그 축제는 미국과 캐나다의 오대호 일대에 명물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아름다운 전원마을에 세익스피어의 고전극이나 뮤지컬을 상시 공연하는 극장만 넷이나 둔 아주 특색있는 도시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아름답고 안정감있는 이 도시는 뜻있는 사람들이 오랬동안 준비하여 이룩한 것입니다.
이 도시를 소개하는 팜플렛에는10년에 걸쳐서 문화예술 발전기금을 5천만불을 모으려고 계획하여
작년 말까지 2천8백만불을 모았다는 보고서가 있습니다.
그 모금의 대부분은 자선가의 기부금과 공연수입으로 되어 있고 정부보조금은 5%에 불과했습니다.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새벽에 일어나 도시 중심을 이루는 공원으로 나갔습니다.
둘레가 7Km나 되는 호반을 달리면서 수백년에 걸쳐 가꾼 경관의 아름다음에 취하였고,
그것을 이룩해내는 과정에서 그 사람들이 흘렸을 땀과 눈물을 생각하면서 가슴이 찡했습니다.
그날 오전 아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잔소리를 해댔습니다.
"부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서 세익스피어를 알고,
연극과 공연을 알고,
더 나아가 이 곳의 문화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거라.
그래서 시민으로서의 문화적 자부심을 키우려무나."
자식놈이 내 말뜻을 제대로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곳 사람들의 느긋한 표정,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 아름다운 도시 경관이 철영이의 인간성을 형성하는데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번에 작은 애를 외국으로 보내게 된 것은 미리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니고,
돈이 충분히 준비된 상태도 아닌,
우연이 거듭되며 만들어진 운명과 같은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저에게는 적선과 보시를 거듭하여 제 아들놈이 쌓아가는 업장의 과실이 착하게 익도록 해야할 책무가 주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동무들에게 심려를 끼쳐 미안하고
격려해 준 데에 감사합니다.
김태룡
PS; 토론토에는 우리 동기 <정권>이가 10년전부터 터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일찌기 그곳에 나아갔고 지금은 그 곳 저축은행(신협)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50명쯤 되는 일고 동문회의 총무일도 본다고 합니다. 큰 딸이 올해 캐나다에서 제일 간다는 토론토대 법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답니다. 고등학교 졸업후 처음으로 한 전화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식당으로 우리가족을 초대하여 따뜻한 저녁을 대접해 주면서 여러가지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감사를 표합니다.
최준영: 나이가 들면 사람이 약해진다더라. 눈물도 많아지고. 이번에 캐나다에
교환교수로 간 사람이 있는데 작은 애는 데리고 살고 마누라와 큰애는
10일만 같이 지내고 한국으로 돌아갔는데 보내는날 얼마나 눈물이 나오는
지 미칠 것 같았단다(50이 다된 분이 말이야). 며칠 간 아무 일도 못하
고 있다고 메일왔더라. 옛부터 우리 부모들은 자식 먼길 보낼 때 집에서
배웅했었다. 군대를 가건 외국을 가건 그 자식이 앞으로 지낼 현장에서
헤어지려면 그런 나약함이 보여지는 걸 싫어서가 아니었을까. 내 주변에
도 자식 외국 보내는 부모들 많은데 한국서 배웅한 사람들은 그럭저럭
잘 견디는데 외국까지 따라가서 여러가지 봐주고 오는 사람들은 힘들어
하더라. 혹시 다음에 보내려면 필히 한국에서 배웅해라. 안보는 게 약이
다. 그리고 애들 생각보다 적응 잘한다. 아무 걱정마라. -[09/02-16:40]- 김인배: 자식이 커가면 헤여지기 연습부터 준비해야 한다는데..... 쩝
그래도 태룡, 자네 최선의 선택이였고 내 알기로 그렇게 약한 놈은 아니
거 같은니 한번 맡겨 보세나... 에거 자식이 뭔지.... ㅠ.ㅠ -[09/02-18:52]- 유종필: 태룡이 보내고 나도 마음이 안좋았다.괜히 잘하는 일이라고 코멘트햇다
는 후회도 들엇고...
그러나 아픔은 순간이고, 좋은 결과가 있을 걸로 확신한다. 나도 솔직
히 큰 아들을 어디로 보내고 싶다. 방법이 없어서 그렇지...
이별연습도 해야하는 일. 힘내거라잉. -[09/03-09:48]- 박하석: 철영아, 힘내라. 철영이 아빠의 글이 오늘도 내 마음을 적시는구나. -[09/03-10:40]- 신재형: 태룡이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간다. 나도 애들 셋을 뉴질랜드에 벌써 1년
반이나 떨궈놓고 있는데... 이제 큰놈은 내년에는 미국으로 가겠다고
하고, 둘째 딸녀석은 돌아오겠다고 하고, 막내놈은 그곳에 그냥 있고
싶어하고....
한 석달 독한 맘 먹어야 할거야. 애들엄마하고 역할 분담을 해도 좋
고... 태룡이는 엄하고 강한 척, 엄마는 자상하게... 내 경험은 그런
게 좋은 것 같더라. 석달만 지나면 다들 금발 자리잡고, 그곳에서 즐겁
게 보내는 것 같애. 지금 나는 다행이다 싶어. 아이들이 밤 12시까지
학원 쫓아다니지는 않으니까. 그러면서도 스포츠 클럽에 서너개씩 가입
하여 친구들 사귀고...
철영이한테 지가 좋아하는 스포츠클럽에 가입하도록 권유해. 그게 가
장 빨리 현지 적응하고, 향수병 극복하는 방법이면서, 친구들 사귀고,
그 속에서 영어도 늘고 하는 것 같더라. 한국 아이들 똑똑해서 다들 금
방 적응하고 성적도 쑥쑥 올라.
태룡아 부디 독한 맘 먹고 자식을 강하게 키워라. 동병상련이라고 네
마음 모르는 것도 아니다만, 나는 일부러 전화도 무뚝뚝하게 받고 그
래.
웃기는 것은 우리집 큰놈이야. 메신저라도 할라치면 숙제해야된다고 빨
리 나가랜다. 그게 가서 딱 석달 걸리더라. 거기서 고등학교 가면서 1
학년으로 가야할 것을 2학년으로 월반 진학했는데 또 한 석달 고생하더
니 다 따라잡은 모양이야. 자식을 믿고 용기를 북돋아 주거라. -[09/04-11:32]-
김용태 근황과 친구들의 우정
지난 목요일, 내가 조희석의 전화번호를 보고 있는 바로 그 순간, 희석이한테 전화가 왔다.
우연의 일치였다. 10분 후 희석이와 기독교방송 방송아카데미 원장을 하고 있는 손호상이 왔다.
건강이 좋지 않은 우리 김용태를 원주까지 가서 한방병원에 입원시키고 오는 길이라는 것이었다. 좋아질 전망이 좋지 않은 친구의 건강을 핑계삼아 3시부터 맥주를 마시기 시작하여 밤새도록 퍼부었다.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좋은 친구들을 둔다는 것은 행운이다. 희석이나 호상이 같은 마음 따뜻한 친구들의 우정에 힘입어 용태가 쾌차하기를 바란다.
손호상: 용태를 데려다 놓고서 조희석과 함께 도착한 곳이 테크노마트 앞 동서울
터미널였다. 신재형이 대표로 있는 MAXIM사가 테크노마트 28층이란다. 그
냥 친구가 보고 싶어 들렀는데 이것저것 얘기하다가 결국 우리들 나이가
들고 있다는 걸 실감하였다. 시간이 나는대로 아니 되도록 시간을 내 좀
더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친한 놈들끼리 자주 만나고 있다고들 한다. 오랜만에 동문홈페이지
에 들어와 몇 자 적는다. 용태를 위해 기도해 주길 바란다.
아 그리고 수정하자. 나는 기독교방송의 방송아카데미의 위원이다.
-[09/01-22:08]- 서경석: 참으로 정겨운 일이 이루어졌었구나.
몇년전부터 힘들어하던 용태의 모습이 선하구나. 희석이와 호상이가 먼
길 다녀와서 재형이와 함께 나이탓을 하였었구나.
그래 더 많은 대화를 친구들과 나누자. 작은 일이라도 좋다. 나이가 듦
을 서로가 위안해 줄 필요가 있단다. 건강을 얘기하고, 가족을 얘기하
고, 친구들 얘기들, 재미난 일을 억지로라도 만들어 보자꾸나.
용태의 쾌유를 멀리서 나마 간절히 바란다. 그럼. -[09/01-22:56]-
81
ㆍ작성자
최준호
ㆍ작성일
2003-08-28 (목)
ㆍ추천: 0 ㆍ조회: 1273
오늘 새벽에 있었던 일이다.
첫째, 자다가 핸드폰 전화소리에 놀랐다. 우리 집사람도 덩달아 놀랐다.
둘째, 새벽 1시 30분이라는 시간에 놀랐다.
셋째, 건 사람에 놀랐다. 우리 동문이었다.
넷째, 내용에 놀랐다.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단어는 알 수 있으나 전체적인 내용을 모르겠다는 얘기이다. 그렇게 중요한 얘기를 하필이면, 이 꼭두새벽에.....
다섯째, 나는 그런 시간에 그런 내용을 듣는 것이 싫다. 비단, 나 뿐일까?
여섯째, 그래서 핸드폰을 탁자 위에 놔두고 방으로 들어 왔다.
일곱째, 집사람이 무슨 전화냐고 물어서 아무말도 안했다.
여덟째, 탁자 위의 핸드폰은 그 뒤로 10여분간 혼자서 열심히 전화를 받고 있었다.
아홉째,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핸드폰이 조용해서 나가보니 전화는 끊겨져 있었다.
열번째, 그때부터 잠이 안오기 시작했다.
열한번째, 그래서 냉장고를 열고 엊그제 만들어 놓은 소주포도주를 300ml정도 마셨다. 멸치에다가.....
열두번째, 잠이 더 깨버렸다.
열세번째, 잠시 생각하다가 꼬불쳐 놓은 大짜리 OB 멍든 놈 맥주가 냉장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때가 새벽 4시쯤.....
열네번째, 그놈 한병을 비우고 5시경에야 잠이 들었는데, 결국 아침에 우리 딸은 지각을 하고 말았다.
이상이다.
김재수: 난아니야, 진짜.
난아니데......
그시간 알리바이를 어떻게데지?
내가 잘자고있었다는걸.
마누라 께까봐 조용히 들어가서 검증이 안돼는데.
우리집 강아지는 짓는다고 혼을내줘서 내 들어가도 조용히 있는
데....
본지 오래됐네.
벽소령 달구경가자. -[08/28-11:52]- 최준영: 나도 아니다. 그런데 내용을 보니 그 친구 덕에 결국 술을 먹었으니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만. 그리고 그 시간에 전화가 온다는 것은 아
직은 네가 필요한 인간이라는 뜻도 있으니 언짢아하지 말아라. -[08/28-18:39]- 김인배: 나이답지 않게 구엽게덜 노시네...? ㅎㅎㅎㅎㅎ
최 교수는 수술하고 나서 요즘은 어떠신가?...건강 조심하게 ^-^*
최 화백님은? .. 잘 지내는 걸로 믿네... 너무 오랫만이지? . *^^*
영목아~ 난 분명 니 꿈 산거쥐~? ㅋㅋㅋㅋ ..기대해 볼란다.. 9월에.. -[08/29-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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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영목
ㆍ작성일
2003-08-28 (목)
ㆍ추천: 0 ㆍ조회: 1475
고 박진석 동문에 관한 동아일보 기사
[미담]의료 폐업속 빛난 '슈바이처 정신'
자신보다는 사회를 먼저 생각하고, 부유한 사람보다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일해온 한 의사가 세상을 떠났다. 그것도 3개월여 동안 계속돼온 의료계 폐업 속에 주야를 가리지 않고 정상 진료를 해오던 와중에 쓰러져 그를 아는 사람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충북 괴산군 괴산읍 괴산병원 원장 박진석(朴珍石·43·정형외과 전문의)씨. 그는 지난달28일 오후 1시반경 진료를 마치고 식사를 하러 인근 자신의 집에 들렀다 쓰러져 8시간만에 숨졌다.
평소 건강했던 그의 사인은 과로로 인한 뇌출혈. 그는 “우리 병원이 문을 닫으면 동네 어르신들이 어디 가서 진료받느냐”며 병원을 지켰고 지난달 초 이 병원 의사 4명 중 1명이 퇴직하자 주당 3일씩 응급실 야간당직근무를 해왔다.
광주일고 동창으로 이 병원 총무부장인 이강석(李康石·43)씨는 “항상 사회에 나눠줄 것이 없는지 고민하는 인간이었다”는 말로 숨진 박원장을 애도했다.
98년 10월 경영난으로 폐업한 이 병원을 인수한 박원장은 지난해 10월 병원이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자 500여만원을 들여 기관장 등을 초청해 개원 1주년 기념행사를 벌이려 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우리 병원이 이렇게 잘된 것은 군민 때문인데 먹고 마시는 데 돈을 쓰기보다는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게 더 낫다”며 행사비를 불우학생 장학금으로 괴산군에 선뜻 기탁했다.
그는 의대를 나와 병원을 개업해 남부럽지 않게 사는 게 결코 자신이 남보다 머리가 좋고 잘났기 때문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는 병원이 어려울 때도 명절이면 소년소녀가장 40여명에게 쌀을 나눠주었고 세상을 뜨기 얼마 전에는 괴산북중학교의 결식학생들을 병원 구내식당으로 초청해 식사를 제공하기도 했다.
반면 정작 자신의 씀씀이에는 무척이나 인색했던 그는 아동문학작가인 부인 임광순씨(38)가 병원에 나와 청소아줌마를 돕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할 정도였다.
박원장은 올해 초 병원 인근에 2000만원짜리 24평 임대아파트로 이사온 뒤 집들이를 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이 정도면 우리 네식구 살기에 너무 충분해. 아니 나에게는 너무 넓고 과분하다고….”
<괴산·광주〓지명훈·정승호기자>mhjee@donga.com
고친이: 원래 이 글을 쓴사람의 이름이 잉여목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잉여목이라는 동문은 없습니다.
그래서 이영목으로 고쳐놨습니다.
괜찮습니까? 이영목 동문...... -[08/28-15:58]- 이영목: 빼빼로 타자가 이름 석자만이라도 빨리 쳐보느라 재조부리다
그리 되어 부렀다.
웃다 보니,
剩餘 몫도 괜찮다. 나머지 인생 몫 검불(태룡아,너 아니다!)처럼 날리지
말라는 경구도 될 수 있고.
剩餘木도 좋네. 쓰다 밀쳐 놓은 나뭇가지니 대들보,서까래 되긴 글렀으
되 부랄 오그라들게 추운 날 불쏘시개 되어 아랫목이라도 한번 화끈달짝
지근허게 데울 수 있다면 조컷지. -[08/29-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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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최준호
ㆍ작성일
2003-08-27 (수)
ㆍ추천: 0 ㆍ조회: 1515
정용규 동문이 보낸 글을 올립니다.
아래의 글은 정용규 동문이 동문 수첩에 올려 달라고 사진 및 주소를 보내면서 관리자에게 보낸 글입니다.
주소와 전화는 동문 수첩에 있으니 그리 알기 바랍니다.
3학년6반 정용규입니다. 오랫동안 연락을 못드려 죄송합니다.
그동안 해운업계 총동문회인 일운회에서 활동을 해왔었으나, 요즈음 업종을 바꾸어 참석치 못하고 있읍니다. 51회 동문회에 대해서는 이제야 알게되어 연락을 드립니다.
78
ㆍ작성자
재경총무 강주완
ㆍ작성일
2003-08-26 (화)
ㆍ추천: 0 ㆍ조회: 1255
훈훈한 美談
잘 알려지지 않은 훈훈한 이야기가 있어 동문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3학년 5반 불어반 친구들의 이야기 입니다.
괴산에서 병원을 운영하다 몇년전 세상을 먼저 등진 박진석 동문 유가족의 생활이 매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은 5반 39명의 친구들이 각자의 정성을 모아 7월말경에 미망인께 12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하였답니다. 어려움에 처한 동문과 가족에 대하여 사랑과 관심을 몸소 실천한 그들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본래부터 불어반 친구들은 매년 반창회로 별도로 모일 정도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여 왔음은 동문 대부분이 알고 있겠지만 이번 이야기를 통하여 새삼 그들의 우정을 느끼게 됩니다.
뒤늦기는 했지만 재경51회동창회에서도 유가족을 도울 방안을 진지하게 연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이에대해 좋은 의견있는 동문께서는 제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최준영: 몇년 전 담양 근처 묘지에서 진석이 묻히는 것 바라보며 친구들끼리 허
탈하게 앉아있던 생각이 난다. 그 씩씩하던 맹구가 그처럼 허망하게 세
상을 떠날줄이야. 5반 친구들 정말 좋은 일 했구나. -[08/26-14:00]- 서경석: 고인과 같이 근무하던 이 강석군이 앰뷸런스로 서울 올라오면서 저와 그
날 긴박하게 휴대폰을 주고받던 일이 생각납니다. 조 현재동문, 최 승호
동문, 삼성의료원의 선배의사동문, 재경총동창회 간부님들의 협조등이 눈
에 선합니다.
서울에 도착하기전 모든준비를 해놓기 위한 최후의 몸부림 이었었지만 고
인은 끝내 숨을 거두었었지요.
참으로 좋은 일 하셨네. 3-5반 불어반 친구들. -[08/27-02:15]- 이영목: 상가에서 들었던 감동적인 이야기 둘.
1.박원장은 하루 한 두번밖에 버스가 다니지 않는 벽촌에서 오신 노인환
자분들을 퇴근길에 원장차로 모셔다 드리길 여러차례 했다.
2.가을철 병원마당엔 치료비를 다 갚지 못한 농민들이 싣고온 고추,무,배
추 따위가 놓여지곤 했는데 박원장은 그걸 병원 식구들에게 나눠 주었다.
장지에서의 허허로웠던 심정이 되살아오는구만. -[08/28-01:16]- 이강석: 그때 그날처? 세월은 무심타 어느덧 맹구 간지 3년
그날 우리는 하나다라는 걸 느낄 수있었지
그날의 정신그대로 어려운 우리친구들 가정 살펴보고
조그만 정성으로 끝없는 사랑 베풀어 공덕을 쌓아보세
맹구정신 그대로 영목이 좋은 의사되시고
이역만리 고생하는 경석 건강하시고
준영이는 벽소령에서 봤으면 좋겠다
-[08/28-09:19]- 배민영: 벌서 오래전 , 미로 같은 시골밤길을 따라서 병원에 도착했던 기억이.
좋은 일하고 있는 불어반 친구들이 자랑스럽구만.
이런 미담이 자주 올려졌으면,
우리 모두 갈 때는 빈손으로 가는거 아니겠어.
-[08/28-17:47]-
김재수: 츳츳츳 꼬드김에 넘어가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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