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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
1. 하나 ‘달려라 하니’의 달리기 싫어하는 오빠 이름은? 달려야 하니? 코치 선생님은? 달려야 하니! 페미니스트는? 달려야 하니? 혼자 힘 쎈 마누라는? (쫌이라도) 달려야 (이 호랭이 물어갈) Honey! 2. 둘 전시회 날짜에 맞춰 난 꽃을 만개시키는 비결은 바로 물을 안줘서 위기를 느끼게 하는 것이라 하더라고. 꽃을 피워 씨를 이으려는 난의 본능적 노력이 처절하지. 언젠가 이 얘기를 우리 반 한 여학도에게 했더니 영화 ‘취화선’의 한 대목을 얘기하더구만. 떠돌이 장승업이 정착한 작부와 방사도중 동학도에게 끌려 나가는 그 절박지시에 막 사정을 하는데 그걸 그 여자가 손으로 감싸 치마 밑으로 가져가는 장면 말이야. 감독보다도 영화를 더 잘 읽고 내 말에 절묘하게 수작하는 솜씨에 내심 감동했었지. 티비에서 본 얘긴데 바퀴벌레가 공룡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생존하는 비결은 바로 알을 단단한 각질 속에 보관하는데 있대. 그래서 약을 먹거나 분사당하여 혹은 다른 억울한 일로 죽어가는 순간에 그 각질을 체외로 밀어내 위기로부터 탈출시켜 씨를 이어간다는 거야. 바퀴를 박멸하려면 그래서 개미를 키워야만 한다는 건데 바퀴 대신 개미라, 이건 뭐 뺑덕어멈 심봉사 버리고 황봉사 따라 나선 것처럼 삶의 질의 향상에는 전혀 소양없는 대책이겠지. 이건 최근에 내가 직접 목도한 일로 묵고 있는 고시원 방에 콩 알 만 한 포리가 날아들어 인피레스로 잡아 무심코 재떨이에 버렸다가 우연히 들여다보니 놀랍게도 수 백 마리의 애벌레가 죽은 어미 파리의 몸속에서 계속 기어 나오고 있대. 순간 징그럽기도 했지만 생명을 이어가려는 필살의 노력에 경외감마저 느껴지더라고. 수년전 황수관 박사의 티비 강연 내용 중, 융니오 사변 피난길에 폭격기의 기총소사가 끝난 뒤 고개를 들어보면 엄마는 자식들을 위에서 감싸 안고 엎드려 있는데 아비는 어느새 혼자 저 만치 언덕 밑까지 비호처럼 도망갔다가 머릴 긁적이며 기어 올라오더란 거야. 그땐 그 양반 특유의 입담에 그저 웃고 말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생명 사랑의 맹목성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 女性性쪽이 더 절절한 거 같아. (그렇다고 남성들은 맨날 죄만 짓고 살았겠어? 이브가 사과로 아담을 유혹해놓고도 짐짓 ‘부끄럽사와요’ 했을 법한데 아담마저 속없이 ‘소인도 부끄럽기 한량 없소이다 맨 날 기냥 잡시다.’ 했다면 인류는 둘의 해로로 끝나고 말았겠지.) 경우가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히말라야 산록(티벳인가?)에 사는 부족 중에는 지금도 한 여자가 모든 형제의 貞夫人인 곳이 있더라고. 햇볕 잘 들고 목초가 풍부한 곳을 찾아 양떼를 몰고 수개월씩 떠돌아 댕기다 화적떼에게 목숨까지 빼앗기는 경우가 많아 생긴 풍습이라고 하니, 이 역시 씨를 온전히 이어가려는 비장한 노력의 소산 일텐데 그들의 지혜가 왠지 서글프게 느껴져. 없앨 건 다 치워내고 고갱이만 안으로 거둔다는 숙살지시(肅殺之時)의 초입인 知天命을 코앞에 둔 나이에 무슨 시험 준비 한답시고 답답한 것들 긁어모으고 앉아 있는 중에 떠오른 느자구 없는 잡상들일세. 3. 안도현의 시 두 편 1) 연탄 한 장 또 다른 말 도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 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 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일 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지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나는 2)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4. 마지막으루 좋은 일하며 사는 친구들 많데. 통장 사본까지 공개하니 외려 누가 되는 건 아닌지.. ‘동네사람들 옴천면장 큰 놈이 공인중개사에 붙었답디다. 면민 여러분과 더불어 검나 축하합니다.’ 뭐 요런 면장님 방송 듣는 기분이데. 선행이란 囊中의 사향처럼 은은히 그리고 멀리 드러나는 것이 아닝감? 아님 전국적으루 검나 미안해.  이영목: 태룡의 글 보니 진짜루 이안허다허나 내 속 맴은 전도현의 연탄처럼 사는 모든이에 대한 선망이어 이번엔 아일랜드의 경석이 이르크츠크의 대일이 하바롭스키의 길주 그리고 북경의 일현이랑 그 외 곳곳에서 뜨겁게 사는 선수들을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루 허버 미안해 -[10/27-13: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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