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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 정립 이산가족
자식들과 헤어져 산지 어언 3년이 다되어 갑니다. 2001년 연말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로의 가족들이 휴가를 가게 되었는데, 세 자식들이 YMCA 캠프에 참여하고 싶다고 해서 허락하고 부부만 귀국한 게 발단이 되었습니다. 캠프가 끝날 무렵 2월 말까지 현지 학교에 다녀보고 싶다고 해서 또 허락했고, 2월 중순쯤 한 일년쯤 다니고 싶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습니다. 달랑 여름옷 몇벌만 가지고 떠난 자식들이라 6월초에 아버지인 제가 갔었습니다. 맨 먼저 아이들의 요구가 하숙집을 바꾸겠다는 거였습니다. 맘에 들지 않는다고 툴툴 대면서... 그때 제가 한 말이 무언지 아십니까? "그래, 아빠 엄마랑 집에서 함께 살 때 아빠엄마가 너희들 맘에 들던?" 10살짜리 막내 아들이 피식 웃으면서 "맘에 안 든 것도 있어요." 하더군요. 가족이란 멀리 떨어져서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가까이 얼굴을 마주치고 있으면 신경질나게 하는 존재라고 얘기해 줬더니 아이들이 웃더군요. "아무튼 바꿔 주겠다. 단 너희들이 보고 결정해라. 앞으로는 너희들의 선택이니까, 불평불만이 있으면 주인하고 너희들이 각자 알아서 해결하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한 아이당 뉴질랜드 백인 하숙집 3곳, 마오리족 하숙집 3곳, 한국인 하숙집 3곳을 선정해서 모두 27집을 돌아다녔고, 나름대로 자기들이 체크포인트를 만들어서 결정하게 했습니다. 3년이 지나는 동안 학교가 바뀌고, 막내아들 자식은 한국인 하숙집에서 백인 하숙집으로, 둘째 딸 녀석은 백인 하숙집에서 기숙학교로 옮겼습니다. 다행히 자랑스런 한국인답게 잘 적응하고 거의 모든 활동에서 Top 3 안에 들어 저윽히 만족하고 있던 차에... 작년 이맘때 큰아들놈이 갑자기 자기는 미국으로 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경쟁의 자본주의 종주국인 미국놈들과 경쟁해야겠다며... 그러라고 했죠. 12월 방학해서 들어오면 그때 가서 알아보면 되겠지 하는 막연한 낙관이랄까 뭐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12월 중순 아이들이 들어오고... 큰놈 미국 갈 준비를 시작하는데 이미 게임 오버였던 시점이었습니다. 좋은 사립기숙학교들은 모두 1월 15일 또는 1월 31일 원서 마감이고, 원서 서류는 11월 경에 완료해야 맞고 SSAT 시험은 늦어도 11월까지는 90%를 받아야하는 것이었습니다. 12월에 겨우 한번 시험을 치뤘는데 수학은 97%를 받았는데 놀랍게도 Reading Comprhension에서 65%, Verbal에서 40%라는 턱없이 부족한 결과를 얻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녀석은 뉴질랜드 학교에도 등록하지 않고, 한국학교에 갈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혼자 집에서 태평으로 시험준비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잘못하다간 한참 중요한 고 1의 식에 인공위성이 되는 게 아닌가 싶어 내심 걱정이 되면서도 내색하지 못하는 속앓이가 계속되었습니다. 학원이라도 가라고 해도 시간도 더 많이 잡아먹고, 돈도 아깝다면서 아무도 없는집에서 혼자 아마존에서 주문한 책으로 공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버스는 떠났는데... 애비한테 닮지 않아야 할 태평함을 배웠나 싶을 정도로 묵묵히 그냥 공부만 하느 것이었습니다. 한국학교에 등록하는 게 어떻겠냐고 넌즈시 떠 봤더니 어차피 계속 다닐 것도 아닌데 보험드는 게 싫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www.BoardingSchoolReview.com에서 10위 정도 되는 Indian Springs School이라는 학교가 빈자리가 있을 경우, 성적만 되면 1월 이후에도 극소수는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멜을 보내 물었더니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자기네 학교는 아이비를 목표로하기 때문에 커리큐럼이 아주 혹독해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은 잘 적응하지 못할 거라는 냉랭한 답변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 자식의 영어실력을 평가할 위치에 있지 않다. 아들놈이 쓴 에세이를 몇개 첨부해 보낼 테니까 그걸 근거로 아들놈의 영어 실력을 판단해 봐라"면서 에세이를 첨부해 보냈더니, 영어는 수업을 따라가기에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SSAT 성적이 자기네 입학 사정 Range 안에 들어가야 하니까 시험부터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올 4월이었습니다. SSAT 시험에서 87%를 얻고 나니, SSAT는 됐고, 영어, 수학교사의 추천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전에 다녔던 뉴질랜드의 고등학교에서는 추천서를 써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수학, 과학 등 네개 경시대회에서 참여해서 입상하고, 중학교 졸업할 때 Atheletic Champion이었고, 뉴질랜드 수영대회에서 우승한 아이인데도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이유는 구구절절했지만, 미국으로 유학생을 뺏기는 일에 도움을 주기 싫다는 것으로 읽혀졌습니다. Dead Line은 다가오는데 입은 바싹바싹 타고... 그러다가 중학 때 담임의 추천서라도 제출하자고 하고는 아들놈이 연락을 했더니 일요일에 출근해서 추천서를 팩스로 보내는 친절을 베풀어주었습니다. 입학 사정 불과 서너시간 전이었습니다. 그게 5월말이었습니다. 내가 회사일로 포르투갈에 출장갈 일이 있어 다녀오는데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공식적인 통보는 곧 가지만 네가 빨리 알고 싶어할 것 같아서 멜로 알려준다는 친절한 설명이었습니다. 눈물이 핑 돌더군요. 유학비자를 받는데 필요한 I-20 Form이 오고 비자를 신청하면서 또 한번 유여곡절이 있었지만, 비자도 받고 나니 이번에는 그래도 동부지역 사립학교보다는 싼 23,150불의 학비가 걱정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오래된 미국 친구로부터 Between You and me 라는 제목의 놀라운 멜을 받았습니다. "미국의 다른 친구에게서 내가 사업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올 2월 얼마간의 돈을 송금하려고 은행에 가 송금 직전에 Jay(제 이름을 Jay-Young으로 쓰고 친한 친구들은 Jay라고 부릅니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아이들의 교육비라는 결론이었고, 부치려던 돈을 그 명목으로 생각하고 보관하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에게 큰애가 ISS에 합격했다는 얘기를 들었고, 웹싸이트를 뒤져 23,150불이라는 것을 알았다. 26,000불을 큰애 이름으로 송금했다. 2,000불도 못 되는 돈이 용돈으로 풍족하지는 않겠지만 아껴쓰면 1년 용돈은 되는 돈이라 생각한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친구가 한국에서 사업상 해결해야 할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여기저기 알아봐서 풀어 준게 몇 번 있었는데 이런 결정적인 도움을 받은 것입니다. 고맙다. 그 돈을 빌린 것으로 하겠다. 고 답장을 보냈더니... 정색하고 무슨 소리냐. 어려울 때 남을 돕는 것을 Jay 너를 통해 배웠다. 나는 단지 너에게 배운 것을 네 자식에게 실천하는 것 뿐이다. 큰애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하라고 해라. 학교에는 내가 미국에서 Guardian으로 등록해 두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뉴욕에서 달려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사회에서 현찰은 한국 사회에서보다 훨씬 큰 돈입니다. 6000만원 정도면 웬만한 대도시에서 모기지론을 얻어 집을 살 수 있는돈입니다. 그런데 그 많은 돈을 선뜻 쾌척한 친구가 500불 정도의 항공료가 아까와 미국에서 회합은 나중으로 미뤘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애틀랜타행 비행기 티켓을 쥐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더니, 아들놈과 제 자리가 비즈니스클래스로 upgrade되었습니다. 누적마일리지가 가장 많은 승객에게 무료로 좌석 승급을 했다는 것입니다. 아들놈 입이 귀밑까지 찢어졌지요. Atlanta에 도착하니 이건태가 친히 공항까지 마중나와 있었습니다. 이건태는 대교 눈높이 아틀랜타 지사장으로 있으면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건태 집에서 일박한 다음 현대 앨라바마 공장에 근무하는 동생을 만나 Montogomery로 향했습니다. 거기서 아들놈 학교까지는 한시간 20분거리고, 애틀랜타에서 학교까지는 두시간 거리입니다. 동생 집에서 2박한 다음 토요일 아들놈 학교에 떨궈주러 갔는데... Birmingham 교외의 한적한 호숫가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60년 역사의 학교가 참 맘에 들었습니다. 참나무를 통으로 켜서 꿰어맞춘 책상이며, 책꽂이며, 의자며, 침대가 참으로 포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들 눈빛이 모두 형형하고 자신감에 차 있으면서도, 태도가 정중하고, 생기발랄한 게 마치 30여년전 우리 고등학교 입학식 때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그때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는 시점이었다는 것, 그리고 신입생만 720명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무려 8시간 동안 선생님들과, 재학생들과, 신입생들과, 그들의 부모님이 함께 어울리면서 서로 소개하고, 점심저녁을 먹고, 학교 Orientation을 하고, 기숙사 방을 정리를 하였습니다. 4학년 통틀어 240명밖에 되지 않는 아담한 사이즈임에도 잔디가 깔린 운동장과, 호수, 교사들의 가옥이 한 캠퍼스에 위치해 있는 게 목가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아들놈 데리고 일박한 걸로는 부족해서 조카녀석들과 제수싸까지 몰고가서 건태의 안내로 애틀랜타 관광을 하고, 건태집에서 한밤중에 거의 한정식 수준의 만찬을 즐기고 일박을 더했습니다. 결혼식 주례를 섰다는 인연으로 철면피하게 신세지려드는 남편 친구를 따뜻하게 맞아준 현아 엄마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건태랑 왁자지껄하게 술판을 벌이려는 찰라, 버지니아에 있는 최준영이한테 전화가 왔었드랬습니다. 수업이 없었으면 합석할려 했는데... 서운하다고... 그 큰바위 얼굴로 미국을 휘젓고 돌아다녀도 되는 거냐고... 어제 아침 첨으로 떨궈놓고 온 아들놈과 통화를 했습니다. 선생들 가르치는 것도, 학생들 반응하는 것도 뉴질랜드와는 차원이 다르다, 전화통 붙잡고 있을 시간이 없다. 전화 안 하면 좋은 걸로 생각하고 있어라, 체력이 약한 것 같아 매일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음식도 좋고, 이미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 11시가 취침 시간인데 11시 반까지도 불 그지 않고 공부들은 한다, 새벽 4시면 일어나서 공부한다, 필요한 것, 사서 보낼 게 있으면 멜 할거다, 나는 걱정하지 말고, 아빠 사업에 신경 써라.... 이렇게 해서 우리 집 식구들 두 부부는 한국에, 큰 아들은 미국에, 딸년과 막내 아들은 뉴질랜드에 살고 있습니다. 혹시 아이들 유학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들 있으면 연락하십시오. 유학원 통하지 않고, 뉴질랜드로, 미국으로 아이들을 떨궈 놓은, 우리 어머님 말씀대로 "독한 놈" 도움이 필요한 동문들한테는 무료로 상담해 드리겠습니다.  최준영: 재형이, 큰일했구나. 아들 입학때문에 고생한 것 전화로만 잠깐 들었는데 사연이 구구절절하구만. 한국만이 아니고 어디가나 좋은 인연이 란 것은 한번 맺으면 오래가는가 보다. 나도 여기와서 그걸 느끼고 있 다. 아틀란타까지 왔는데 얼굴 못보고 가서 서운하다. 나중에 기회 가 있겠지. 그나저나 아들놈 유학비용 대려면 돈 열심히 벌어야겠 다. 사업 번창하기를 바란다. 이건태와도 그때 통화하고 못했다. 조 만간 만날수 있겠지. -[09/07-13: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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