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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고 야구부 후원 재단을 만들려면
우리가 살아 오면서 야구와 인연이 없었다면 세상이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재미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우리는 야구가 마치 공기나 물처럼 우리 곁에 늘 있기에 그 참다운 가치를 모른다. 그러나 반추해 보라. 우리가 갓 입학했던 그 초봄부터 야구부원들이 널따란 운동장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던지고,받고, 달리며 야구 연습하는 것을 설레이는 마음으로 구경하던 그 때로 돌아가 보자. 그리고 그 재미에서 맺어진 야구와 나의 관계를 돌이켜 보자. 만일 우리에게 김윤환이가 홈런을 세방이나 치고 강만식이, 이현극이, 정윤택이 주전이 되어 뛴 그날의 우승이 없었다면? 지금의 최희섭,김병현,서재응이가 우리 학교 후배가 아닌 경우의 야구와 나와의 거리는? 해태가 9번이나 우승하고도 후원기업이 없어 팔려나가던 날 허탈했던 그 기분은? 두 말할 것 없다. 우리하고 야구는 쉽게 떨어질 수가 없는 운명이다. 물론 지금이야 열받아가면서 응원하는 프로야구 팀도 없고, 어떤 팀에 누가 주전으로 뛰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야구는 우리 곁에 있다. 특히 우리 일고 51회 동기들과 야구 사이의 인연은 일반 사람들보다는 월등히 깊고 끈끈하다. 바로 그 점에 대해서 우리는 긍지와 자부심이 빵빵하다. 그래서인가? 나날이 메말라 가는 일고 야구부 후원금이 부족하여 우리 동기들이 금쪽 같은 연회비를 출연하여 매년 100여만원씩을 들여 야구부원들 밥을 사주기 시작한 지가 그 새 수삼년이다. 올해 초 내가 동기회장이 되니 야구부쪽에서는 또 출연금을 보내 주었으면 하는 눈치다. 동기회의 연간 예산이 기껏해야 700만원인데 그중 100여만원을 부담한다는 것이 좀 신경이 쓰여서 우선 일고 야구부 살림살이를 대충 살펴 보니 기가 콱 막힌다. 한마디로 야구부원들은 가난에 찌든 흥부네 자식들이나 진배 없었다. 지난 연초에 밀린 장비값을 몇달이나 지나서 겨우 지급하고 이번 대회부터 나무배트를 사용하기로 한 이후에는 배트 조달할 길조차 막막하다는 거다. 내가 총동창회에 연락해서 지원을 요청해 보았지만 딱한 사정은 아는데 돈이 없단다. 기수별로 돌아가며 밥을 사주면 어떻냐고 물어보니 각 기수의 반발이 심할거라는 동창회 상근자의 말씀. 올해는 우선 우리 51회 재경 동기들이 춘계 체육대회 후원금을 빙자해서 돈을 좀 넉넉하게 출연하여 서울에서 대회가 있는 날 후배들에게 밥이야 한끼 배불리 먹였지만 이 정도로는 야구부를 지원하기 위한 전체 프로그램 속에서 살펴 볼진대 언발에 오줌누기다. 지금 재학생 선수들의 야구 실력이 전국 정상급이고 미국과 한국의 프로야구에서 뛰는 선수들 또한 당대 여느 학교에 견주어도 비교할 수 없는 초일류이며 졸업한 일고 출신 선배들은 남들이 보기에 이 나라를 주무르고 있다. 말하자면 야구부를 지원할 수 있는 실질적, 형식적 여건은 완벽하다는 거다. 그렇다면 이제 서말이나 되는 보석을 꿰기만하면 될 것 아닌가? 후원회는 성공적으로 조직될 수 있다. 나는 제안한다. 정윤택,차영화,강만식이 주축이 되어서 총동창회와 상의한 후 선동렬과 이종범을 앞세워 연말에 후원회를 한번 열어 봐라. 미국에 있는 애들 다 데려오고, 한국에 있는 OB와 현역 다 모이고, 여기에 재력가나 실업가와 연결하는 이벤트를 기획해 봐라. 그런 기획업무는 광고업자에게 맡기면 잘 해낸다. 실력 있는 업자를 선정해서 모금액중 일정액을 할애해 준다고 하면 무지 열심히 일해 줄거다. 이런 저런 제안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는 야구인들의 어깨에 달려 있다. 그들이 잘 해 낼 것으로 밑는다. 일고 야구부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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