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福洙야 이제 눈감고 쉬어라.(追禱의 글)
금요일 밤은 늘 대포집에서 보내기 마련이다. 헷소리를 하면서 소주를 한병쯤 비우며 낄낄거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나 서경석인데 김복수가 세상을 떴다고 한다.조문을 가야 할텐데...." 동기 홈피에 이천희 동문이 띄워 놓은 부고를 보고 아이랜드의 서경석이 연락해온 것이다. 머리가 띵하다. 미원상사 안양지사에서 치과기구며, 재료등을 판매했었던 친구, 순박하고 까무잡잡한 얼굴에 말이 없던 복수는 늘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다. 우리 동기중 일찌감치 일이 꼬여갔던 김관중이랑 친했기 때문에 따로 몇번 만났던 복수에 대해서 나도 몇년간 소식을 모르고 지냈다. '지 살기 폭폭하니 친구들 앞에 안나서나 부다.'라고 추측만 해 왔다. 그런데 이렇듯 부고를 접하고 보니 열일을 제치고 가보지 않을 수 없다. 소주에 취해 벌개진 얼굴로 밤 10시반에 영안실을 찾았다.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서울의료원 영안실은 썰렁했다. 조문객 대여섯명과 가족과 친지 대여섯이 전부다. 내가 친구로서는 처음 찾아온 조문객이라고 했다. 복수의 손위 형과 중학교 2학년인 아들놈 정빈이가 생인 노릇을 한다. 흰 소복을 입은 여자도 보인다. 고3짜리 복수 딸내미 수빈이다. 띄엄띄엄 찾아오는 조문객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늙디 늙은 복수 어머니가 서럽게 통곡을 하다가 힘에 부치면 흐느껴 우신다. 그리고 자진해 드러누운채 신세한탄을 한다. 2000년에 헤어진 복수 마누라는 오지 않았다. 제일은행에 다닌다는 복수형님에게 말을 건냈다. "형님, 앞으로 저 새끼들은 어쩐다요?" "나도 어째야 쓸지 대책이 안서네. 광명시 하안동에서 늙으신 우리 엄니가 그동안 돌봐 왔는데 큰일이네." 가슴이 먹먹하다. 딸애 수빈이에게 명함을 건네면서 한마디 했다. "내가 니 아빠 친구다. 살면서 어려운 일 생기면 연락을 해라. 나도 간간히 전화하마. 그리고 니 동생 잘 돌봐라." 답답해서 바람을 쐬러 나오다가 분당에서 조문을 오는 윤병하를 만나 다시 영안실로 들어 왔다. 복수 바로 아래 동생이랑 같이 한전을 다니는 관계로 병하는 복수 근황을 좀 알고 있었다. 잠시 후에 덩치가 크고 꺼벙하게 생긴 양반이 우리들 사이로 와서 수인사를 나누었다. 복수에 대해 모든 것을 알다시피 한, 복수의 후견인인 20회 최종갑 선배님이다. 5월 2일 뇌출혈을 일으키기 전까지 그 선배가 운영하는 치과병원 살림살이를 해 주는 일이 복수 생업이었다. 사실은 별로 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그 선배가 거둬 먹여준 셈이었다. 선배는 한숨을 섞어가며서 복수의 후반생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나는 간간히 끼어들며 소주잔을 비우고 병하는 괴로움, 안타까움을 연신 토로해 냈다. 복수는 별 재주도 없고, 남 비위 맞추는 일도 못하는 착하디 착한 사람이었다. 직장을 그만 둔 뒤 뭘 좀 해본다고 하다가 몇닢 안된 돈 다 날려 버리고 객지에서 오토바이 배달도 했고 한데 잠도 잤다고 한다. 그 선배는 말을 아꼈지만 집을 나가버린 복수처의 문제도 이야기했다. 복수는 처와 원만히 못지낸 것을 늘 괴로워 했었다. 능력은 부치고 사는 일은 힘들고. 삶의 질곡을 뿌리치지 못한채 신음하다가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시신이 눈을 안감는단 말이요." 복수 형이 쓴 입맛을 다신다. 복수는 어미없이 크는 아들놈 정빈이에게 지나친 애정을 과시했었다고 했다. 치과 원장에게 수시로 돈을 달라고 해서 아들놈에게 MP3니, 핸드폰등을 사 주었다. 선배는 그 땜시 복수 아들놈 버릇이 좀 나빠진 듯 하다며 푸념을 해댄다. 복수는 가고 없는데 이제 남은 새끼들만 온전한 짐으로 남았다. 우리는 쓸 데 없이 우리 새끼들 크는 걱정까지 하기 시작했다. 늘 일고 나온 친구들의 새로운 면모를 보고 놀라는 일이 많은데 오늘은 윤병하를 새로 봤다. 매월 세째 일요일은 온 가족이 성당과 결연을 맺은 장애인 시설에서 하루를 보낸다고 했다. 먹이고 씻기고 놀아주고.... 마누라나 애들(고1,중2,초4)이 더 열심이라고 한다. 요즘 세상에 가정을 그런 분위기로 이끌어 가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병하가 위대해 보인다. 앞으로 병하에게 많이 배워야겠다. 나도 한 때는 광명에서 살았고, 지금 우리 집에서는 복수네 애들이 사는 곳까지 15분 거리다. 앞으로 잘해주겠다는 약속을 남발해서 어린 것들에게 장미빛 환상을 심어줄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 놈들이 아주 망가지지 않도록 간간히 챙겨보는 것은 내 도리겠지. 새벽 2시가 넘어 술기운에 쓰러질 것 같아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우리 강서 양천.지구 친구들에게 복수네 애들 크는 것을 같이 돌보자고 해야지...." 웅얼거리다 잠이 들었다. 아, 세상에 태어난 업보를 조금이나마 덜고 가야할텐데. 아침에 광주의 이천희 총무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이틀장으로 복수를 담양에 묻게 되는데 그토록 조문객이 없다면 자기라도 장지에 가봐야 할 것 같단다. 착한 총무 이천희, 지 일도 많을 터인데, 천성이 저런가? 늘 남 치닥거리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산 보살같다. 복수야! 이제 이승의 일은 잊어버리고 편히 눈을 감아라. 그리고 니가 의지해 왔던 하느님 품에 안겨서 푹 쉬거라. 니 자식들은 <들에 핀 백합처럼, 하늘을 나는 새처럼> 하느님 은총으로 잘 살아갈 것이다. 우리도 거기에 힘을 좀 보태마. 태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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