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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에 香 하나 사르고...
<보름달에 香 하나 사르고...> 친한 친구... 깨복쟁이 친구가 떠났다. 사무실도 서소문에 있어 심심하면 만나던 친구 향 하나 사르고 재배하고 일어서니 상주석에... 몸매도, 눈매도, 눈빛도... 친구를 빼닮은 큰아들이 서있다. 그놈 애비는 섬으로 들어가는 나를 붙잡으려 했었는데... 나는 세상을 뜨는 그놈 애비를 붙잡지 못했다. "아, 내가 옆에 있어 줬어야 했는데..." 어찌 했을까? 다짜고짜 조수석에 태우고 해남 대흥사 일지암, 청산도, 달마산 도솔암으로.... 천지사방으로 싸돌아다니다가.... 미황사 부도암 별채에 지친 삭신을 뉘였을까? 그 친구 이름 석자가 테레비전에 나온다. "병신같은 자식 나도 사는데......" 마눌님이 조심스레 묻는다. "우울해요?" "아니, 내 마음은 이미 옛날에 멍석이여." 혼자서라도 청산도 청보리밭 푸른 바람을 쐬고, 미황사 부도암 뒷편 달마산 산돌 봉우리 아래 새로 돋아나는 생명을 보러 가야 쓰겄다. 玄空스님 몰래 장작 두 개쯤 더 쑤셔 놓고... 붙잡지 못한 인연따위야 툴툴 털어버려야 쓰겄다. 비 그친 하늘에 휘영청 보름달이 차갑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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