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작성자 신재형 ㆍ작성일 2008-04-24 (목) ㆍ홈페이지 http://www.maxim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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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끊다(2탄) 내가 술 끊었다는 소식에 여러 친구들이 마음에서 우러나 슬퍼들 하더구먼. 슬퍼할 일은 아니고...박춘용 말로는 내가 우리 동기들 가운데 술로는 지존이라는데 알 수 없는 일이고...자초지종을 세세히 이야기 해봄세. 작년 3월 선친 제일에 5형제 중 담배 피는 3형제가 제사 끝내고 정원에 나가 담배 한 대 피우고 들어오는데 초등학교 6학년 여자 조카애가 비타민C 한알을 건네 주는 거야. "아이구 큰아빠 피부 좋아지라고... 고마와." "큰 아빠 그게 아니고요, 그 거 잡숫고 담배 끊으시라구요." 돌아가신 어머님이 끊으라고 하셨어도, 마누라가 닦달을 해도, 자식들이 잔소리를 해도 못 끊었던 담배. 사실 끊으려고 대여섯번 시도는 했었다. 길었던 게 2달 정도... 그런데 조카애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얼굴이 꾸깃꾸깃해지고, 부끄럽고, 아무튼 그날 조카애 앞에서 금연을 약속하고 담배며, 라이타며를 버리는 의식을 치루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금단현상이 바로 그 다음날 나타나기 시작했다. 금연을 시도한 친구들 믿을 수 있으려나? 졸립고, 눈꺼풀 씰룩이고, 말 헛새나오고... 끊은 지 한 일주일 전후해 나오는 금단 현상이 바로 시작되다니... 속으로 사삭스럽기도 하다며 마트에 가서 "하루愛'라는 차를 두박스 40병을 사서 차 조수석에 실었다. 그러니까 이틀째 나는 그 밍밍한 물을 17통이나 마셨다. 사흘째 7통, 나흘째 5통... 그러고 거짓말처럼 담배를 끊었다. 담배를 끊고 나니 뭐가 좋더냐고? 누구는 아침이 달라졌다느니, 누구는 아침 밥상이 달라졌다는니 하지만, 나는 술마시기에 좋데. 술 마신 다음 데미지가 담배 필 때에 비해 1/4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아침에 못 일어나? 6시면 눈이 떠졌다. 속이 쓰려? 거짓말처럼 속이 편하고... 특히 숙취 후에 오는 두통이 하나도 없었다. 술을 더 마실 밖에...몸무게는 지난 1년 동안 6킬로가 불었고, 배는 정말로 올챙이처럼 불룩해졌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의심해보아야 할 정도로 (아마 내장에 기름이 차서 그럴 거야)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런 데도 모든 음식은 맛이 있었다. 배가 고파 음식을 찾는 게 아니라, 그 음식이 갖고 있는 풍미 때문에 마구 입에 부어 넣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올 3월 말 외숙 한분이 상을 당해 광주에 갈 일이 있어, 사흘 상을 치루는 사이에 담양에 있는 부모님 선산과 영암 조부모, 증조부모 선산에 들러 풀도 뽑고 하다가 술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을 쉬기 거북할 정도로 몸이 불었으니까. 그러고 술을 끊었다. 순전히 몸무게와 건강 때문에. 닷새째 되는 날 오후 4시쯤 슬슬 병이 도지더구만. 누구를 불러 술 한잔을 해, 말어? 한참동안 전화를 걸고 휴대폰을 검색하고 하다가 그런 생각이 들더구먼. '이 고비를 넘겨 보자. ' 그러고는 입에 대지 않았다. 그렇게 20일 가까이 흐르고 4월 9일 총선. 아침 6시 일어나 세수하고 투표장에 가서 투표를 했다. 우리집이 서울에서 가장 못사는 은평구, 그것도 이재오와 문국현이 맞붙은 은평乙. 30년 만에 처음으로 한나라당에 투표를 했다. ( 그 이유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자.) 투표장에서 해를 등지고 집으로 향하는데... 참 기분이 묘하더라. 바람피고 새벽에 귀가하는 심정이 이럴 듯도 싶고... 자식새끼 공장에서 고생해서 부쳐준 돈 밤새 노름으로 탕진한 듯도 싶고, 복수를 포기하고 원수의 집 식객으로 복속하는 심정 같기도 하고... 4월 9일 저녁 예상대로 내가 그동안 지지해 오고,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왔고, 구체적으로 소통해 왔던 당은 대패했다. 88년 평민당은 지역정당과 분당, 그리고 대선3위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70석을 얻었다. 그리고 그때는 거의 그와 버금가는 민주당이 있었다. 그때 전국구는 민정당이 1/3을 차지한 다음 2/3를 지역구 당선자 비율로 나누는 방식이었다. 81석, 그것은 대패며 몰락이었다. 개표방송을 보다가 불쑥 마누라에게 "나 인자 술 끊을라네."  뜬금없는 이야기에 마누라 '충격이 크긴크나보다.'는 표정이었다. 한마디 더 했지. "이제 맨정신으로 부지런히 살아야 쓰겠구먼." 그 담날부터 나는 6시 일어나 막내놈 깨워 밥먹여 학교 보내고 신문 주어와 훑어보고 출근해 부지런히 살려고 하네. 친구들 내가 멍청하고 부지런하다는 '멍부'만 되지 않게 도와주게나. 4월 17일 동기들 모임에서 나는 3차까지 갔다. 나는 그때까지 내가 친구들 손목 비틀어 3차, 4차, 새벽까지 전전한다고 생각했다. 사실이었다. 정말로 손목을 비틀고, 어떨 때는 덥썩 안아들고 가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내가 강권하지 않아도 술자리에는 항상 헤어지기 서운해 하는 친구들이 있게 마련인 듯도 싶어 보기 좋더구먼. 이쯤해서 고백 하나. 그동안 내가 친구들에게 술자리에서 권했던 술잔은 술 권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네. 내 잔을 비우고 빨리 새 잔을 받기 위함이었다네. 용서들 하시게나. 그러나 내가 아무리 눈을 씻고 뒤집어 봐도 그 날 3차까지 간 친구들 중에 지 술 먹을라고 남한테 권하는 알콜 중독자는 없더구먼. 사실 나는 알콜중독자였던 듯 싶네. 추신) 영목이. 몸무게 때문에 술 끊었으니 안주 축내지 않을 것을 이 자리를 빌어 맹세함세. 자주 불러만 주게나. 나는 자네 하는 일이라면 뭐든 쌍수들고 응원했는데 자네 그러면 못 쓰네. 안주 때문에 나 부르지 못하겠으면 자네만 조용히 그럴 일이지, 왼 동네 외고펴고 할일이 아니지 않은가. 또 안주 그까짓게 비싸면 얼마나 비싼가. 몇 만원 안주때문에 우정에 금이 가는 발언 삼가시게. 나도 싸납기로 하면 한이름 하는 놈이네. 또 술이든 안주든 밥이든 나눠 먹는 게 좋지, 많이 먹는다고 좋은 게 아니네.

이영목 2008-04-24 13:05	아따, 은근히 반말공대하며 조곤조곤 씹어대니 ... 무섭다야... 근디 시방 금주성공했다는거여 머여? 앞글에선 3월25일부로 금주시작했담서 , 이글에선 4월17일 3차 때린 건 머여?   하여간 너 정신이 혼미하구나. 금단현상이 독하구만 ㅋㅋㅋ 술,담배 다 끊고 나머지 하나는 곧 자동빵으로 끊어져 불 것인디.., 당췌 먼 낙으로 살라고 그래쌌냐? 각설하고, 걱정은 걱정이다. 금연후 나타나는 증상이 너랑 거의 같아야. 새벽에 눈뜨기,술묵고 속덜쓰린거, 입맛이 달착지근하게 돌아부는것, 예서 더 찌면 아조 궁글어 댕겨야 할 판인디 말이여. 해서 태룡이의 조언을 받아 마라손을 해불라고 신발은 내돈으로 사고 빤쓰와 난닝구는 풀코스만 90횐가 했다는 태룡이 동창(야튼 함평 아그들, 독해야!!)한테 얻어 입고 몇번 뛰긴했는디 .. 물팍이 아퍼져서 이 일을 어째사 쓸지 모르겄다. 내복 반납하기도 쪽 팔리고 말이야...

이영목 2008-04-24 13:31	술을 끊다(2탄) ... ? 너 내년에 '술을 끊다(3탄) ' 요렇게 쓸라고 그러지..? 금주의 달인? 에.. 과거 40년 동안 해 마다 술을 끊어 잡숴오신 절주 신재형 선생을 소개하겄습니다...ㅋㅋㅋ 재형아, 아조 끊진 말고 영주 말마따나, 노가리 4대천왕을 잃으면 그 슬픔이 자심할 것 같으니 띄엄띄엄 마시면 안되것냐? 얼마 안 있어 양기란 양기는 모다 입으로 올라붙을 텐데...좀 축여가면서 놀면 안 될까?

신재형 2008-04-24 17:06	친구들이 3차 가는 데 따라가서 입에 술 한방울도 대지 않았다는 거...암튼 유수랑 춘용이가 무지 설워하더라. 영목아, 몸무게 줄인 담에 뛰어라. 무릎 다나간다.

이영목 2008-04-24 17:43	워매... 징허다잉... 술도 안 마심서 3차까지 따라 간다? 거의 초인 수준이다. 나도 작년에  한 20일 참아본 적이 있는데 술 안마시고 앉아 있으려니, 우선 시끄러워서 못살겠더라. 한 말 또 하고 남의 말 가로 채고.... 그 아수라장을 3차까지 맨 정신으로 버틴다? 너를 달인으로 인정한다!!  연말까지 한 스무근 정도 뺄 요량인디.. 금주 해야될 것 같다야..허허허

박하석 2008-04-27 01:59	재형이와 영목이가 주고 받는 야그 읽고 있자니 내 맘이 푸~근~하고 좋네.

신재형 2008-04-27 14:56	두바이는 안녕하신가, 자네 홍콩 있을 때 통화하고... 벌써 4-5년 되었찌?  사람 사는 게 차일피일하다보면 이렇게 된다니까. 미안허이.

박하석 2008-04-28 03:25	미안은 무슨, 고맙네. 재형이가 나를 '덥썩 안아 들고' 롯데 호텔 지하 펍 <보비런던>에 가서 맥주 마시던 날 생각난다. 10년 쯤 지난 일이지. 그때나 지금이나 재형이가 친구들에게 多情한 것은 다 아는 일이니, '지 술 먹을라고' 그랬다는 말은 거두시게. 홍콩에서 4년 지내다가 귀국할 즈음에 중학생이던 둘째 학교 문제로 재형이 한테 의견을 구하기도 하고...... 그애가 지금 동북고 3학년이라네... 35년 친구사이에 술 담배 없다고 대화가 안 되겄능가? 두바이에 있지만 친구 마음 알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