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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낄 석(惜)자를 생각합시다
몇달 전 좋은 일이 있는 후배 부부에게 석복(복을 아낀다, 惜福)하라 했더니 그 뜻을 묻더군요. 어릴 때 혹시 계피 덩어리를 깨물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명절이나 제사때 수정과 담글려고 내 놓은 계피 한조각 몰래 훔쳐서 호주머니에 넣어두고 이빨로 조금씩조금씩 떼어먹었지요. 아껴먹은 거지요. 그 마음이 바로 석(惜)입니다. 요즘 광주 갈 일이 많은데 항상 차를 몰고 내려갑니다. 그러나 그날은 그럴 수가 없더군요. 정말 총맞은 것처럼 멍한 게... 규장이가 초등학교 동창이라서? 아니었습니다. 규장이 집이 저희 계림동 집 바로 뒷집이어서도 아니었습니다. 어머님은 얼마나 충격이 크셨던지 저를 알아보지 못하셨습니다. 10년 넘게 앞뒷집으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버님은 알아보시더군요. 잇몸 염증 때문에 술을 마실 수 없었음에도 술은 하염없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도 취하지 않더군요. 영목이는 눈이 퉁퉁 부은 채로 펑펑 눈물을 쏟고, 태룡이는 눈자위가 벌개져 있었습니다. 자신이 복중인 성래는 내내 쓸쓸해 했습니다. 오랫만에 얼굴을 보는 반가운 얼굴들에게 모두들 반가움을 아꼈습니다. 상가에 온 친구, 오지 못한 친구, 장지까지 간 친구, 멀리서 마음만 보낸 친구....규장이의 식은 몸뚱아리가 이승에서 마지막날을 보내는 금욜에는 돌풍에 비까지 추적였습니다. 우리 친구들 모두의 마음처럼... 그렇게 규장이는 갔습니다. 흔히들 석별(惜別)에서 석을 '애석할 석'으로 해석합니다. 그러나 저는 고집스레 '아낄 석'으로 가져가고 싶습니다. 그러면 석별은 "헤어지는 서러움을 아껴 한꺼번에 쏟아내지 않는다'쯤 해석될 것입니다. 자 이제 모두 아낄 석자를 생각합시다. 복을 아끼지 못하면 복이 화를 부르고, 이별의 서러움 아끼지 못하면 마음을 傷하게 한다는 선인들의 지혜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때입니다. 정말 공자왈 맹자왈 같은 말씀입니다. 어른들은 이럴 때 이렇게들 말하십디다. 하늘은 아까운 사람을 먼저 데려간다고. 우선 써먹을라고...남은 자들의 서러움을 덜어주려는 지혜일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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