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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회를 하자고?
질러회 놈들(?) 발상이 가상하다. 무작정 걷기를 하다가 끝간 데 없는 술판을 벌이는 게 다반사라더니만 이제는 독서회라? 정말 땡기는 아이디어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만 우리 고등학교 시절에 <光郞 徒; 광주의 사내들>란 독서 클럽이 있었다. 1960년 일고 6회부터 시작된 전통있는 명문 클럽이었건만 유신정치, 긴급조치가 무시로 발동되던 때라서 지하로 잠적하여 활동했다. 지금도 그 모임은 현재 진행형이다.(www.kwangrang.or.kr) 우리 동기는 김규장,유종필,조명규,김익조,민동곤,김태룡이었다. 1학년 2반이 주축이 되었다. 공개적으로 많은 인원을 뽑을 수도 없었고.... 격주에 한번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중 1권씩 골라 읽고 발표회를 했다. 1학년 1학기 때는 1년 선배들이 멘토가 되어 주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책을 훨씬 넘어선 범위의 토론이 벌어졌다. 2학년 말까지 최소한 50번은 토론을 벌인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작품들은 <이상의 날개>,<헤르만헤세의 데미안>,<앙드레지드의 좁은문>,<카자차키스의 25시>,<체홉의 벚꽃 동산>,<황석영의 삼포가는 길>,<김지하의 5적> 등 이다. <데미안>,<어린왕자>,<날개>처럼 초현실주의적인 작품은 3번 이상 되풀이하여 토론을 하였으나 속이 시원해 지지는 아니하였다. 지금 그 작품들을 읽어보면 철학이나 종교 문제에 대한 시대적인 조류가 반영되어 있기에 청소년들이 소화한다는 것은 좀 무리였다. 하지만 소화하려고 부단히 시도해 보는것 자체는 아주 중요하지. 모임은 서울로 진학한 이후에 더 치열해졌다. 역사비평, 문학비평,철학비평 등이 사회참여적 시각이 반영되어 매주 진행되었다. 주로 자취방에서 1박 2일간 토론과 술판이 어우러졌었고. 그 결과 김규장과 나는 감옥 1보전까지 갔었고, 민동곤은 옴팡진 옥살이를 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의 살과 뼈가 자라난 것만큼은 확실히 알겠더라. 그 때는 좀 힘에 부쳤고 회의했던 적도 많았었지만, 내 아들들이 그런 모임에 가입하겠다면 기꺼이 밀어줄 터이다. 독서회를 하자는 최준영 아이디어에 새로 호기심이 일어난다. 서울에 있는 어떤 친구들이 논어와 성학집요를 읽자는 권유를 해 온 것도 흥미있고. 나이가 50을 넘어서니 생각에 여유가 생기는구만.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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