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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봄날은 그렇게 가고 있었다
준영이가 월례회 산행기를 쓰라고 재촉해서 오랜만에 홈페이지에 몇 자 적는다. 동열이 아들놈이 고생깨나 하고 생생하게 글을 남긴 걸 보니 역시 힘을 써야 무언가 남는가 보다. 윤이월 마지막 날 부지런한 친구들이 기꺼이 두 표 행사를 하고 만나자 해서 9시반 약속을 10분 어겨 천희 사무실에 도착해보니 생각보단 적게 모여 있었지만 내가 산 사람이라 생각하는 동문들이 먼저 나와 있었다. 동광주를 빠져 나오자마자 예상대로 선거 얘기가 시작됐고 남구에 사는 준영이에겐 누군가(?동문)로부터 ‘모 후보가 위태로우니 주위에 전화해달라’는 SOS가 날라왔다. 전망은 불확실 하지만 그날 산행은 선거로부터 시작됐다. 이날 목적지 바래봉은 지리산 서북능선의 마지막 봉우리로 운봉 땅이다. 지난해 가을 몇이서 성삼재에서 만복대, 정령치, 바래봉까지 긴 시간 능선을 타본 경험이 있어 호기심은 별로였고. 더군다나 오르막 길은 돌과 시멘트로 발라논 길이라서 줄곧 다른 등산로를 찾아보았으나 없었다. 산불방지 이유로 대부분 지리산 코스가 폐쇄됐지만 이 곳만은 열려있으니 감지덕지해야할 판 아닌가. 중간에 구두신발로 아들까지 데리고 온 형운이가 야유회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계속 올라가니 겉으로는 웃고 있으나 속은 말이 아닌가 싶었다. 나중에 정상에 올라와서는 잘 왔다고 토로했지만. 김영주만이 이날 유일하게 여자세분을 대동했는데 막내 딸 소화는 언덕 길을 줄달음치며 연신 신바람이 났다. 동열이 중2아들놈은 힘들어 죽겠는가 배낭이 무겁다고만 하고. 내가 대신 매준다고 했더니 존심이 상했는지 끝까지 매고 갔다. 지리산 하면 지난해 한 주일이 멀다하고 혼자 순례를 한 상운이가 거의 누볐다. 그래서 차 안에서 복사물을 돌리고 이미 바래봉 설명을 마친 터다. 2시간여 땀을 한 바탕 쏟고나서 바래봉 밑 맛있는 샘물에 얼굴을 씻고 나니 ‘대부’의 시실리섬을 연상시키는 마른 초지의 민둥산 바래봉이 올라오라고 손짓을 한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광활한 농경지와 아담한 마을을 내려보면서 정상을 오르니 대부 주제가가 저절로 나온다. “Speak softly ....." 먼저 오른 녀석들은 바람 찬 좁은 정상 바위에 홍어를 풀고 막걸리를 따르고 있다. 성급함을 달래 정상 밑 펑퍼짐한 언덕바지에 빙 둘러앉으니 저 멀리 지리산 천황봉 장터목 세석 벽소령으로 이어지는 종주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안방같은 포근한 초지를 이불삼아 천희는 곧바로 코를 골며 잠에 떨어지고, 대용이는 힘겨웠던 지지산 종주를 회상하며 보일락 말락하는 산장들의 추억을 더듬는다. 이 좋은 풍광과 막걸리 한 잔에 온 몸이 성감대인 영주가 흥분되지 않고 어찌 베기겠는가. “산넘어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앵콜도 안했는데 “어디로 갈거나 어디로 갈거나/ 내님을 찾아서 어디로 갈꺼나/ 저 산을 넘어...." 바로 옆에 부인 류경원 교수와 두 딸을 놔두고 바래봉을 한바탕 소리판으로 바꿔버린다. 상운이 꼬드김에 나도 신중현의 ‘미련’과 ‘꽃잎’ ‘아름다운 강산’을 연이어 뽑았다. 젊잔빼는 광규도 정취를 못이기고 70년 이장희노래를 불렀다. 명섭이는 계속 장단과 추임새를 넣고. 준호도 마찬가지. 이날도 최후의 소리꾼으로 우뚝선 영주와 그 애비의 그 딸들의 잔치에 먼저 흥분한 순기가 지갑을 여니 회장 근욱이도 도서상품권을 동문 자녀들 4명에게 나누어 준다. 남원 추어탕이 재촉해 서둘러 하산하려는 데 봄의 지리산 정경이 발길을 잡는다. 언제 보아도 든든한 반야봉이 부처님 미소를 보내는 것 같기도 하고 천황봉 능선이 곧 등산길이 열리면 오라고 하는 것 같고..... 그래서 여러 컷의 사진을 찍고 남원 광한루로 향했다. 일판난 것은 추어탕, 숙회를 먹은 ‘새집’에서도 있었고, 천희 사무실 옆 맥주 한 컵 해단식, 그리고 개표방송을 보며 연거푸 폭탄이 오고간 두암동 참치집에서도 있었고......(이제 누가 이어서 써라. 잠 온다) 좌우지간 그날은 선거로 시작해 선거로 끝났고 우리의 봄날은 그렇게 가고 있었다.  이영목: 나 느가부지 친구 다. 아부지가 술고래니 그런 고행끝의 단맛도 맛보는 거다. -[04/20-15:09]-  이영목: 동열이 아들글에 붙일라고 했는디.. 허기사 너도 술고랭께..ㅋㅋ -[04/20-15: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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