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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빈이 소식(2)
지난 일요일 정빈이랑 점심을 같이 하고 왔지만 무언가 찜찜했다. "아저씨 저 화요일에 서울랜드에 소풍가는데 돈이 하나도 없어요. 어떡해요? 빨리 답장 주세요." 그 녀석으로부터 이메일이 들어와 있었다. 월요일 저녁 10시반쯤에 다시 찾아가 가로등 불빛 아래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정빈아, 요즘도 자기 전에 <소중한 내인생> 3번 말하고 자냐?" "아뇨, 요즘은 잘 안해요?" "너, 정직함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니가 거짓말 하기 시작하면 아저씨랑도 끝이야. 명심해!" "그리고 앞으로 니 용돈은 작은아빠가 주기로 했으니 그리 알아라." 밤송이 머리를 한 정빈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지난 몇달간 키가 쑥 자란 게 확연하다. 눈매가 너무 순진하고 귀엽게 생겼다. 아침밥을 안먹고 다닌다기에 슈퍼에 가서 콘프레이크 한봉지하고 우유를 샀다. 그리고 돈 이만 사천원을 집어주고 돌아 왔다. 이 돈을 주기 전에 정빈이 큰아버지, 작은 아버지를 만나고 전화하면서 접촉했다. 앞으로 용돈, 옷값, 학원비,통신비 등 양육비를 조성하고 사용하는데 협업체계를 갖추기로 약속이 되었다. 나는 학원비, 통신비(인터넷,핸드폰비)하고 성적이 올랐을 격려금 지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혼하고 집을 나간 정빈이 엄마랑 연락이 두절되어 <친권포기서>를 구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아직도 소년소녀가장 등록을 못하고 있다. 또 핸드폰도 사줄 수도 없다. 핸드폰이 있어야 이 녀석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데... 그래서 법무사를 시켜 법원에 <상속권 한정판정>을 신청해 두었지만 이걸 처리하는데 부지 하세월이다. 속 터지는 노릇이다. 우리 친구들 후원금은 오늘까지 515만원 입금되었고 50만원 썼다. 학원에서도 학원비를 30% 깍아줬다. 학원선생님, 학교선생님, 할머니 등 보호.연락 체계는 확실하게 구축되었다. 지난 중간고사에서 정빈이 평균점수가 12점이나 올랐다. 영어를 25점밖에 못얻어 아직 전체 점수가 50점대다. 다음 기말고사 때는 더 힘쓰기로 약속했다. 앞으로는 학원 갔다와서 집에서 하루에 한시간 반씩 공부하기로 했다. 우리집 애들이 보던 책들을 한 20권 가져다 주었는데 이원복이 쓴 <먼나라 이웃나라> 만화책은 다 봤다고 했다. 다음에는 김형태가 쓴 인생상담 백서<너 외롭구나!>를 읽겠다고... 올해 40살쯤 되는 김형태란 사람 참 재미있다. 중학교때 미술학원에서 꼬마로 일하기 시작해서 완전히 자력으로 홍대미대를 나왔다. 개인전을 열번쯤 열었고 홍대앞에서 인디밴드를 이끄는 뮤지션이며 책도 대여섯권 냈다. 청년백수, 자본주의 물결에 매몰되어 허덕이는 나약한 영혼들에게 힘차게 사는 법을 자문해 주고 그 기록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 <너 외롭구나!>이다. 우리집 애들이 보고 난 책을 이제 정빈이가 읽겠다고 한다. 요즘 아들 하나를 더 얻어 세째를 키우는 기분이다. 나는 정빈이가 내 손길에서 따뜻함을 느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사무실에 있는 중고 노트북과 프린터를 갖다주고 인터넷을 달아 주어야겠다. 친구들아! 집에 중학교 2학년에게 읽힐만한 책, 입힐 만한 옷 있으면 나에게 좀 보내 주었으면 좋겠다. 복을 나누어 갖자. 김태룡 ====== PS ; 후원금 모금 목표액은 1,800만원입니다. 따뜻한 마음을 전해 주세요. 송금 계좌 ; 국민은행 234301-04-029979 곽수만  서경석: 태룡아,고생이 많구나. -[10/26-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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