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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들과 仙巖寺 간다.
올들어서는 추진하던 사업들이 통 마무리가 안된다. 지난 연말 성균관대 민주동문 망년회 때 후배 몇을 만났다. 그리 친한 애들은 아니었는데 북한에서 모래를 들여오는 사업을 한다고 했다. 모래 반입권을 따냈는데 모래를 실어올 배를 조달 못해서 안달이었다. 내 사무실에 와서 설명을 좀 해보라고 했는데 잘 하면 돈을 만들어 배를 짓거나 용선을 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당장 모래를 들여 오기만 하면 한달에 수억원씩 마구 벌 것 같았다. 우선 골재산업중 해사 공급시장에 대한 연구와 조사가 필요했다. 우리나라 바다모래의 수급량과 가격 추정이 끝나자 소위 말하는 비지니스 모델을 재정립하기로 했다. 해양대 다닐적 친구 이현채, 채길호를 불러 들여 선박운항 관련 아이디어를 모았다. 그리고는 후배들을 북에 보내서 남한 바지선을 이용한 독점적 수입권 비슷한 약정서를 서명받아 오게 했다. 남들이 일본에서 비싸게 배를 용선해서 모래를 가져오는데 비해 남한 바지선을 이용해 보자는 것이 우리의 아이디어였다. 배를 갖고 있는 인천지역의 모래 수입업자와 궁극적 수요처인 3대 레미콘업체를 만나 배를 빌려주면 모래를 싸게 갖다 주마고 설득을 하였다. 생각보다는 이 사람들의 반응이 늦었다. 두달을 허비한 끝에 그 원인을 알아냈다. 작년에 남한의 해사가격이 ㎥당 7천원에서 2만원까지 폭등하자 바위를 깨 모래를 만드는 사업장이 엄청 늘어나고 그 품질이 현저히 개선되어 바다 모래의 경쟁력이 약해진 것이다. 더구나 건설경기가 죽으면서 레미콘은 덤핑치기 바쁜 시장이었다. 그러니 북한모래를 싸게 갖다준대도 쇠귀에 경읽기다. 2차 함수를 풀려는데 곡선 자체가 이동해 버렸으니 방정식에 변수를 아무리 대입해 본들 답이 나오나? 북한 당국자들은 아직도 경제와 돈에 대한 이해의 수준이 한참 못미친다. 북한이 모래를 많이 팔고 싶으면 모래를 좋은 값에 많이 사갈 업체를 공모하면 될터인데 사상적으로 가까운 사람을 나름대로 골라내서 몇푼씩 돈을 받은 뒤 모래배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솔직히 북한하고 사상적으로 가까운 사람이 돈이 있을 턱이 있나? 그 사람들은 북한말로 쓴 편지들고 다니며 다시 錢主를 찾아 헤맨다. 어찌저찌 열심히 챙겨 가면 북한측 담당자가 바뀌고, 업자 선정기준도 바뀐다. 지난 7월초에 북한모래 때려 치웠다. 이번에 공부 많이 했다. 돈벌이가 안되니 여름휴가갈 생각도 달아나 버렸다. 낼모레 광복절 연휴에 마누라가 큰애랑 전기수시 시험본다고 난리를 치는 중에 나는 작은 아들놈 데리고 승주 선암사에 2박 3일간 다녀 오기로 했다. 마누라는 입시에 아무 도움이 안되는 나더러 기도나 열심히 하란다. 막상 떠나려니 작년 수련회를 마치고 선암사 山門을 나서면서 "부처님 한 일년 마음관리 좀 잘해 보겠습니다."라고 한 약조가 계속 걸린다. 날마다 술먹고, 한없이 욕심부리고, 남 속상하게 험한 말 많이 하고, 어리석은 불나방깥이, 천둥 벌거숭이처럼 날뛰다가 인자사 새벽에 부처님에게 예불올리면 절을 받아 주실까? "야, 너 뭔 낮짝으로 지금 여기와 있는거냐?"고 혼내실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 큰아들놈 대학이나 쉽게 들어가라고 떼나 한번 쓰고 와야겠다. 나락으로 굴러 떨어진 우리나라 하층민 714만명의 억장무너지는 삶에 위로를, 아직 구천을 떠돌 金福洙君의 넋이 부디 極樂往生하기를, 복수 아들놈 맘잡고 잘 크기를, 늙으신 울아부지,어머니,장인,장모님 오래오래 무병하시기를...... 무엇보다도 철없는 우리 마누라랑 오순도순 살고지고. 영조대왕이 빌고빌어 순조를 얻었다는 선암사 원통전의 잘생기고 영험하신 부처님이 보고 싶다. 별들이 초롱초롱 빛나는 새벽에 도량석을 하고, 밥먹고 나면 말 없이 예불하고,참선만 하는 생활. 그저 단순하고 단정하게 근신하면서 3일을 보내야겠다. 아무 생각없이 나를 따라 나서는 작은 아들놈은 앞으로 외국을 떠돌며 살아갈 가능성이 많다. 이번 며칠간의 산사생활은 우리 삶의 뿌리가 어떤 것인지 느끼게 해줄 것이다. 그래서 두고두고 지가 동양인이고 한국인임을 잊지 않게 될 것이다. 정체성이 흔들려서는 결코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 수 없다. 나는 내일 작은 아들 데리고 선암사로 떠난다. 태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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