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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재형
작성일 2006-08-29 (화)
홈페이지 http://www.maximkorea.com
ㆍ추천: 0  ㆍ조회: 2598   
큰놈과의 화해
지난 26일 큰놈을 인천 공항에서 떠나보냈습니다. 12학년. 우리로 치면 이제 고3입니다. 불현듯 “이제 이놈은 내 품안의 자식이 아니다”는 생각에 눈자위가 축축해졌습니다.

여름방학 석 달 동안 녀석은 무척 바쁘게 보냈습니다. 알레르기성 비염이 심해 하정도 동문의 권유대로 세브란스에서 수술을 받고, 아르바이트 한답시고 International Herald Tribune도 나다니고, 또 취재한다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틈틈이 대입 준비를 했습니다.

자기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겠지요. 그러나 열심히 하면, 잘하면 어디에 씁니까?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고3을 눈앞에 두고 있는 자식이 제 먹고 살 직업도 아직 구체적이질 않았을 뿐더러, 왜 그걸 하고 싶은지도 애매하기만 했습니다. “비즈니스하고 싶어.” “무얼 하고 싶은데?” “Investment Banker.” “왜?” “그냥.” …. “내가 물리학 전공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 “하고 싶으면 해라. 나중에 무엇이 되려고?” “몰라.”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떠나기 2주 전쯤, “아빠, 나 도시 개발 같은 것 전공하면 안돼?” 하는 것이었습니다. “왜?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아빠가 내가 중학교 때 Developer 같은 것은 안 좋다고 했는데…” “아빠가 왜 그랬겠어. 아빠가 그런 생각을 하질 않았는데…아마 아빠는 부돈산 투기 같은 것 관심이 없다고 했겠찌? 근데 왜 하고 싶은데?” “아빠, 솔직히 나는 북핵이니 북폭이니 하는 이슈에는 관심이 없거든. 북한 개방 이후가 내 관심이야. 그 곳을 어떻게 개발해야 할 것인가… 그걸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애”

그 말을 듣는 순간 참 오랜만에 자식과 화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상호 동문의 도움말을 듣고 Civil Engineering이나 Urban Planning을 전공하기로 했습니다. 부모 마음이란 게 다 그런지 모르겠지만 참 심정이 묘합디다. 이놈이 장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했을 때는 한없이 철딱서니 없는 어린애 같더니, 이제 이놈이 내 품을 떠나는구나 하는 생각에 서운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방향은 정했으니 뚜벅뚜벅 한걸음씩 내디디면 되겠다 싶은 게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가볍게 생각했다가 치료 시기를 놓친 것도 속 상하고, 자기 혼자 입으로 숨 쉬면서, 그 탓에 치아가 부정교합으로 악화되어, 제대로 씹지도 못하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워 했을까 생각하면 속이 상하기도 하지만, 요 며칠 내 심정은 서운하기만 합니다.

7년전 아버님 상을 치루고 광주에서 올라올 때 아버님의 부재가 제 마음을 한없이 헛헛하게 했었더랬습니다. 요즘 제 심정이 그때만큼 헛헛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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