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예술/인문/사회

 

 

 

작성자 김태룡
작성일 2005-02-13 (일)
ㆍ추천: 0  ㆍ조회: 3830   
古建築 香氣
지난 3주간 기가 막힌 체험을 하였다.

우선 1월 18일에는 양산 영축산 통도사 경내와 박물관 및 주변의 주요 암자를 돌아보았다.
안내자인 법사님의 깊이있는 해설이 곁들여지고
문화재 전문위원이신 박물관장님과
미륵암 祖室이자 大禪知識이며 茶의 大家인 釋明正 스님의 茶啖대접을 받았다.

1월 25일에는 예산 덕숭산 수덕사에서 하룻밤을 묵고 새벽예불에 동참하였다.
고려시대에 지어진 700년 된 법당에서
새벽 3시반에 예불을 드리던 때의 써늘하고 청량했던 감동이 새롭다.
예불이 끝난 뒤 스스로의 감흥에 못이겨 대웅전 배흘림 기둥을 안고 한동안 서 있었다.

2월 첫주 주말에는 해남의 대둔산 대흥사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친구 김규장을 대흥사에서 조우하여 주지스님과 곡차를 공양하게 되었다.
우리는 예사롭지 않다는 귀빈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대흥사는 정조대왕이 서산대사를 잘 모시라고 표충사라는 사당을 사액하게 된 이후
비로소 사세를 크게 떨치게 된 사찰이다.
그 고마음으로 대흥사는 사찰 경내에 정조대왕의 위패를 모시는 전각을 마련하였다.
최근에 박물관을 지어 각종 유물을 따로 관리하게 되면서
위패가 있던 정면 3칸 측면 3칸의 전각을 귀빈 숙소로 개조하였는데
그 방에서 친구와 하룻밤을 보낸 것은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었다.
스님 말씀으로는 그 곳이 워낙 명당자리라서
자다가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가는 곳이라고도 한다.

대흥사 경내를 이리 저리 살피면서
우리 건축이 뿜어내는 筆說을 초월하는 향기에 취했었다.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진 가람배치,
가장 나중에 조성된 대웅전 구역의 조화롭고 섬세한 가구미,
휘어진 채 자연미를 보이는 대웅전 실내의 아름드리 기둥과
천룡팔부를 비롯한 각종의 실내 裝儼들이 빚는 또다른 架具美!
거기에 진경시대 최고의 명필인 원교 이광사의 날아갈 듯한 글씨(大雄寶殿, 枕溪樓)와
추사 김정희의 진수가 드러난 현판 글씨(無量壽殿)까지!

일찌기 대학시절에 고건축을 전공한 교수의 논문 정리 및 잔심부름을 해 드린 댓가로
4년간의 학비를 조달하면서 우리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니 내가 그때 도랑치고 가재잡은 행운을 얻은 것 같다.

그런 인연으로 평소 절이나 궁궐, 양반종택 등
옛집 구경하는 것을 재미삼아 다녔었는데
최근 5년 사이에 일년에 몇차레씩 명산대찰의 문화재를 답사한 인연으로
보는 눈이 조금 열린 듯하다.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
옛사람들의 지혜가 숨쉬는 문화재와 대화를 해나간다는 것,
이것은 굳이 말로 표현하고 싶지 않은 그 무엇이다.
내 인생에 양념이 되고 향기가 되어 가는 것 같아 마음이 넉넉해 진다.
아니 어찌 생각하면 그것이 인생의 精髓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 뭘 좀 알듯말듯 하니까 자꾸 궁금증이 많아진다.
누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조형물을 기획하였는가?
이런 조형물을 기획한 것이 목수였을까?
아무리 보아도 목수가 한 일은 전체중의 일부에 불과한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런 조형물을 의도한 사유와 철학,
더 나아가 우주관,자연관,세계관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을까?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우리사상은 노자,장자의 세계를 따른 도교,
인도의 범신적 체계에서 발원하여 중국을 건너 한국으로 들어오는 사이
그 시대, 그 지역의 정신과 부딪히고 융화하면서 뚜렷한 자기세계를 갖춘 불교,
그리고 공자맹자 이래 2000년간 동양의 통치세계를 지배해온 유교가 뒤섞이면서
나름대로 고유한 세계를 형성해 왔다.

그런데 유감스러운 것은 우리는 그것의 본체를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다.
단정적으로는 대학시험에 출제된 바가 없으니 알 필요가 없었고,
에둘러 말하자면 서양의 합리주의란 인식론에 파묻혀
우리의 정신세계가 도매금으로 무시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고도 우리는 생활하는 데 아무 지장 없다는 이유로 그걸 잊고 잘 살고 있다.

정말 그럴까?
아버지와 할아버지라는 내뿌리를 백안시하고
스스로 잘난 체 하는 것 같은데 뭔가가 불안하지 않은가?
아니, 사실은 문득 문득
'우리가 지금 뭔 짓을 하고 있는지 ,
내가 지금 온전히 내 자리에 서 있는지?'라는 의문이 들지 않는가?
옛것에 대한 반추를 통해 오늘을 단단히 해야 할 시점이다.

문화재 속에 옛 사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고건축은 나름대로 다양한 방법으로 계속해서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다만 우리가 모를 뿐이다.
50대에 들어가면서 흥미진진하게 추구하고 싶은 또 다른 세계다.

태룡

=============

(덧댄 글)
1.매월 첫 주(광주는 목요일,서울은 금요일)에 불교문화를 중심으로, 주로 가까운 사람끼리 하는 공부모임이 있다.
참여하는데 관심있는 사람은 연락바란다.
2. 문화재 감상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는 해설서가 나왔다. (명묵의 건축, 김개천 글.관조 사진, 안그라픽스)
다음 적절한 기회에 소개하고자 한다.



  0
3500
16 [이사람] “5월의 기억…영화와 다른 감동 선물” 임성래 2010-04-22 2948
15 12월 1일(화) 7시 서울 아르페지오 클래식 기타 연주회 고정석 2009-11-19 13601
14 김동현 동문 국악연주 동영상 outsider 2009-05-07 3708
13 디즈니 감독들의 창의력 비결 김훈종 2007-10-01 4591
12 추사 김정희 서거 150주기 특별전(www.choosa.or.kr) 김태룡 2007-01-14 4211
11 원교와 창암 글씨에 미치다 [2] 최준호 2005-06-30 4589
10 Re..원교와 창암 글씨에 미치다 김태룡 2005-06-30 4176
9 정여립 사건의 진상 김태룡 2005-04-30 4810
8 15-18세기 韓國思想文化 강좌 개최 최준호 2005-03-04 4052
7 古建築 香氣 김태룡 2005-02-13 3830
6 윤석화의 <위트>를 봤어요. 김태룡 2005-02-12 3652
5 박규 이야기...(펌) 범희변 2004-09-04 23829
12